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명랑 권총소녀’의 말 말 말…

런던 올림픽 사격 여자 25m 권총에서 금메달을 딴 김장미가 2일 런던 코리아하우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우승 소감을 묻자 “먼저 머리 모양을 다듬고 싶다”고 말하며 환하게 웃고 있다. 런던=박경모 전문기자 momo@donga.com
“머리 모양을 다듬고 싶어요.”
응? 이건 뭐지? 난생 처음 올림픽 금메달을 땄다. 그래서 소감을 물었더니 입에서 나온 첫마디가 미용실엘 가고 싶단다. “예쁜 머리로 시상대에 오르고 싶어 전날 선수촌 내 미용실을 예약했는데 시간이 늦어 못 갔다”는 거다. 1일 런던 올림픽 사격 여자 25m 권총에서 한국 여자 권총 사상 첫 금메달을 딴 김장미(20·부산시청) 얘기다.
그는 언제나 명랑하고 유쾌한 ‘4차원 소녀’다. 주변 사람들에게도 ‘유쾌 바이러스’를 전파한다. 호랑이로 유명한 변경수 사격 총감독이건 처음 본 사람이건 만나기만 하면 그 자리엔 웃음꽃이 핀다. 김장미는 마치 만화에서 툭 튀어나온 듯한 캐릭터를 지녔다. 그동안 기자를 빵∼터지게 한 김장미의 ‘어록’을 모아봤다.
▽“권총은 복장이 편하잖아요. 총도 짧아서 덜렁덜렁 갖고 다니기 좋아요.”(김장미는 원래 소총선수였다가 중학교 3학년 때 권총으로 전향했다. 왼쪽 덧니 때문에 소총을 쏠 때 불편함을 느껴 권총을 잡았다.)
▽이름이 장미인데 장미꽃 주는 사람이 없어요. 저 장미 좀 주세요.(올림픽 전에 했던 말이지만 변 감독은 김장미에게 사귄 지 381일이 된 남자친구가 있다고 폭로했다. 장미 대신 다른 꽃을 줬나?)
▽“올림픽에서 금메달까지 땄잖아요. 이젠 사격 계속 해야죠.”(김장미의 꿈은 군인이나 경호원, 경찰특공대였다. 최근까지도 군인이 너무 되고 싶다고 했다. 그런데 이날 금메달로 이제부턴 사격만 생각할 거란다).
▽“나이가 어리잖아요. 잘하면 좋고 못해도 그만이에요. 다들 나보다 나이 많겠죠, 뭐.”(올림픽을 앞두고 그는 전혀 떨리는 기색이 없었다. ‘강심장’인 그가 그래도 가장 긴장했던 건 최종 대표선발전이었다고).
▽어이구, 들어오기만 하면 감사합니다.(4월 런던 프레올림픽에서 세계신기록을 세우자 한 우유회사로부터 CF 제의가 들어왔다. 변 감독은 올림픽에 집중하라며 이를 못하게 했다. 하지만 올림픽 금메달을 딴 후 김장미는 CF에 나서고 싶은 기색이 역력하다).
김장미는 “저희 엄마가 저보다 말을 더 잘해요”라고 했다. 대화를 해 보니 ‘역시나’다. 어머니 정향진 씨의 ‘어록’을 추가한다.
▽“출국 전 전화로 런던에서 올 때 명품 가방 하나 사와∼ 했더니 ‘바쁘다’며 빨리 끊더라고요.(정 씨는 명품 가방보다 더 값진 선물을 받았다. 금메달 획득 직후 김장미가 전화를 했을 때 정 씨는 하염없이 기쁨의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원숭이한테 치마 입힌 거 같은 느낌이랄까요.”(김장미는 초등학교 고학년부터는 아예 치마를 입지 않았다. 정 씨는 자기가 보기에도 정말 안 어울렸다고 한다).
런던=이헌재 기자 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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