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에 출전하는 선수라면 누구나 시상대 위 가장 높은 자리를 꿈꾼다. 하지만 아무나 그 자리에 오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금메달의 환호 뒤엔 4년 뒤를 기약해야 하는 선수들의 아쉬움도 있다. 한국 트라이애슬론 사상 최초로 올림픽에 출전한 ‘철인’ 허민호(22·서울시청)와 다이빙 여자 10m 플랫폼 최연소 국가대표 김수지(14·천상중)의 도전도 그랬다.
○ ‘철인’의 도전은 이제 시작
그는 올림픽을 앞두고 프랑스에서 두 달 동안 현지 적응 훈련을 마쳤다. 외로운 싸움이었다. 훈련 파트너도 없이 혼자 페이스를 조절해야 했다. 국내 등록선수가 100여 명에 불과한 열악한 현실에서 그 이상의 지원을 기대하기는 무리였다.
하지만 허민호의 도전은 이제 시작이다. 그는 “다음 올림픽에서는 10위 안에 들고 싶다. 취약 종목인 달리기에서 30분대를 깨면 충분히 노려볼 만하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허민호의 수영과 사이클 기록은 상위권 선수들에 비해 크게 뒤지지 않는다.
그는 올림픽이 채 끝나기도 전인 11일 전북 부안에서 열린 해양스포츠제전에 출전해 우승을 차지했다. 대표팀에서 훈련하느라 팀 성적에 기여를 못한 것이 마음에 걸렸기 때문이다.
○ 여자 박태환을 꿈꾸는 당찬 소녀
하지만 가능성도 봤다. 김수지는 “공중 동작은 조금만 더 노력하면 세계적인 선수들만큼 할 수 있을 것 같다”며 당찬 포부를 밝혔다. 성장 속도도 빠르다. 지난해 11월 국가대표로 깜짝 발탁된 뒤 2월 런던 다이빙 월드컵에서 플레이오프를 거쳐 올림픽 진출권을 따냈다,
그는 “공중에서 자세가 조금 흐트러졌는데도 깔끔하게 입수를 마무리하는 중국 선수들을 보고 많이 배웠다”고 했다. 4년 뒤 리우데자네이루에서는 예선 통과(18위 내)가 목표다. 조금 더 욕심을 내 12명이 겨루는 결선에도 진출하고 싶단다. 수영 불모지 한국에 금메달을 안긴 박태환의 올림픽 첫 도전은 15세이던 2004년 아테네 대회였다. 김수지는 그보다 어린 나이에 세계무대에 섰다. 다음 올림픽이 기대되는 이유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