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경. 스포츠동아DB
“유례없는 중대 사안…즉답은 어렵다
우선 2주이내 로컬룰 따라 자체 해결
그래도 안될땐 FIVB가 직접 나설 것”
대한배구협회가 국제적인 망신을 자초했다. 김연경(24·흥국생명·사진)의 해외이적 문제와 관련해서다.
대한배구협회는 19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애너하임에서 열린 국제배구연맹(FIVB) 33차 세계총회(18∼21일)에서 FIVB 관계자들과 미팅을 가졌다. FIVB의 새 회장을 선출하기 위한 자리에 끼어들어 ‘우리 문제 좀 해결해 달라’고 매달린 것이다. 이 자리에는 대한배구협회 박성민 부회장, 성기학 국제부장, 한국배구연맹(KOVO) 김장희 경기운영팀장, 장경민 대리가 참석했다. FIVB측에서는 규정담당자와 법률담당 변호사 단 두 명만 참석했다.
오전과 오후 두 차례에 걸쳐 회의를 했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 FIVB의 답변 내용을 보면 질의서를 보낸 것 자체가 우습게 됐다.
FIVB는 “선수의 국제 이적과 관련해서는 로컬룰이 우선이지만 대한배구협회가 (스스로 해결하지 못하고) FIVB에 공식적으로 질의를 해왔기 때문에 FIVB에서도 (유례가 없는) 중대 사안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즉답은 어렵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결론이 나려면 시간이 꽤 걸릴 전망이다.
FIVB는 “첫째 구단과 선수가 2주 이내에 자체적으로 해결하기를 바란다. 자체적으로 문제 해결이 안 될 경우 스위스 로잔의 FIVB 본부에서 모든 관련자들(대한배구협회, 한국배구연맹, 흥국생명, 김연경, FIVB 관계자)이 참석한 가운데 회의를 갖는다. 이 자리에서도 합의가 되지 않을 경우 신임 FIVB 총재가 1주일 이내에 최종 의사결정을 하겠다”고 했다.
자체적으로 해결하지 않으면 FIVB가 최종적으로 나서겠다는 요지인데, 그렇다면 굳이 스위스까지 갈 필요 없이 로컬 룰에 따라 결정하면 될 사안이다.
로컬룰이 버젓이 존재하는데도 배구협회는 임태희 회장의 “김연경 문제를 국위선양 쪽으로 해결하겠다”는 정치적 발언을 관철시키기 위해 FIVB로 넘겼다. 앞서 배구협회는 이사회를 통해 ‘김연경의 국제이적동의서(ITC) 발급은 불가’라는 방침을 확인한 바 있다. 하지만 임 회장과 박성민 부회장은 이 모든 결정을 뒤집었다. FIVB에 보낸 공식 질의서 내용도 임회장과 박부회장의 뜻에 따라 쓰여졌다. 내용은 공문이 아니라 읍소에 가깝다.
김연경이 세계무대에서 활약하는 것은 모두의 바람이지만 이는 반드시 룰 안에서 이뤄져야 한다. 로컬 룰 대로 진행하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
원성열 기자 seren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serenow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