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종구 스포츠레저부 차장
박주영이 지난해 8월 병무청에 국외 여행기간 연장을 신청하면서 의도적인 ‘병역 회피’ 논란이 불거졌을 때 그날이 생각났다. 여행 기간을 연장한 게 뒤늦게 밝혀지며 병역 회피의 의도성이 부각됐지만 박주영의 평소 행동으로 볼 때 선수생활을 더 오래하기 위한 방편이었지 병역을 회피하진 않았을 것이란 판단이 들었다. 이에 대해 박주영은 ‘평소대로’ 공식적으로 아무런 의사표현을 하지 않았다.
이게 홍명보 올림픽 축구대표팀 감독을 애태우게 했다. 골잡이가 없어 박주영을 와일드카드로 뽑고 싶은데 선발하면 ‘역적’이 되는 분위기였다. 개인적으로 아무리 떳떳해도 국가대표로 공인인 이상 오해하고 있는 국민에겐 설명이 필요했는데 아무런 행동이 없어 갑갑했던 것이다. 결국 홍 감독은 6월 박주영을 끌고 나와 “꼭 군대에 가겠다”는 기자회견을 하고 올림픽팀에 선발했다. 박주영은 스위스와의 조별 예선에서 선제 헤딩골을 잡았고 일본과의 동메달 결정전에서도 선제 결승골을 터뜨리며 2-0 완승을 주도해 한국의 사상 첫 올림픽 축구 메달이란 신화를 쓰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박주영은 동메달을 획득한 뒤 “한국에 사상 첫 메달을 안겨 기쁘다. 무엇보다도 선수들에게 새로운 기회가 생겨 기쁘다”고 말했다. 올림픽에서 메달을 획득한 선수들이 병역 특례를 받아 그라운드에서 기량을 펼칠 시간이 늘어나고 해외 진출 기회를 얻기도 쉬워졌다는 의미였다. 일부에서는 올림픽에서 메달을 땄다고 병역을 면제해 주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사상 첫 올림픽 축구 동메달로 우리가 얼마나 기뻐했던가. 병역특례법은 존재하고 있다. 법은 모두에게 고르게 적용돼야 한다. 이제 박주영의 ‘진심’을 믿고 그를 병역의 굴레에서 벗어나게 해주자. 그럼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우리를 더 기쁘게 해줄 것이다. 우리 이렇게 외쳐보자. “주영아, 군대 안 가도 된다. 더 열심히 뛰어라.”
양종구 스포츠레저부 차장 yjongk@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