박정석 “질럿 러쉬야말로 프로토스의 묘미”

입력 2012-06-26 2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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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게이머 박정석. 스포츠동아DB

프로게이머 박정석. 스포츠동아DB

박정석, 하드코어 질럿 러쉬로 박성준 격파... 레전드 매치 승리
박정석(나진e엠파이어)이 박성준(스타테일)을 꺾고 스타크래프트 1 마지막 경기를 승리로 장식했다.

박정석은 26일 용산 e스포츠 경기장에서 열린 스타리그 레전드 매치에서 경기 초반 강력한 하드코어 질럿 러쉬를 감행, 그대로 경기를 끝냈다.

네오 레퀴엠에서 진행된 이날 경기에서 박정석은 3시, 박성준은 6시에 위치했다. 박정석은 2게이트, 박성준은 9드론 스포닝풀 후 앞마당을 가져가는 빌드로 진행됐다.

하지만 박정석은 프로브 4기를 동원한 강력한 질럿 러쉬를 시도했다. 박성준은 드론까지 동원하며 막으려 했으나, 가까운 거리로 인해 빠르게 충원되는 질럿의 압박과 박정석의 질럿 컨트롤에 눌리며 그대로 허무하게 패배했다.

경기 후 취재진과의 만남에서 박정석은 전반적으로 무척 기뻐한 반면, 스타크래프트2이긴 하지만 엄연한 현역 프로게이머인 박성준은 ‘부끄럽다’라며 얼굴을 들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박정석은 “옛날 생각이 많이 나다보니 (박)성준이한테 진 생각이 나면서 이기고 싶어졌다. 홍진호와의 은퇴식 경기에서 저글링 난입에 끝났던 게 생각나서, 그래도 마지막을 이렇게 끝내면 안되겠다 싶어 5판 정도 연습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역시 이겨야 좋다. 이벤트전이라도 지면 기분이 좋지 않다”라고 덧붙였다.

반면 박성준은 “어제 8게임단 김재훈 선수와 연습하기로 했는데, 야식 먹으러 간다고 안해줬다. 3판만 연습했으면 좀더 잘했을 텐데”라며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곁에 있던 박정석은 “(김)재훈이에게 고마워해야겠다. 큰일날 뻔했네”라며 웃었다.

“하드코어야말로 프로토스의 묘미죠. 이승원 해설이 “여러분들은 프로토스를 왜 시작하셨습니까. 저 하드코어 질럿 러쉬가 너무 좋아서”라고 이야기하셨잖아요. 제가 원래 성향이 공격적이거든요. 경기 시간은 짧았지만, 옛날 생각도 나고 향수를 불러오는데 좋은 빌드였던 것 같습니다.“

레전드 매치는 양 선수가 맞붙었던 지난 2004년 질레트 스타리그 때와 같은 유니폼과 망토를 걸치고 진행됐다. 이에 대해 박정석은 “솔직히 안 좋은 추억이 떠올랐다. 그때 기억이 났다”라고 말한 반면, 박성준은 “전 좋았는데, 준비해준 가발에 멘탈이 붕괴됐다. 경기 전부터 지고 들어간 느낌이다”라고 아쉬워했다.

이번 스타리그에서 진행되고 있는 레전드 매치는 ‘마지막 스타리그’를 기념한, 스타크래프트1의 ‘은퇴식’ 같은 행사다. 두 사람은 이에 대한 감회를 숨기지 않았다.

박성준은 “계속 오래 갔으면 좋겠는데 상황이 여의치 않으니 안타깝다. 팬이 있어야 게이머가 있는 건데, 유종의 미를 잘 거두고 다른 이스포츠도 계속 사랑받았으면 좋겠다”라며 “지금까지의 레전드 매치중에 오늘 팬분들이 제일 많이 오신 것 같아 감사하다”라고 말했다.

이어 “처음 연락받았을 때, 나도 레전드 반열에 들어가는구나 싶어 흔쾌히 하겠다고 했다. 스타리그는 3년 만인데, 사실 그 때 그 경기가 스타리그 마지막 경기라고 생각했었다”라며 남다른 감회를 밝혔다.

박정석도 “처음에 사람들이 꽉 찼네 생각했는데, 화장실 가는데 밖에도 줄이 엄청 길어서 놀랐다. 덕분에 갑자기 기분이 무척 좋아졌다”라며 환하게 웃었다. 이어 “우리 선수들, 대표팀도 오늘 오셨는데 감독이 이런 사람이란 걸 보여준 거 같아 뿌듯하다”라며 “팬들에게 그간 받은 사랑을 돌려줄 수 있어 기쁘다. 앞으로 스타2도, 리그 오브 레전드도 많이 사랑해주셨으면 좋겠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용산| 동아닷컴 김영록 기자 bread425@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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