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개봉하는 영화 ‘500만불의 사나이’로 연기를 시작하는 박진영. “죽을 때까지 영화를 하고 싶다”며 연기는 물론 영화제작까지 나설 뜻을 밝혔다.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트위터@bluemarine007
“재미있겠다”싶어 영화출연 제의에 흔쾌히 OK
음악무대 외로움과는 달리 영화엔 따뜻함 많아
“JYP 인프라로 영화 만들어 미국에 수출할 것”
“따뜻해요. 그리고 외롭지 않아요.”
가수, 음악 프로듀서, 이제는 연기자까지 손에 쥔 박진영(40)은 처음 경험한 영화 현장을 이렇게 돌이켰다. 대중문화를 이끄는 스타로서의 마음도 확고해 보였다. “발이 땅에 붙어 있으려면 더 열심히 망가져야 한다”고 했고, “사람들이 나를 더 만만하게 봤으면 좋겠다”고도 말했다. “스타에겐 들숨과 날숨이 필요하다”면서 “스스로 박제되지 말고 소통하며 살자”는 이야기를 꺼냈다.
첫 주연 영화 ‘500만불의 사나이’(감독 김익로)로 나선 박진영은 물 흐르듯 차분한 말투로 연기를 시작하는 각오를 밝혔다. “몇 시간 동안 영화 얘기만 해도 좋다”는 박진영은 “이제 죽을 때까지 영화를 할 텐데”라며 “음악을 정말 사랑했지만 가수할 생각이 없었던 것처럼 영화를 사랑하면서도 연기를 시작한 건 운이었다”고 돌이켰다.
가수 비를 키우고 그룹 원더걸스와 2PM을 만들어낸 프로듀서. 가요계 ‘빅3’를 이룬 JYP엔터테인먼트의 리더이자, 데뷔 이후 18년 동안 여전히 현역 댄스가수로 활동하는 스타. 이제 박진영은 또 하나, 연기자이자 영화 제작자로서 새로운 출발선에 섰다. 타고난 에너지가 없다면 불가능한 행보다.
● “어릴 때부터 실패는 무섭지 않았다”
19일 개봉하는 ‘500만불의 사나이’는 기업의 로비 자금 500만 달러를 손에 쥔 엘리트 사원 영인이 엉뚱한 사건에 휘말리며 겪는 이야기. 영화에서 박진영은 철저하게 ‘신인’이다.
“카메오로 출연한 드라마 ‘드림하이’ 때처럼 즐겁게 노는 거라고 생각했어요. 나를 염두에 두고 쓴 시나리오라니까, 덤볐죠. 그런데 상대 배우도 없이 카메라 앞에서 혼자 연기하는 건 정말…. 저는 훈련, 테크닉이 없었으니까요.”
박진영은 영화 출연 제의를 받자마자 “와! 진짜 재미있겠다”는 생각으로 머릿속이 꽉 찼다고 했다. 영화 데뷔를 앞두고 흔히 갖는 ‘부담’이나 ‘걱정’도 없었다. 이런 마음은 허세라기보다는 타고난 천성 같아 보였다.
“어릴 때부터 실패는 무섭지 않았어요. 착한 애들보다 깡패 같은 애들을 주로 때렸으니까요. 쫄지 않는 게 중요해요. 안 될 것 같은 일, 몸이 아플 정도로 부딪쳐야 살아 있는 기분이에요. 나이 들수록 점점 더 심해지는데요?!”
완성된 영화를 처음 본 뒤 박진영이 내뱉은 한 마디는 “다행이다”였다.
“진심으로 연기한 부분도 있지만 진심이 나오지 않을 땐 오만가지 방법으로 표현했어요. 그런데도 감독님은 ‘내가 원한 진심은 그게 아니다’고 다시 시키고.”
박진영은 첫 영화 현장을 배우 조성하, 오정세, 조희봉 등과 함께 보냈다. “따뜻하고 외롭지 않았다”고 돌이킨 그는 “무대를 내려와도 외롭고, 그 외로움을 잊으려고 또 무대에 올랐는데 영화는 아니었다”고 했다. “데뷔하고 18년 동안 겪은 외로움과는 차원이 다른 영화 현장을 느꼈다”고도 말했다.
● “나는 제작, 연기, 4분 짜리 음악과 4페이지 기획안까지만”
미국에 진출하고 가시적인 성과를 보기 시작할 무렵인 2006년께부터 “모든 건 운이 있어 가능했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한 박진영은 “지금은 그 마음이 더 확실해졌다”고 했다. 끝없는 아이디어의 원천 역시 ‘운’으로 돌렸다.
“18년 동안 한 번도 책상에 앉아서 ‘뭘 해야 하지’ 생각한 적 없죠. ‘드림하이’가 잘 되니까 영화, 드라마 기획이 막 떠오르고. 하하. 이미 각각 한 편씩 기획해 놓았죠. 그동안 가요순위 1위에 오른 게 46곡인데 1년에 3곡 꼴이에요. 여전히 가수로 활동하고 있고 그래서 감을 갖고 살아갈 수 있는 게 이유겠죠.”
박진영에게 ‘더 먼 미래의 목표’를 물었다. 곧바로 대답이 돌아왔다.
“영화와 음악을 뺀 외적인 모든 일을 끝내고 오직 내가 쾌락을 느끼는 일에만 몰두하고 싶어요.”
영화, 드라마, 예능 프로그램 제작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박진영은 회사의 인프라로 이를 제작해 미국에 수출하는 것도 계획 중이다.
“작가와 감독의 큰 덕목은 평정심이에요. 나는 제작, 연기, 그리고 4분 짜리 음악, 4페이지의 기획서, 딱 거기까지예요. 물론 최고의 영화로 꼽는 ‘매트릭스 1편’ 같은 영화를 보면 정말 미칠 것 같죠. 성경을 바탕으로 인식론을 탐구하잖아요. 임상수 감독의 ‘바람난 가족’처럼 양심과 쾌락을 배치해두고 결론을 내리지 않는 영화, 정말 매력적이에요.”
박진영이 최근 사귄 친구는 ‘과속스캔들’, ‘써니’의 강형철 감독. “무섭게 잘 맞는 사람”이라고 강 감독을 칭한 그는 “영화 안에 음악적 스타일까지 가진 유일한 감독”이라고 했다.
누구보다 분주한 박진영은 인터뷰 말미 “그래도 시민일 때가 가장 행복하다”고 했다. 최근 출연해 화제를 모은 SNL코리아2의 코너 ‘우리 재혼했어요’의 노골적인 대사를 직접 썼다는 이야기를 하면서다.
“못생겼다고 저를 놀리는 우리 영화가 정말 좋아요. 저를 만만하게 봐주고, 그래서 제가 좀 더 편안해지고 싶어요.”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madeinhar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