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류권 묶인 前 KIA 투수 콜론 “한국에서 뛰고 싶다”

입력 2012-08-27 10:2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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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만 콜론. 동아닷컴DB

[동아닷컴]

도미니카공화국 출신의 투수 로만 콜론(33)은 지난 2010년 KIA에서 뛰었다.

당시 시즌 중(5월)에 팀에 합류했음에도 그 해 8승 7패 평균자책점 3.91의 준수한 성적을 올렸다. 하지만 구단은 이듬해 콜론과 재계약 하지 않았다. 대신 트레비스 블랙클리(현 오클랜드)를 영입했다.

동아닷컴 취재진이 미국에서 콜론을 만난 것은 올해 초. 당시 콜론은 “나는 피해자다. 한국에서 다시 던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그의 목소리에는 간절함이 배어 있었다.

“재계약 하겠다는 KIA를 믿고 기다렸다. 하지만 내 의지와 상관없이 재계약하지 못했다. 괜찮다.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나를 향후 5년간 한국 내 다른 팀에서도 뛰지 못하도록 보류권을 행사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말도 안 된다.”

외국인 선수와 관련된 한국야구위원회(KBO) 규정 제10장 ‘독점교섭기간 및 보류권’ 조항에 의하면 ‘구단은 계약연도 11월 30일까지 재계약 의사를 서면으로 선수와 그의 지정 대리인에게 통지해야 한다’라고 명시돼 있다. KIA 운영팀은 당시 콜론의 미국 에이전트에게 보냈다는 재계약 통지서를 취재진에게 공개했다.

이 통지서에 따르면 KIA는 콜론과 재계약할 의사가 있으며 KBO 규정에 따라 전년도 계약금을 포함한 연봉 총액 75% 또는 그 이상을 2011년 연봉으로 지급할 의사가 있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하지만 콜론은 이 서류를 받지 못했으며 아울러 당시 그의 에이전트도 이와 관련된 내용을 자신에게 말해주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 일로 콜론은 해당 에이전트를 해고하고 다른 에이전트를 고용했다.

또 KIA 운영팀으로부터 재계약과 관련해 구두로 언질을 받았으며 설령 재계약 하지 못하더라도 자신이 재계약을 원했기 때문에 KIA가 자신에 대한 보류권을 행사할지는 몰랐다는게 콜론의 설명.

KBO 규정 제10장 A조항에 따르면 ‘구단이 외국인 선수에게 재계약 의사를 통보했음에도 재계약 하지 못하면 구단은 재계약 제안을 함으로써 다음 5년간 한국 구단에 대한 보류권을 갖는다’고 명시돼 있다. 구단이 외국인 선수에게 재계약 통보를 했을 경우 5년 간 해당 선수를 한국 내 다른 팀에서 뛸 수 없도록 묶어놓을 수 있는 것.

문제는 이 조항이 충분히 악용될 소지가 있다는 것. 구단은 계약 내용과 상관없이 선수에게 재계약 의사만 밝히면 향후 5년간 한국 내 다른 팀에서 뛸 수 없도록 보류권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콜론의 경우 KIA가 재계약 통지서만 콜론의 에이전트에게 보냈을 뿐 재계약과 관련해 구단이 정확히 얼마의 연봉을 제시했으며 콜론이 어떤 이유로 재계약 하지 않았는지 그 어떤 증거나 관련서류도 없다. KBO 또한 구단이 재계약 통지서 사본만 제출하면 해당 선수의 소명이나 서명이 없더라도 선수에 대한 구단의 보류권을 인정해 주고 있다.

이와 관련해 KBO 운영팀은 “향후에는 외국인 선수 보류권을 인정할 때 해당 선수가 재계약 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힌 관련 서류 등을 확보하는 등 좀 더 합리적인 보완책을 내놓겠다”고 말했다.

콜론은 KIA의 보류권 행사로 2015년까지 한국 내 타구단과 계약할 수 없다. 콜론의 나이(33)를 고려하면 그가 한국에서 다시 뛸 가능성은 극히 낮을 수 밖에 없다.

콜론은 현재 미국 무대에서 뛰고 있다. 지난 6월 메이저리그(캔자스시티 로열스)에 콜업돼 3경기에 등판했고 지금은 트리플 A(오마하 스톰차져스)에서 활약 중이다. 올 시즌 트리플 A 성적은 4승 2패 평균자책점 3.00, 중간계투로 활약한 메이저리그에서는 승패 없이 평균자책점 6.75를 기록 중이다.

콜론은 왜 한국 무대에서 뛰고 싶어하는 것일까?

“돈이 문제라면 이 곳 미국에서 뛰면 된다. 하지만 지금도 마운드를 내려와 더그아웃으로 향할 때 내 이름을 연호해주던 한국 팬들의 열광적인 모습이 눈에 선하다. 나를 진정 사랑해주고 인정해 주는 팬이 있는 곳에서 던지고 싶다.”

콜론은 최근 보류권 문제를 해결하고 한국 무대 복귀 타진을 위해 한국인 에이전트(존 리)를 따로 고용했다. 존 리는 동아닷컴과의 인터뷰에서 “KBO의 규정을 존중한다. 그렇지만 콜론의 경우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 만약 추신수가 클리블랜드와 재계약하지 않았다고 구단이 추신수를 메이저리그 타 구단에서 뛸 수 없도록 5년 씩이나 묶어 놓으면 말이 되겠는가”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또 “콜론이 다시 메이저리그에 승격되면 메이저리그 사무국을 통해 KBO에 공식 항의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메이저리그 기자들을 모아놓고 기자회견도 할 수 있다. 그렇지만 나도 한국인이다. 이 일로 메이저리그 사무국까지 개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그 전에 문제가 잘 해결되기 바란다”며 KIA 측의 조속한 보류권 철회를 호소했다.

로스앤젤레스=이상희 동아닷컴 객원기자 sanglee@indiana.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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