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놀림 좀 봐, 최고야…결승가면 무조건 금이에요”

입력 2012-08-0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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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SS 펜싱 담당 김태완박사 발동동…‘불운의 스타’ 신아람 다시보기

체육회선 8강 후보…강적 꺾으며 승승장구
김박사 “성격 차분해 큰 사고 칠 것” 예상
신아람 “1초가 그렇게 긴 줄 몰랐다” 통곡


“저것 봐 저 발놀림 좀 봐. 컨디션이 진짜 좋다니까요.”

“이거 결승만 가면 무조건 금이에요. 어떻게 좀 안됩니까.”

남자 에페 이상기 코치와 한국체육과학연구원(KISS) 펜싱 담당 김태완 박사가 관중석에서 3,4위전을 지켜보며 발을 동동 굴렀다. 신아람(26·계룡시청)은 31일(한국시간) 영국 엑셀 런던 사우스 아레나에서 열린 펜싱 여자 에페 개인전 3,4위전에서 쑨위제(중국)에 11-15로 져 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신아람은 앞서 벌어진 준결승에서 ‘멈추지 않는 1초’ 때문에 억울한 패배를 당했다. 신아람은 브리타 하이데만(독일)과 준결승을 치렀다. 5-5에서 경기는 연장으로 넘어갔다. 연장에서도 비긴 채 경기를 마쳤다면 신아람이 경기 시작 전에 얻은 프리오리테(우선권)로 결승에 오를 수 있었다. 그러나 마지막 1초를 남기고 시간이 줄지 않는 어이없는 상황이 계속되면서 통한의 찌르기 공격을 허용해 5-6으로 무릎을 꿇었다.


○최고의 컨디션

신아람은 런던올림픽 전까지 별로 알려지지 않았다. 펜싱은 여자 플러레 남현희(성남시청)가 톱스타였고, 남자 사브르 구본길(국민체육진흥공단) 정도만 주목을 받았다. 대한체육회의 경기력평가 분석표에도 신아람은 8강 후보로 분류돼 있다.

그러나 펜싱 핵심 관계자들은 신아람의 깜짝 선전을 어느 정도 예상했다. 신아람을 옆에서 오래 지켜본 김태완 박사는 “신아람이 정말 많은 땀을 흘렸다. 성격이 무덤덤하고 차분한 게 가장 큰 장점이다. 일을 한 번 낼 것이다”며 기대를 나타냈다.

예상대로 승승장구했다. 16강과 8강에서 세계랭킹 6위와 3위를 연거푸 꺾으며 준결승까지 올랐다. 결승에 올랐다면 금메달도 기대해볼 수 있는 몸놀림이었다. 이상기 코치는 “펜싱에서는 발을 보면 그 선수의 컨디션을 알 수 있다. 신아람은 오늘 최고였다”며 아쉬워했다.


○4년보다 길었던 1시간

이틀 전인 29일, 박태환은 수영 남자 400m 자유형에서 실격 처리됐다가 판정이 번복돼 결승에 올라 은메달을 땄다. 박태환은 경기 후 “결승에서 어떤 전술을 펼치려고 했느냐”는 질문을 받은 후 왈칵 눈물을 쏟아 냈다. 질문에 대한 대답을 생각하니 자연스레 지난 훈련의 힘든 시간이 떠올랐기 때문일 것이다.

신아람도 마찬가지였다. 3,4위전을 마치고 비교적 차분한 표정으로 믹스트 존(공동취재구역)에 들어섰다. 신아람은 “1초가 그렇게 긴 줄 몰랐다. 만 가지 생각이 교차했다. 기다리는 1시간이 지난 4년보다 길었다. (하이데만의) 4번째 공격 때도 시간이 많이 흘렀다. 펜싱에서 가끔 억울한 경우가 있었다고 들었지만 경험할 줄은 몰랐다. 이렇게 큰 대회에서 이런 경우가 나올 줄은 몰랐다”고 말을 이어갔다.

그러나 “컨디션이 상당히 좋았다고 하던데”라는 질문에 담담하게 인터뷰에 응하던 신아람이 갑자기 울먹거렸다. 그는 “남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상관없이 저는 금메달 따고 가야겠다고 생각하고 왔는데…, 이렇게 생각지도 못하게…”라며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신아람은 터져 나오는 울음을 꾹 참으며 발걸음을 돌렸다.

런던(영국)|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Bergkamp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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