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 감독. 스포츠동아DB
브라질과 준결승에서 패하고 일본과 3,4위전이 확정된 뒤 숙소로 돌아오는 선수단 버스 안에서 홍명보 감독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요. 일본이라….
한국축구에서 홍 감독만큼 일본과 깊은 인연을 가진 이도 드뭅니다. 일단 선수 때 전적을 보면 홍 감독과 그 윗세대 축구인들이 그렇듯 일본에 진 적이 없습니다. 홍 감독은 A대표로 일본과 4번 만나 3승1무를 거뒀습니다. 홍 감독은 1997년 K리그에서 일본 J리그 벨마레 히라츠카로 이적하며 제2의 축구인생을 꽃피웠습니다. 1999년 가시와 레이솔로 팀을 옮기며 J리그 최초 외국인 선수 주장으로 많은 화제를 모았죠. 홍 감독은 유럽 선진 시스템을 접목한 J리그에서 뛰며 많은 것을 느꼈고, 그의 축구인생에 동반자가 될 많은 지인들을 만났습니다. 홍 감독이 삼고초려로 모셔온 이케다 세이고 피지컬 코치도 그 중 1명입니다.
일본대표팀은 홍 감독에게 또 하나 잊지 못할 기억을 안겨준 적이 있습니다.
홍 감독은 2007년 대표팀 수석코치로 핌 베어벡 감독을 보좌해 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에서 열린 아시안컵에 출전했습니다. 3,4위전 상대는 일본. 한국은 승부차기 끝에 짜릿한 승리를 거뒀지만 홍 감독은 그라운드에 없었습니다. 당시 주심의 판정에 항의하던 베어벡과 홍 감독, 코사 코치를 몽땅 퇴장시키는 초유의 일이 벌어졌거든요.
아시안컵에서 돌아온 베어벡이 사임한 뒤 홍 감독은 유력한 차기 올림픽팀 사령탑 후보였습니다. 그러나 3,4위전 퇴장 때문에 아시아축구연맹(AFC) 주관 8경기에 나서지 못한다는 추가징계가 빌미가 돼 결국 박성화 감독을 보좌하는 코치가 됩니다. 추가징계가 없었다면 홍 감독은 이미 4년 전 베이징에서 4강 신화를 썼을 지도 모릅니다. 홍 감독은 2009년 U-20 대표팀 감독을 시작으로 3년 간 올림픽을 바라보고 철저한 준비를 해 왔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목표 달성을 눈앞에 둔 지금 만난 상대가 또 일본이네요. 일본을 누르고 환하게 웃는 홍 감독의 얼굴을 볼 수 있길 기원합니다.
카디프(영국)|윤태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