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희 “‘108배’로 공들인 영화…여자들의 번뇌 담았죠”

입력 2012-08-29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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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희는 영화 ‘청포도 사탕’에서 정해진 길을 걸으며 반듯한 인생을 살아가고 있는 은행원 선주 역을 맡았다. ‘여자로서 느끼는 공감’ 때문에 영화를 선택했다고 했다. 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트위터 @seven7sola

■ 박진희, ‘청포도 사탕’으로 스크린 복귀

아침마다 절하고 묵언수행도 다녀와
“이젠 하나에 집중하고파” 마음 수련

여자들끼리 촬영…시너지 효과 톡톡
학창시절 우정과 질투…공감 이끌어

“과도기 같은 기분을 느껴요.”

배우 박진희(34)는 연기를 하며 드는 고민이 점차 많아지는 듯 보였다. “할 수 있는 일과 해야 하는 일이 다를 수도 있는데 그걸 좁혀 나가야 하는 일이 지금 내가 갖고 있는 목표”라며 “뭘 더 잘할 수 있을지 늘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30대 중반에 접어든 여배우라면 누구나 거치는 고민의 과정. 하지만 터놓고 자신을 진단하는 일은, 특히 여배우에겐 쉽지 않다. 그런데도 박진희는 최근 집중하고 있다는 “마음 수련” 덕분인지 어렵지 않게 자신의 상황을 꺼냈다.

드라마 ‘발효가족’을 끝내고 3개월의 시간을 박진희는 “마음공부를 하는 데 쏟았다”고 했다. 책도 읽고 산에도 다녔다.

“마치 공력이 쌓인다는 기분일까요. 한 작품을 끝내고 나면 점점 그 상황에서 빠져나오는 게 쉽지 않아요. ‘발효가족’을 끝내고 나서는 더 심했어요.”

최근 박진희는 문경의 한 사찰을 찾아 템플스테이에 참여했다. 매니저도 없이 혈혈단신 나섰다. 과거엔 혼자 가는 여행에 두려움이 컸지만 이제는 조금씩 용기를 내고 있는 중이다.

“4박5일 동안 묵언수행을 했어요. 올해 초에 강화도로 한 번 다녀왔는데 좋은 느낌이 남아서 이번엔 문경으로 갔어요. 사실 공동체 생활을 한다는 게 생각만큼 쉽지 않잖아요. 특히 저와 같은 경우엔. 모르는 사람들이랑 같이 샤워하고 밥 먹고. 그래도 얻는 게 더 많으니 자꾸 가는 것 같아요.”

박진희는 “분주함을 좀 버리고 싶다”고도 했다. 의욕이 앞서 그동안 연기 외에도 여러 분야에 관심을 뒀고 부지런히 움직였지만 이제는 “하나에만 집중하고 싶다”는 마음이 더 크다. 요리, 꽃꽂이처럼 다양하게 즐기던 취미 생활을 정리하고 요즘은 아침마다 요가와 ‘108배’에만 집중한다고 했다.

108배는 다소 의외다. 박진희는 종교적인 선택이라기보다 “나를 돌아보는 시간”이라며 “연기자나 연예계 종사자들에게 정말 추천하고 싶다”며 목소리를 키웠다.

“누구에게나 자신을 마주보는 일은 필요하잖아요. 아침마다 108번 절을 하면 어제의 일들이 차례로 지나가요. 나를 정면으로 바라보는 느낌이죠. 마음을 잡는 데도 좋은데 사실은 살도 굉장히 많이 빠져요.(웃음) 전신운동이거든요.”

박진희는 9월 6일 개봉하는 주연 영화 ‘청포도 사탕’(감독 김희정)에서도 요즘 느끼는 기분을 그대로 담았다. “자신을 마주보는 걸 두려워하며 17년 동안 미뤄 둔 여자의 마음 도전 같은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영화는 17년 전 단짝이었던 중학교 동창들이 어떤 사건을 겪은 뒤 헤어졌다가 다시 만나 과거 서로에게 남은 상처를 들여다보는 이야기다.

박진희은 정해진 길을 걸으며 반듯한 인생을 살아가고 있는 은행원을 연기했다. 박진희가 이 영화를 택한 건 “여자로서 느끼는 공감”에서였다.

“가장 친하게 지내는 친구들도 중학교 동창들이에요. 여중, 여고, 여대 출신이라 더 각별한 게 있죠. 친한 친구 사이에 다른 한 명이 끼어들어 질투하거나 질투의 대상이 됐던 기억, 여자라면 누구나 한 번쯤 있을 거예요.”

여성감독과의 호흡도 익숙하다. 2007년 ‘궁녀’ 때와 비슷한 환경. 박진희는 “당시도 모조리 여자였는데 이번에도 비슷했다”며 “함께 만드는 시너지가 분명하다”고 했다.

박진희는 좀 더 유연하게 연기 변신도 할 생각이다. 얼마 전 친한 후배인 윤소이와 영화 ‘도둑들’을 보고 굉장히 자극을 받아 함께 맥주를 마셨다는 박진희는 “좀 더 용기를 내어 설 자리를 다지고 싶다”고 했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madeihar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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