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동안 쉼 없이 달려오며 얻은 것이 많다고 자랑한 진이한. 잠시 여유를 갖고 자신을 돌아볼 예정이다. 사진제공|마이네임 엔터테인먼트
몰상식한 행동 앞엔 그 자리서 고치라고 말해
선배한테 직언 많이해 한때 싸가지라고 불려
‘남동생’ 김재중과 잦은 술자리…애교도 부려
당분간 쉬고 싶어…성공하면 다시 연극무대로
2년 가까이 쉬지 못해 당분간 아무것도 하지 않고 지내겠다는 연기자 진이한(34)은 많이 지쳐 있었다. 8월 종영한 MBC 드라마 ‘닥터 진’을 촬영하며 연기는 물론이고 더위와 싸우느라 진을 뺐다. 이동 중 대형 교통사고를 당하기도 했다. “죽을 뻔했는데 하늘이 도왔다”며 당시의 아찔함을 떠올렸다.
진이한은 ‘닥터 진’에서 개혁의 의지를 불태우는 열혈 선비를 연기하며 실력을 인정받았고, 덩달아 ‘남동생’도 얻었다. 함께 출연한 김재중을 보면 이것저것 챙겨주고 싶단다. 그래서 이들은 부산 해운대로 여행도 가고 오락실에서 게임을 즐기는 등 종영 후 종종 만나 시간을 보냈다.
“재중이와는 O형으로 혈액형도 같아 성격이 잘 맞는다. 무엇보다 어린 나이에 데뷔해서 그런지 나이에 비해 생각하는 게 어른스럽다. 저는 사람을 대할 때 예의를 중시하는 스타일인데 재중이는 예의가 몸에 잘 배어 있다.”
덧붙여 진이한은 김재중과 지내면서 주량도 많이 늘어난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소주 두 잔이었던 주량도 한 병 반으로 늘었다. 이제야 ‘취함’의 즐거움을 알게 된 것 같다. 그리고 애교도 부린다”며 웃었다.
2004년 뮤지컬 ‘루나틱’으로 데뷔한 진이한은 미술 전공자이지만 노래와 춤에 소질이 있어 가수 제의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모두 거절했다. 연예기획사 관계자들이 주는 명함은 쳐다보지도 않았다. 무대에 서는 것만이 자신의 길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진이한을 주변에서 괴롭혔고, 그는 칩거에 돌입했다.
“사람에 치여서 지치고 질렸다. 3개월 동안 집에서 나오지 않았다. ‘내가 뭘 해야 할까’라는 생각에 사로잡혔다. 전공을 살려 대학로에서 캐리커처를 그릴까도 생각했다. ‘아니면 말고’의 심정으로 그만뒀는데 어느 순간 다시 연기가 생각나더라. 저 스스로 버렸던 것을 찾게 됐다.”
그때 만난 작품이 드라마 데뷔작인 ‘한성별곡’(2007). 곽정환 PD와 가진 3시간의 미팅과 오디션 끝에 주인공에 발탁됐다. 가진 것 없이 검증되지 않은 자신을 선택한 곽 PD의 모험이 지금의 자신을 있게 했다며 감사함도 잊지 않았다.
의외(?)로 진이한은 보수적이다. 여자친구에게 ‘미니스커트 금지령’을 내렸던 것은 물론이며, 자신의 상식에서 벗어나는 부분은 선배들이라도 용납할 수 없었다. 예의 없는 행동에 대해서는 그 자리에서 ‘고치라’고 얘기하는 스타일이다. 그래서 ‘싸가지’라고 불리기도 했다. 엄격한 성격의 부모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밤 10시면 집에 들어가야 했다. 외박은 당연히 되지 않아 대학 때 MT도 가지 못했다. 그러다 군대 휴가 나오면서 조금씩 부모님의 눈치를 살피며 늦게 들어갔다. 군대에서 힘들게 훈련받다 나오지 않았느냐 하면서. 하하!”
“정형화한 캐릭터는 별로 연기하고 싶지 않다”는 그는 실제로 다양한 모습을 드러냈다. 시트콤 ‘몽땅 내 사랑’에서는 거침없이 망가지며 코믹 연기의 진수를 보여줬다. 드라마 ‘애정만만세’에서는 지독한 악역으로 변신을 즐겼다.
진이한은 2005년 장현승 유지태 등과 출연했던 연극 ‘육분의 륙’의 마지막 장면인 러시안 룰렛에 빠져 마지막 총알에 맞아 죽어가는 모습을 인터뷰 도중 재연했다. 대사, 제스처 등 당시 앞줄에 앉아 있던 관객들의 표정까지 모두 기억했다.
“무대를 떠나 방송을 시작하면서 성공하면 다시 무대로 돌아가겠다고 스스로 다짐했다. 하지만 아직은 아닌 것 같다.”
진이한은 그렇게 또 한 번의 변신을 기다리고 있다.
백솔미 기자 bsm@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bsm0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