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엽 10년이 흘러도, 푸른피의 李대포 건재

입력 2012-10-25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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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저녁 대구 시민야구장에서 열린 2012 프로야구 삼성과 SK의 한국시리즈 1차전 경기에서 3회말 삼성 이승엽이 2사 2루 타석에서 볼넷으로 진루 한 후 김태균 코치의 축하를 받고 있다. 대구ㅣ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트위터 @seven7sola

이승엽은 KS스타일

2002년 KS6차전 3점포 때린후 딱 10년
국내복귀 첫해 KS 첫판부터 결승 투런포
이승엽 “첫 타석에 밀어쳐서 홈런 기쁘다”


삼성 이승엽(36)은 SK와의 한국시리즈(KS)를 앞두고 “어떤 수를 쓰더라도 1차전에 승리하겠다”고 다짐했다.

2004년 일본에 진출했다가 올 시즌 다시 삼성의 푸른 유니폼을 입은 그는 “지난해 삼성이 우승했는데 내가 돌아온 첫해에 우승을 못했다는 소리는 듣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부담이 많은 무대. 그러나 그는 ‘이승엽’이었다.

24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KS 1차전 1회 기선을 제압하는 결승 좌월2점홈런을 날리며 3-1 승리에 앞장섰다.

○10년 전 기적의 3점홈런

2002년 11월 10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KS 6차전. 삼성이 3승2패로 앞선 가운데 이승엽은 6-9로 뒤진 9회말 1사 1·2루 찬스서 타석에 섰다. 상대 투수는 ‘갈기머리’ LG 이상훈. 포수는 조인성. 이 경기에서 지면 삼성으로서도 우승을 장담할 수 없었다. 여기서 이승엽은 한국야구사에 길이 남을 전설의 홈런을 날렸다. 동점 우월3점포. 그리고 다음타자 마해영의 끝내기홈런이 터지면서 삼성은 창단 후 첫 KS 우승 고지에 올랐다. 이승엽은 당시 양준혁을 끌어안고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다시 쓰는 가을의 전설!

10년의 세월이 흘렀다. 이승엽은 ‘기적의 홈런’을 쳤던 그 자리에 다시 섰다. 1회말 1사 1루. 포수는 공교롭게도 10년 전 LG 유니폼을 입고 있던 SK 조인성이었다. 조인성은 “10년 전 이승엽에게 슬라이더를 던지다 맞았다”며 아직도 당시의 볼배합까지 기억하고 있었다. 그러나 승부는 얄궂었다. 볼카운트 1B-1S서 이승엽은 SK 선발 윤희상의 주무기인 포크볼을 밀어 쳐 이번에는 왼쪽 담장을 넘겨버렸다. 브레이크가 걸리지 않은 바깥쪽 높은 실투를 공략했다. 10년의 세월을 잇는 홈런포. 2002년 KS 마지막 타석 홈런과 2012년 KS 첫 타석 홈런이었기에 공식적으로 역대 6번째 KS 연타석 홈런으로 기록됐다. 이승엽 개인적으로 생애 5번째 KS 홈런. 아울러 포스트시즌(PS) 개인통산 13호 홈런으로 타이론 우즈(전 두산)와 함께 역대 PS 최다 홈런 타이기록을 세웠다.

○36세, 36번, 그리고 3636일

결과적으로 이 홈런 한방으로 KS 1차전 승패는 갈렸다. 삼성의 막강한 마운드는 SK에 1점밖에 내주지 않았다. “수단을 가리지 않겠다”던 이승엽이었지만, 예나 지금이나 역시 그가 팀을 승리로 인도하는 ‘수단’은 ‘홈런’이었다. 10년 전 그의 나이는 26세였다. 지금 그는 36세다. 등번호는 그때나 지금이나 36번. 2002년 11월 10일 마지막 KS 홈런을 친 뒤 이날은 공교롭게도 3636일 만이었다.

대구|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keystone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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