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맨 김기리. 국경원 동아닷컴 기자 onecut@donga.com
“시청자분들은 잘 모르겠죠? ‘생활의 발견’의 아르바이트 역은 굉장히 신경을 많이 쓰는 연기라 애정이 가요. 자연스럽게 타이밍을 맞추는 게 가장 어렵죠. 또 깡통 달린 화장실 열쇠, 오락실 소형 텔레비전, 이어폰까지. 그냥 구해진 게 아닙니다. (신)보라도 모르는 일들이죠.”
김기리의 말처럼 그가 무대 전면에 나선 것은 아니다. 하지만 현실감 넘치고 디테일한 연기를 선보이며 그의 진가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그의 또 다른 출연작인 ‘불편한 진실’에서의 분량이 부쩍 늘었다. ‘잘 생긴 개그맨’, '연기파 개그맨‘이라는 수식어도 생겼다. 어느덧 ’개콘‘ 내에서도 존재감 있는 개그맨이 됐다.
이젠 ‘개콘’에서 없어서는 안 될 김기리를 만났다. 인터뷰 경험이 많지 않아 사진을 찍고 인터뷰를 하는 것이 어색하다고. 방송에서와 달리 카메라 앞에서의 촬영도 부끄러워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적응을 마쳤고 홀로 연기에 심취한 듯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촬영을 주도했다.
개그맨 김기리. 국경원 동아닷컴 기자 onecut@donga.com
▶ 멀쩡한 외모, 득이 아닌 독
김기리는 KBS 희극인실에서 ‘훈남’급이다. 최근 배우 이희준과 닮은꼴로 눈길을 끌기도 했다.
김기리에게 ‘개콘’ 내 외모 서열을 물어봤다.
“진짜 잘 생긴 사람은 허경환, 송병철 선배죠. (서)태훈이와 저는 그냥 훈남 정도? ‘개콘’에 들어와서 정경미 선배가 굉장히 예뻐해 주셨는데, 나중에 태훈이에게 밀렸죠. 지금은 박지선 선배가 절 좋아하세요. 제가 피하는 처지죠.(웃음)”.
개그맨으로서 반반한 외모가 약점이 될 법도 했다. 하지만 김기리는 스무 살 때부터 매일 대학로에 나가 개그 무대를 준비하며 자신의 무기를 만들었다.
“제가 아이디어를 잘 못 짜기 때문에 연기에 신경을 많이 써요. 과거 SBS ‘웃찾사’에서 활약했던 박영재라는 친구와 한 무대에 오른 적이 있어요. 같은 대사를 하는데도 영재한테만 웃음이 터지더라고요. 외모 때문이었어요. 많이 울었죠.”
부모님의 반대에도 고등학교 때부터 개그맨을 목표로 했었기에 이런 상황은 그를 많이 힘들게 했다. 하지만 이런 아픔은 그의 연기력을 키우는 원동력이 됐다. 대학로 연극무대 조명 연출을 도우며 눈으로 배웠고, 하루에 영화 한 편씩은 꼬박꼬박 챙겨보며 감정을 세웠다.
▶한 번쯤 맡아보고 싶은 드라마 속 아르바이트학생
개그맨 김준호가 질박한 연기의 고수라면, 김기리는 디테일을 살린 상황 연기로 빛이 난다. 실제로 많은 누리꾼들은 김준호와 김기리를 가장 연기력이 뛰어난 개그맨으로 꼽는다.
김기리는 코너 ‘생활의 발견’과 ‘불편한 진실’에서 ‘니주’(상대 개그맨을 받쳐주는 연기)일지라도 작은 소품, 연출을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 그래야 세트가 완성된 것 같아 뿌듯하다고.
김기리 역시 드라마에 출연하고 싶은 뜻을 내비쳤다.
“무조건! 기회가 온다면 해야죠. 하지만 개그가 연기를 위한 발판은 절대 아니에요. 드라마 속 매점 아르바이트생 역할을 꼭 하고 싶어요. 그 역할은 제가 누구보다 잘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아! ‘개콘’ 내에서는 신보라 옆 송중근 선배 자리가 탐나요.”
개그맨 김기리. 국경원 동아닷컴 기자 onecut@donga.com
▶ ‘대세녀’ 신보라와의 다툼, 왜?
김기리는 ‘생활의 발견’의 알바 역에 많은 애착이 있지만, 한편으로는 코너를 이끌어가는 동기 신보라를 부러워했다. 신보라의 이름을 꺼내자 곧바로 “어휴! 걔는 진짜 대박이에요”라며 의외의 대답을 쏟아냈다.
“함께 공채를 준비했던 (임)우일이형이 떨어진 상황에서 평범해 보이는 보라를 처음 보고 자질을 의심했죠. 그런데 겪어보니 좀 ‘또라이’ 같더라고요(웃음). 제가 제일 먼저 보라의 끼를 알아봤을 거예요. 저보다 연습을 덜 했는데 긴 대사를 잘 소화했어요. 게다가 연기까지 잘해요. 보라는 스스로 아는지 모른 척 하는 건지, 혹시 여우 아닐까요?"
김기리에게 신보라는 미운정과 고운정을 나눈 동기다. 신보라가 바쁜 스케줄 탓에 회의에 참석을 못하는 경우가 생겨 트러블이 생긴 적도 있다. 상대적으로 비중이 적은데도 회의에 많은 시간을 투자할 때면 얄미울 때도 있다고.
“보라는 노래부터 연기까지 타고난 게 많은 친구예요. 저랑은 많이 다르죠. 하지만 저는 제 노력으로 보라를 이길 자신이 있어요.
김기리는 “동기이자 라이벌인 보라와의 경쟁을 통해 더 큰 성장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아쉽게도 김기리의 이름을 내건 ‘팀을 위한 길’은 3주 만에 막을 내렸다. 함께 개그지망생 시절을 보냈던 임우일, 서태훈, 이성동과 처음으로 준비한 코너였기에 아쉬움은 더 컸다.
“새 코너로 다시 찾아올게요. 저는 김준호, 김대희, 박성광 선배처럼 등장만으로도 웃기고 싶어요. 아직 배워가는 단계여서 지금은 너무 치열하게 살고 있거든요. 그렇지만 지금처럼 열심히 노력한다면 선배들처럼 큰 존재감을 가진 개그맨이 될 수 있을거라 믿고 있어요. 많이 응원해주세요~.”
글 한민경 동아닷컴 기자 mkha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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