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경기 연속결장에 속앓이…떠나자!”

입력 2012-07-1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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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종. 스포츠동아DB

박지성 부친 박성종 씨가 밝히는 QPR 이적 뒷이야기


“맨유 가가와 신지 영입과는 무관” 밝혀
수준 높은 팀들과 경기 원해 QPR 선택
‘지성이면 감천’ 감독 구단주 방한도 한몫


퀸즈파크레인저스(QPR)가 박지성(31) 영입을 공식 발표한 다음 날인 10일, 박지성 아버지 박성종 씨가 경기도 수원 박지성 축구센터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적 뒷이야기를 털어놨다. 많은 축구 팬들이 박지성 결정에 공감하면서도 안타까워하는 부분이 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가 새로 데려온 가가와 신지(일본)에 밀려 박지성이 팀을 옮긴 것 아니냐는 시선이다. 그러나 박 씨는 “(박)지성이가 팀을 떠나기로 결정한 건 (가가와 신지 영입) 한참 전이다. 전혀 관련이 없다”고 밝혔다.


○무기한 결장에 이적 결심

박지성은 맨유에서 7년을 뛰었다. 매년 수많은 이적설에 휩싸이고 때로 정식 제안을 받고도 팀을 떠나겠다는 생각은 안 했다. 그러나 시즌 말미 마음이 바뀌었다. 박지성은 3월15일 아틀레틱 빌바오(스페인)와 유로파리그 이후 7경기 연속 결장했다. 박 씨는 “지성이 본인은 컨디션이 좋다고 생각하는 데 안 뛰게 하니 얼마나 힘들었겠느냐. 내가 한 달 반 영국에 있는 동안 아들 경기를 1게임도 못 봤다”며 씁쓸해 했다.

급기야 박지성은 퍼거슨 감독에게 개인 면담을 신청했다. 유럽 선수들은 뚜렷한 이유 없이 출전을 못하면 종종 감독에게 이유를 묻는다. 그러나 박지성은 그 전까지 한 번도 퍼거슨을 먼저 찾은 적이 없었다. 그만큼 절박했다. 박지성은 한 달 보름 후인 4월30일 맨체스터 시티전에 선발 출전했다. 결과는 참담했다. 맨유는 0-1로 패하며 우승 레이스에서 뒤쳐졌고, 박지성도 혹평을 들었다. 박지성의 시즌 마지막 게임이었다. 박지성은 이적을 결심했다.


○QPR 만족스런 조건 제시

QPR 외에도 박지성에게 관심을 보인 팀이 있었다.

독일 분데스리가와 프리미어리그 몇몇 팀 그리고 히딩크 감독이 있는 러시아 안지 마하키칼라도 그 중 하나였다. 안지는 젊은 유망주 위주로 리빌딩 중이라 협상이 더뎠고, 다른 팀들은 조건이 안 맞았다. 중동, 중국에서도 거액에 제의를 해 왔다. 지인들은 “다른 유명선수들도 네 나이 때는 다 중동으로 간다”며 권유했지만 박지성은 고개를 저었다. 힘들게 프리미어리그에서 버텼는데 돈의 유혹에 흔들리고 싶지 않았다. 그 때 QPR이 만족할만한 조건을 제시했다.

박지성은 일단 프리미어리그에 남을 수 있다는 것에 큰 매력을 느꼈다. 영국에서 맨유, 맨체스터 시티, 아스널 등 수준 높은 팀들과 꾸준히 축구하는 것을 원했다. 또한 QPR 마크 휴즈 감독과 페르난데스 구단주가 방한하는 정성을 보이고 청사진을 제시한 것도 마음을 움직였다. 박 씨는 “지성이는 좋은 감독, 구단주를 만나야 선수도 잘 된다는 생각인데 QPR이 그랬다. 비록 자기가 있는 동안에는 모든 게 바뀌지 않아도 일조하겠다는 마음이었다”고 말했다.

계약기간과 연봉도 만족스러운 수준이었다. 박지성은 기본급여와 각종 수당을 합쳐 맨유 때 받던 80억원 안팎의 연봉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계약기간 2년은 은퇴시기와 맞물려 있다. 박 씨는 “2년이면 충분히 실력 발휘할 기간이라 본 것 같다. 하위권 팀에서 헐값 연봉을 제시할까봐 걱정했는데 맨유 때와 큰 차이가 없다. 조건 면에서는 나와 지성이 모두 흔쾌히 동의했다”고 말했다.


○박지성의 과제

박지성은 최근 “한국 언론에서 QPR 팀에 대해 꼴찌라는 표현을 쓰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하소연했다고 한다. QPR은 작년 17위로 간신히 1부 리그에 잔류했다. 박지성이 유럽 하위 구단에서 뛰는 건 처음이다. 네덜란드 PSV에인트호벤과 맨유는 매 시즌 우승을 노리는 최강 팀이었다. 박지성도 “2부 리그로 안 떨어지려면 10승 이상 해야 한다”며 걱정했다고 한다. 박 씨는 “이런 변화의 적응도 본인 몫이다”고 말했다.

수원|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Bergkamp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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