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환경 변화에 ‘고성능 CPU 무용론’ 대두

입력 2012-08-07 17: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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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의 성능 등급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기준은 CPU(중앙처리장치)의 사양이다. CPU는 PC 전반의 데이터 연산과 제어를 담당하며, PC 내부에서 가장 값이 비싼 부품이기도 하다. 하지만 PC의 구조 및 사용 환경, 그리고 콘텐츠가 변화함에 따라 PC의 성능 = CPU의 사양이라는 인식도 이젠 옛 말이 되어가고 있다. 수치상의 성능과 실제로 체감하는 성능 사이의 차이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특히 인터넷 서핑이나 문서작성, 혹은 게임이나 영화 감상과 같이 일반인들이 주로 하는 작업에서 확연하게 드러난다. 인터넷 서핑이나 문서작성, 영화감상 등의 작업은 5~6년 전에 출시된 코어2 듀오 급의 CPU를 탑재한 PC에서도 아무런 문제 없이 할 수 있으며, 게임의 경우, CPU보다는 그래픽카드의 성능에 더 많이 의존하기 때문이다.

PC방, 그래픽카드만 교체해서 게임 ‘쌩쌩’

이는 특히 게임 성능을 중시하는 PC방의 현황을 봐도 잘 알 수 있다. 실제로, 서울 구로구에 위치한 모 PC방의 경우, 2008년에 팔리던 ‘코어2 쿼드 Q6600’ CPU 기반의 PC를 아직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디아블로3’, ‘블레이드앤소울’ 등의 최신 게임을 원활히 구동하는데 그다지 지장이 없다는 것이 업주와 이용자들의 의견이다. CPU는 구형이지만 그래픽카드는 신형 제품인 ‘라데온 HD 7750’을 탑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라데온 HD 7750 그래픽카드는 대당 10만원 초반 정도의 가격에 팔리고 있다. 하지만 만약 CPU까지 ‘코어 i5’와 같은 신형 제품으로 교체하고자 했다면 최소한 PC 한대당 30 ~ 40만원의 비용이 더 추가가 되었을 것이다. CPU 자체도 비싼데다 코어 i 시리즈와 같은 신형 CPU를 탑재하려면 메인보드까지 바꿔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단순히 10 몇 만원 정도만 투자해서 그래픽카드만 교체하면 간단히 게임 구동 성능을 올릴 수 있으니 PC방 업주 입장에서 굳이 CPU까지 바꿀 이유는 없다. 이는 PC방 업주뿐 아니라 게임매니아의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다.

램 확장, SSD 탑재로 부팅 및 프로그램 실행 속도 높일 수 있어

그렇다면 게임을 하지 않는 사용자 입장에서 PC의 성능을 높이고자 한다면 어떨까? 이런 경우에는 그래픽카드 교체는 거의 의미가 없다. 다만, 그렇다고 하여 CPU 교체가 유일한 정답인 것도 아니다. 왜냐하면 일반인들이 주로 하는 작업들의 특성 때문이다.

일반인들이 PC의 성능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경우는 주로 운영체제를 부팅하거나 응용프로그램을 실행하는 속도가 느릴 때, 혹은 프로그램 사용 중 특정 메뉴를 클릭했을 때 버벅거리며 시간이 지체되는 순간이다. 이러한 일련의 작업들에서 발생하는 속도가 저하는 CPU의 연산 능력이 부족해서라기 보다는 각종 데이터를 기억장치에서 쓰거나 읽는 속도가 느려서 발생하는 경우가 더 많기 때문이다.

이 경우에는 PC의 주기억장치인 램(RAM)의 용량을 늘리거나 보조기억장치인 하드디스크(HDD)를 SSD(반도체 기반 매체)로 바꾸면 훨씬 빠르게 작업을 할 수 있다. 물론, CPU의 성능이 부족해서 위와 같은 작업에서 속도 저하가 발생하는 경우도 있지만, 5~6년에 나온 듀얼코어 급 CPU만 있어도 인터넷이나 영화 감상, 문서작업 등에는 충분하다.

그렇다면, CPU 업그레이드는 아무짝에도 필요 없는 것일까? 물론 그렇지는 않다. 포토샵이나 3DS MAX와 같은 전문가용 그래픽 편집 프로그램을 다루거나 동영상 규격을 변경하는 인코딩 작업, 혹은 파일을 압축하거나 압축 파일을 해제하는 작업에선 CPU의 성능이 많은 영향을 끼치는 것이 사실이다. 다만, 그 외의 전반적인 작업에 있어선 굳이 최신의 고급형 CPU가 아니더라도 충분하다는 것이 경험자들의 의견이다.

CPU 업그레이드 할 때마다 메인보드도 바꿔야?

이러한 ‘고성능 CPU 무용론’이 대두된 것은, 과거에 나온 CPU의 성능이 지금도 충분히 쓸만한데다, 최근 나오고 있는 콘텐츠들의 상당수가 CPU보다는 그래픽카드나 기억장치의 성능에 더 많이 의존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더욱이, 세계 최대의 CPU 제조사인 인텔이 약 2년 주기로 새로운 CPU를 발표할 때마다 메인보드의 소켓 규격 역시 바꾸기 때문에 구형 PC에서 CPU를 업그레이드 하려면 메인보드 교체 비용까지 부담해야 한다. 이 역시 CPU 업그레이드에 회의를 가지게 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2013년에 출시될 인텔의 신형 CPU(코드명 하스웰) 역시 기존 메인보드와 호환되지 않는 새로운 소켓 규격으로 등장할 예정이다. 이에 대해 인텔은 여전히 신형 CPU의 성능을 제대로 발휘하려면 메인보드 소켓 규격 역시 바뀌어야 한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다. 다만, 인텔의 경쟁사인 AMD가 구형 메인보드에서도 신형 CPU를 꽂을 수 있도록 호환성을 제공하는 사실을 본다면 인텔의 설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이러한 와중에 최근 CPU 업체들은 빠른 처리속도를 강조하기보다는 낮은 전력 소모나 작은 크기를 강조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실제로 요즘 시장에서 인기를 끄는 ‘울트라북’ 규격의 소형 노트북에는 일반 CPU에 비해 성능을 낮춰 전력 소모를 줄인 CPU가 탑재되고 있다. 예를 들어 같은 ‘인텔 코어 i7’ 브랜드의 CPU라도 울트라북용 코어 i7은 일반 코어 i7에 비해 처리 속도가 낮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이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듯 하다. 고성능 CPU 무용론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또 하나의 근거라 할 수 있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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