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재현의 가을 다이어리] 김태형의 믿음 1장 “SK사전에 허무한 패배란 없다”

입력 2012-10-29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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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코치. 스포츠동아DB

20년 넘게 입어온 유니폼을 벗었습니다. 곧바로 SK에 몸담았지만, 솔직히 계약서에 사인한 뒤에도 실감하지 못했습니다. 그만큼 두산 베어스, 잠실 라커룸, 운동장, 그리고 선수들…. 모든 게 제게는 집이었고, 가족이었습니다.

누구나 ‘처음’은 낯설고 두렵기 마련이죠. 저 역시 그랬습니다. 그래도 SK에서의 삶이 새로운 공부라고 생각했습니다. 저를 객관적으로 테스트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것에 감사했습니다.

“포수 빅3(박경완 조인성 정상호) 때문에 힘들지 않으세요?” SK로 이적한 뒤 가장 많이 들었던 말입니다. 저의 대답은 언제나 “노!”였습니다. 어차피 포수 운영은 감독님의 몫이었고, 선수들은 연차가 있는 베테랑이었기 때문에 저는 이들의 정확한 컨디션만 체크하자며 편안하게 접근했습니다. 물론 (조)인성이와 (정)상호 같은 좋은 선수들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조)인성이는 단순한 성적만으로 평가할 수 없는 좋은 포수입니다. 어느덧 15년차의 베테랑이지만 땅볼 타구에도 전력질주를 하고, 공을 잡기 위해 몸을 던지는 모습이 그저 기특하기만 합니다. (정)상호는 참 착합니다. 잔부상에 시달리면서도 늘 “괜찮다”며 묵묵히 훈련에 임합니다. 경기에 나가지 못한 날은 속상할 만한데 벤치에서 상대 투수의 습관, 야수들의 움직임 등을 체크해 (조)인성이와 저에게 일일이 알려줍니다. 감독님도 포수 출신이지만 볼배합에 대해 단 한번도 책임을 추궁하신 적이 없습니다.

그래서, 믿습니다. SK가 한국시리즈에서 이대로 허무하게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는 걸요. 플레이오프 혈투 때문인지 아직 SK다운 플레이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데, 우리답게만 경기를 한다면 경험이나 전력에서 삼성에 밀리지 않는다고 봅니다. 저 역시 2001년 느꼈던 우승의 환희를 다시 맛보기 위해 끝까지 포기하지 않을 겁니다. ‘한국시리즈 우승’이 제 인생 책자에 펼쳐진 ‘SK’의 첫 장을 장식하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hong9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hong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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