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올림픽 D-1]선수촌 식당 김치만은 일품… 알고보니 한국산

입력 2012-07-26 0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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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놓자마자 무섭게 동나… 일부 선수 ‘음식과의 전쟁’
“음식 종류는 정말 많아요. 그런데 먹을 게 김치밖에 없어요.”

한 선수의 푸념처럼 런던 올림픽파크 내 선수촌에 머물고 있는 한국 선수들은 매일 식사와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

그들의 증언은 다양하다. “초밥이 나왔는데 설익은 밥을 써서 밥을 먹는 건지 쌀알을 씹는 건지 모르겠다” “너무 짜거나 너무 달아 입맛에 맞지 않는다” 등등.

브루넬대에 자리 잡은 한국 선수단 훈련 캠프에 있는 선수들은 매일 태릉선수촌 못지않은 식사를 즐기고 있다. 한국에서 날아온 요리사들이 한식 위주의 식단을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훈련장 사정 때문에 올림픽파크 선수촌에 머무는 양궁과 사격 등 몇몇 종목 선수들은 외국 요리사들이 만든 음식을 먹을 수밖에 없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 출전했던 한 사격 선수는 “베이징 선수촌과 비교하면 천양지차다. 베이징에는 산해진미가 산처럼 깔려 있었는데 뭘 먹어도 맛있었다. 하지만 런던은 종류는 많은데 먹을 게 없다”고 했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김치 맛 하나만큼은 일품이라고 한다. 선수촌 식당은 영국식과 북미식, 아시아식, 무슬림식, 아프리카식 등 5개의 뷔페 코너로 운영되고 있다. 이 가운데 전 세계 선수들이 가장 좋아하는 코너는 아시아식이다. 그중에서도 김치는 테이블에 올려놓기가 무섭게 동이 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많은 한국 선수들이 “다른 음식은 제대로 못 만들면서 어떻게 김치는 이렇게 맛있게 담갔을까”라는 의문을 품었다. 그 비밀은 최근 주방 옆을 지나던 한 한국 코치에 의해 밝혀졌다. 우연히 주방 안을 엿보게 된 그 코치는 “담근 김치를 내놓는 줄 알았더니 요리사가 한국 J김치의 봉투김치를 가져오더니 가위로 포장을 잘라서 접시 위에 올려놓더라”고 전했다. 이 얘기에 많은 선수들이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J김치는 날이 갈수록 인기를 더하고 있다. 24일 저녁 식사 때는 김치가 금방 떨어지는 바람에 훈련을 마치고 늦게 도착한 몇몇 한국 선수들은 김치 없이 밥을 먹어야 했다는 후문이다.

런던=이헌재 기자 un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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