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영희 기자의 런던 리포트] 키 작은 핸디캡, 영법으로 넘다

입력 2012-08-0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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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환. 스포츠동아DB

박태환표 ‘고효율 영법’이 뭐기에

천부적 부력과 완벽한 스트로크로 약점 극복
중학교시절 독학으로 세계적 선수 영법 흉내


가장 이상적인 영법으로, 체격조건의 핸디캡을 날렸다. ‘마린보이’의 역영에 또 한번 새 역사가 탄생했다. 박태환(23·SK텔레콤)은 31일(한국시간) 아쿠아틱스센터에서 열린 2012런던올림픽 수영 남자 자유형 200m 결선에서 1분44초93의 기록으로 쑨양(중국)과 공동 은메달을 차지했다. 금메달은 1분43초14를 기록한 야닉 아넬(프랑스)에게 돌아갔다. 박태환은 2010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딸 때 세운 자신의 아시아기록(1분44초80)에는 0.13초 뒤졌지만, 2008베이징올림픽에 이어 자유형 200m 2회 연속 은메달을 수확했다. 한국 남자선수 중 올림픽 2회 연속 ‘멀티 메달’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간에는 김수녕과 박성현(이상 양궁) 등 여자 선수 2명만이 달성했던 기록이다.


○거인국에 온 마린보이

자유형 400m에서처럼 이번에도 가장 높은 자리는 아니었다. 그러나 3명의 메달리스트 중에서도 박태환은 가장 눈에 띄었다. 그가 마치 어른들의 틈바구니에 낀 어린아이 같았기 때문이다. 아넬(202cm)과 쑨양(198cm)은 박태환(183cm)보다 각각 19cm, 15cm가 더 컸다. 박태환은 “(결승선) 5m 전까지만 해도 내가 좀 앞서 있었는데…. 하지만 마지막에 몸이 잘 안나가더라고요. 쑨양은 일단 몸이 좀 길잖아요”라며 미소를 지었다.

관중석에서 박수를 보내던 아버지 박인호 씨는 “태환이가 외국선수들의 어깨 높이 밖에 오지 않더라. 더 크게 낳아줬으면 좋았겠지만, 씨가 그것밖에 안되는 것을…”이라며 안타까워했다. 이어 아들이 처음 호주 전지훈련을 다녀와서 한 얘기를 떠올렸다. “아빠, 얼마나 물살이 센지 몸이 떨려.” 옆 레인 선수들의 파워가 워낙 대단해, 파도가 자신에게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얘기였다. 어린 선수가 세계적인 선수들의 덩치에 주눅이 드는 것은 당연했다. 혹시 어깨라도 부딪힐까봐 “어깨를 움츠리고 다녔다”고 할 정도다. 그러나 이제는 쑨양 같이 ‘덩치 큰’ 선수도 “박태환이 롤 모델이었다”고 말한다.




○고효율 감각적 영법으로 장신 벽을 헤치다!

200m는 단거리 속성이 강한 종목이다. 신체적 조건을 무시할 수 없다. 그러나 박태환은 에너지 손실이 적은 고효율의 감각적 영법으로 자신의 핸디캡을 날렸다. 수영에선 자신을 물 위로 띄우는 힘과 앞으로 나아가는 힘이 필요하다. 박태환은 천부적 부력을 지니고 있어, 물 위로 띄우는 힘을 절약할 수 있다. 추진 시에는 I자형 스트로크(스트레이트암)로 완벽한 직선에 가까운 레이스를 펼쳐 체력소모를 줄인다. 스트로크 시, 어깨를 기울여 물의 저항을 최소화하는 롤링 동작도 수준급이다. 남들보다 빠르게 헤엄치면서도 거품이 적은 그의 영법은 조파저항(스트로크시 몸을 추진하면서 생기는 파도에 의한 저항)을 최소화한 것으로 연구대상이다.

거의 독학으로 자신의 영법을 가다듬었다는 점이 더 놀랍다. 박태환은 “중학교시절부터 인터넷에서 세계적인 선수들의 영법을 보고 따라하며 나의 것으로 만들었다. 안 되면 ‘또 해보고’를 수없이 반복한 결과”라고 밝혔다. 하늘은 마린보이에게 신체 대신 눈썰미와 집념을 선물했다. 진짜 물고기는 크기에 상관없이 물을 잘 타는 법이다.

setupma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setupman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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