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항 황진성이 1일 전북과 FA컵 8강에서 후반 29분 역전 결승골을 터뜨린 뒤 두 주먹을 불끈 쥐며 환호하고 있다. 포항|박화용기자 inphoto@donga.com 트위터 @seven7sola
킬러 없는 포항이 꺼내든 황진성 카드
후반전 2-2서 결승골…전북 꺾고 4강
용병들도 인정한 포항 공격루트의 핵
포항 스틸러스가 전북 현대를 꺾고 2012 하나은행 FA컵 4강에 올랐다.
포항은 1일 포항 스틸야드에서 열린 전북과 대회 8강전에서 짜릿한 3-2 역전승을 거뒀다. “이판사판이다. 단판 승부는 내용보다 결과가 중요하다. 끝까지 물고 늘어지겠다”던 포항 황선홍 감독의 강한 의지가 통했다. 포항은 킥오프 5분 만에 전북 이동국에게 첫 골을 내준 뒤 노병준(전반 13분)-김광석(전반 36분)의 연속골로 역전했고, 후반 17분 서상민에 동점골을 허용하고도 다시 황진성의 결승골로 승리를 챙겼다. 1996년 1회 대회와 2008년 대회를 평정한 포항은 통산 3회 우승을 노릴 수 있게 됐다.
○몸으로 머리로 만든 값진 승리
최근 분위기로 보면 올 시즌 K리그 선두를 달리는 전북의 우세가 점쳐졌다. 전북은 요즘 K리그에서 15경기 무패(12승3무)다. 포항도 끈끈한 플레이를 하지만 기복이 심해 7위까지 쳐져 있다. 정규리그 챔피언 등극이 많이 어려워진 상황이라 FA컵 타이틀은 그래서 더 중요했다.
스코어 2-2.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해결사가 나왔다. 포항 미드필더 황진성(28)이었다.
후반 29분 전북 문전 한복판으로 길게 넘어온 볼을 노병준이 머리로 흘려준 게 전북 수비진 사이로 흘렀다. 이를 놓치지 않았다. 상대 문전을 파고든 황진성은 오른발 슛으로 골망을 갈랐다. 선방을 거듭하던 전북 골키퍼 최은성도 어쩔 수 없었다. 마땅한 골게터가 없는 상황에서 나온 시원한 득점이었기에 의미가 컸다. 황 감독은 올 시즌 내내 스트라이커의 부재로 고민해왔다. 주포의 득점력이 신통치 않자 해결책으로 내놓은 게 ‘제로(0)톱’ 공격전술이었다. 골 결정력을 갖춘 미드필더가 많은 스페인대표팀이 가진 딜레마와는 차원이 달랐다. 그러나 나름 성공적이라는 평가다. 중심은 다용도 활용이 가능한 황진성이었다. 과거 포항을 거쳐 간 모따와 데닐손 등 외국인 선수도 다재다능한 황진성을 향해 “미래의 핵심”이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실제로 꾸준히 골 맛을 보며 다양한 공격 루트를 만들어왔다. 황진성은 올해 4월22일 전북과 시즌 첫 대결(K리그·포항 1-0 승)에서도 결승골을 터뜨려 전북을 울린 기억이 있다. K리그에서는 2골 2도움을 기록 중이다. 황 감독은 “킬러가 없지만 어떻게든 이기겠다”고 했다. 황진성이 그 기대에 부응했다.
포항|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트위터 @yoshike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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