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수(왼쪽)-나지완. 스포츠동아DB
17일 광주구장. 선수들이 경기를 준비할 수 있도록 취재진도 그라운드와 덕아웃을 비우는 오후 6시 무렵. 김현수가 홈 바로 뒤에서 가볍게 스윙 연습을 하고 있는 나지완에게 다가갔다. 김현수는 “죄송했어요”라고 말하며 고개를 숙였다. 김현수가 다가오는 모습을 보며 벌써 미소를 짓고 있던 나지완은 “그래, 그래. 나중에 보자”고 답했다. 김현수는 또 한번 고개를 숙여 인사한 뒤 역시 웃으며 3루쪽 원정팀 덕아웃으로 돌아갔다.
3일 광주 경기 도중 벌어진 벤치클리어링 직후 김현수는 신일고 2년 선배인 나지완에게 욕설을 했다. 이튿날 김현수가 사과했지만 아직 마음속으로 용서가 되지 않은 나지완은 이를 거절했다. 그리고 사흘이 더 흐른 6일 나지완은 “아직 마음이 좋지 않지만, 용서하고 싶다.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그리고 “현수도 마음이 무겁겠지만, 지금은 시즌 중이다. 그라운드에서만큼은 다 잊고 야구를 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광주에는 18일과 19일 모두 비가 예보돼 있다. 이날(17일)이 그냥 지나가면 자칫 어색한 시간이 더 길어질 수도 있던 상황. 김현수는 경기 시작 직전 홀로 나지완에게 뛰어갔고, 선배도 후배를 따뜻하게 맞았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미소와 함께 많은 것이 한꺼번에 풀리는 장면이었다.
광주|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rushlk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