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포커스] 롯데도 부담되는 ‘올롯데’…문제는 올스타 투표방식!

입력 2012-07-13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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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올스타 베스트 10개 전포지션 싹쓸이…“올스타 투표방식, 이대로 좋은가”

롯데 열성팬 막판 ‘조성환 밀어주기’ 몰표

1주일만에 4만3000여표 차 뒤집고 1위

“특정구단 쏠림은 전체 팬심 왜곡 위험성
객관적 올스타 선정방식으로 변경 불가피”



올스타 투표방식 개선 ‘현장 목소리’

1. 팬투표기간 단축…막판 뒤집기 방지
2. 인터넷·모바일 투표 1인 1회로 제한
3. 선수들 직접투표+기자 투표 가중치
4. 구단 추천 후보 없애고 대상 넓혀야


올해 프로야구 올스타 팬투표에선 사상 초유의 한 팀 독식이 이뤄졌다. 9일 발표된 ‘2012 팔도 프로야구 올스타 베스트10 인기투표’에서 롯데가 이스턴리그 10개 포지션을 싹쓸이한 것이다. 2003년 삼성과 2008년 롯데가 각각 2루수와 외야수 한 자리를 제외하고 9명의 올스타를 배출한 적은 있지만, 이처럼 한 팀이 전 포지션을 석권한 사례는 여태껏 없었다. 롯데는 최근 수년간 8개 구단 중 최다 관중을 동원한 최고의 인기구단이다. 올 시즌 성적도 상위권에 있어 이번 올스타 팬투표에서도 상당한 호응을 얻을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전무후무한 전 포지션 싹쓸이가 이뤄지면서 올스타 투표방식에 대한 재고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대두되고 있다. 롯데 선수단 내에서도 싹쓸이 현실에 대해 부담을 느끼는 분위기가 감지될 정도다.


○롯데의 베스트10 독식, 어떻게 봐야 하나?

최종 발표 1주일 전의 5차 집계까지는 이스턴리그 2루수 부문에서 롯데 조성환이 SK 정근우에게 4만3000여표 차이로 뒤지고 있었다. 마지막 1주일 동안 역전됐다. 이 기간 동안 롯데 팬들은 SNS 등에서 투표를 독려하는 ‘밀어주기’ 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올스타 인기투표의 특성상 팬층이 두꺼운 팀이 당연히 유리하고, 팬들의 단체행동도 어느 정도 용인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다만 일부 열혈팬들의 ‘극단적인 밀어주기’는 다분히 전체 팬심을 왜곡할 수 있는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SK 홍보팀 김현수 매니저는 “프로야구 인기에 따른 부작용의 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투표의 쏠림 현상이 일어나지 않는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개선책은 없나?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올스타 투표기간의 단축을 하나의 대안으로 검토하고 있는 이유도 올스타 투표에서 드러난 문제점을 인식해서다. 투표기간이 짧아지면 인기구단 팬들의 막판 몰표로 인한 뒤집기 가능성이 다소나마 줄어들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KBO는 올해부터 기존의 야구장 현장투표를 폐지했다. 한 팬이 수십 장의 용지에 대거 투표하는 행위를 방지하기 위해서다. 대신 ‘훼미리마트’에 설치된 ‘postbox’에서 오프라인 투표를 진행했다. 휴대폰 인증번호 발송을 통해 중복투표를 예방하고자 했지만, 이 역시 타인의 휴대폰만 빌릴 수 있으면 언제든 중복투표를 할 수 있는 한계를 지니고 있다. 올스타 투표의 특성을 인정하더라도 최대한 객관적인 결과를 도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KBO 관계자는 “1인 1일 1회로 정해진 인터넷·모바일 투표를 전체적으로 1인 1회로 바꾸거나 선수들의 직접투표와 언론 관계자의 투표에 가중치를 적용해 반영하는 방법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롯데 홍성흔은 “1인 1표로 제한하면 몰표를 막을 수 있고, 더욱 신중하게 투표할 것”이라고 제안했고, 두산 김현수는 “선수들과 기자들도 투표해 결과에 반영하자”고 주장했다.

팬투표에서 역대 최다득표를 기록한 롯데 포수 강민호. 스포츠동아DB



○포지션별 추천선수, 반드시 있어야 하나?

올해 올스타 투표는 각 구단이 선정한 포지션별 추천선수를 대상으로 5월 29일부터 7월 8일까지 진행됐다. 예를 들어 이스턴리그 투수 부문에선 롯데 송승준을 비롯해 삼성 윤성환, SK 박희수, 두산 이용찬 등 4명이 후보였다. 삼성 류중일 감독은 이에 대해 “후보를 적어 낼 때만 해도 우리 팀 에이스는 윤성환이었지만, 윤성환은 그 이후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했다. 더욱이 현재 우리 팀 간판투수는 장원삼이라고 봐야 한다”며 “굳이 후보를 정할 필요가 있느냐”고 반문했다. 일찌감치 후보를 정하는 까닭에 폐해가 발생하고, 팬들의 선택권까지 침해하게 된다는 얘기다. 류 감독은 특히 후보 중에서 선택하는 방식이 아니라 프로야구 초창기처럼 포지션별 전 선수를 대상으로 해야 한다는 주장도 곁들였다. 한화 장성호도 “구단별 1인씩 후보를 정해놓고 투표하는 방식이 문제다. 예를 들어 적정 기준(규정타석 등)을 정해 그에 해당되는 선수 누구에게나 투표할 수 있게 하면 좋을 것 같다”는 의견을 밝혔다.

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kimdohon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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