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정’이라는 수식어는 더이상 어울리지 않았다. 파워와 기술을 겸비한 원숙한 연기는 이미 리듬체조 변방 아시아를 넘어 세계 정상을 향해 가고 있었다. 그가 ‘여왕’으로 불릴 날을 꿈꾸게 만들기에 충분한 연기였다.
손연재(18·세종고)가 한국 리듬체조 사상 처음으로 올림픽 결선 무대에 진출하는 쾌거를 이뤄냈다. 손연재는 10일 영국 런던 웸블리 경기장에서 끝난 리듬체조 개인종합 예선 둘째 날 경기에서 곤봉 26.350점, 리본 28.050점을 얻어 전날 후프(28.075점)와 볼(27.825점)을 합쳐 합계 110.300점으로 6위를 기록했다. 출전 선수 24명 중 상위 10위까지 주어진 결선 진출권을 획득한 것이다.

손연재는 전날 후프와 볼에서 중간 합계 4위에 올라 결선행이 유력했다. 하지만 이날 첫 번째 종목인 곤봉 연기 초반 기구를 공중으로 던진 뒤 다시 바닥에 정지시키는 장면에서 실수를 했다. 설상가상으로 리듬체조 슈즈가 벗겨지는 불운까지 겪었다. 개의치 않고 연기를 마쳤지만 26.350점을 받고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마지막 리본을 남긴 상황에서 중간 순위는 7위까지 떨어졌다.

그러나 손연재는 약 30분의 쉬는 시간 동안 마음을 다잡고 나온 리본 경기에서 무결점 연기로 28.050점을 획득해 곤봉 실수를 곧바로 만회했다. 손연재는 “곤봉 실수 후 무척 당황했지만 여기는 꿈꾸던 올림픽 무대고 내가 끝내야 할 일이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개인종합 결선은 11일 오후 9시 30분 시작된다.

런던=유근형 기자 noe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