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중일 감독. 스포츠동아DB
삼성 류중일 감독은 28일 대구 SK전을 앞두고 선수들이 훈련하는 모습을 물끄러미 보더니 지난해 스프링캠프에서 일본프로야구의 전설적 스타 장훈과 만난 추억을 더듬었다. 류 감독은 “장훈 선배와 악수를 하는데 오른손에 손가락 절반이 없다는 게 느껴졌다. 어릴 때 화상을 입었기 때문이다. 사실상 왼손만으로 그런 타격을 했다는 게 대단하지 않느냐”며 고개를 끄덕였다.
장훈은 일본프로야구 개인통산 최다안타(3085안타) 기록의 보유자. 아울러 504홈런과 1679타점, 319도루를 기록했다. 끝까지 일본인으로 귀화하지 않고 지금도 한국 국적을 유지하고 있다.
류 감독은 그러면서 은퇴한 ‘조막손 투수’ 짐 애보트도 떠올렸다. 1967년생인 애보트는 태어날 때부터 오른손이 없었다. 그러나 후천적인 노력으로 메이저리그에까지 오른 입지전적 인물. 좌투수였던 그는 오른 팔목에 글러브를 걸친 채 투구를 한 뒤 수비시 잽싸게 왼손에 글러브를 바꿔 끼고 공을 받았으며, 다시 글러브를 오른손에 걸치면서 왼손으로 송구를 했다. 그 속도가 일반인들이 흉내 내기 어려울 정도로 빨랐다.
1988서울올림픽에 미국대표로 참가해 금메달을 목에 걸었던 애보트는 1993년 뉴욕 양키스 시절 노히트노런을 기록하는 등 빅리그 통산 87승108패, 방어율 4.25의 성적을 남겼다. 1999년을 끝으로 은퇴한 뒤 미국 전역을 돌며 강연을 통해 장애우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고 있다.
류 감독은 “집사람한테 애들을 장애인 봉사에 보내라고 얘기했다”며 “스스로 목욕을 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돕는 일을 하다보면 장애인들의 힘든 점도 알게 될 것이고, 정상인으로 살아간다는 걸 얼마나 감사하게 생각하겠나. 선수들도 그렇다. 장훈 선배와 애보트를 보라. 사지가 멀쩡하다면 정말 더 열심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구|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keystone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