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출…부상…희귀병 아름다운 ‘은빛 투혼’

입력 2012-08-10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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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구대표팀 주세혁, 오상은, 유승민(왼쪽부터)이 9일(한국시간) 열린 남자복식 시상식에서 은메달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한국은 결승에서 중국에 0-3으로 패했다. 동아일보 박경모 기자 momo@donga.com

유승민 무릎부상·주세혁 혈관질환 통증
맏형 오상은, 방출 아픔 이겨낸 ‘오뚝이’
유남규감독 “마지막 올림픽 200% 활약”


한국 남자탁구가 금보다 값진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주세혁(32·세계랭킹 10위·삼성생명) 오상은(35·11위·KDB대우증권) 유승민(30·17위·삼성생명)으로 구성된 한국은 9일(한국시간) 런던 엑셀 노스아레나에서 열린 남자탁구 단체전 결승에서 중국에 0-3으로 졌다. 졌지만 값진 성과다. 2008베이징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딴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은메달을 차지했다. 특히 모두가 30대를 넘긴 멤버로 세계 강호들을 물리치고 결승까지 오른 것만으로도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다. 승부는 이미 예정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중국은 세계랭킹 1위 장지커, 2위 마룽, 4위 왕하오가 버티는 최강이었다. 1단식에서 유승민은 마룽을 상대로 기선제압에 나섰지만 역부족이었다. 마룽의 폭발적인 공격에 세트스코어 1-3으로 졌다. 2단식에서도 주세혁이 장지커에 1-3으로 패했고, 유승민과 오상민이 나선 3복식에서도 장지커-왕하오를 넘지 못했다.

○방출, 부상 아픔 딛고 일궈낸 금빛 은메달

이들은 이미 전성기를 넘어섰다. 2004아테네올림픽 개인전 금메달리스트 유승민은 이번 올림픽에서 랭킹에 밀려 단체전에만 출전했다.

어느 한 사람 성한 곳도 없다. 유승민은 지난해 12윌 오른쪽 어깨 인대와 왼쪽 무릎 부상으로 수술을 받았다. 오상은은 작년 소속팀에서 방출되는 쓰라린 아픔도 겪었다. 훈련할 곳이 없어 전전하던 끝에 김택수 감독(KDB대우증권)의 도움으로 겨우 둥지를 틀었다. 주세혁은 더 가슴 찡한 사연이 있다. 그는 희귀병인 류마티스성 베제트(만성염증성 혈관질환)를 앓고 있다. 온 몸에 염증이 생기는 희귀성 난치병으로 만성적인 통증을 유발한다. 불과 2개월 전만 해도 주세혁은 올림픽 출전을 포기할 상황이었다. 이번 대회에서 진통제를 맞고 투혼을 불살랐다. 유남규 감독은 “동메달이라도 딸 수 있을까 걱정했다. 노장들이 마지막 올림픽에서 200% 활약을 보여줬다”면서 “금메달보다 값진 은메달이다”며 선수들을 격려했다.

졌지만 희망의 끈은 놓지 않았다. 유 감독은 “이번 올림픽에서 뛴 선수들은 중국 선수들을 이기기 어려웠다. 그러나 김민석, 서현덕, 이상수 등 젊은 선수들은 중국에 크게 뒤지지 않는 기술을 지녔다. 뚜렷한 목표의식을 가지고 훈련하면 다음 올림픽과 아시안게임에서 중국의 벽을 넘을 수 있을 것이다”며 다음을 기약했다.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na18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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