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범현의 PS읽기] 방망이로 발로…정근우, 사자 농락했다

SK 이만수 감독이 28일 문학구장에서 열린 KS 3차전에서 삼성에 짜릿한 12-8 재역전승을 거둔 직후 주먹을 불끈 쥐며 환호하고 있다.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SK 타자들 우천 휴식통해 컨디션 회복
간결스윙으로 최강 불펜진 상대 역전쇼
삼성 차우찬·심창민 제구 더 신경써야

5점차를 극복한 SK, 3회에 6점을 내고도 리드를 지키지 못한 삼성. 삼성이 2승 뒤 1패를 안았다. 믿었던 불펜이 무너져 충격이 크다. 벼랑서 탈출한 SK에는 1승이 더욱 의미가 있다. 방망이도 살아나고 있다. 17안타를 몰아쳤다. 4차전이 중요해졌다. 이번 시리즈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SK 타자들이 1·2차전의 무력한 모습에서 완전히 벗어났다.

“비로 하루를 쉬면서 스윙이 짧아졌다. 무리하게 큰 스윙을 하지 않는 느낌이다. 지쳤을 때는 적절한 휴식도 컨디션을 높이는데 큰 도움이 된다. SK에는 27일 내린 비가 큰 도움이 된 듯하다. 삼성은 상대 타자와의 궁합 등을 다시 한번 체크할 필요성이 생겼다. 삼성 배터리에 생긴 숙제다.”


-삼성이 3회초 이승엽의 2타점 적시타와 최형우의 3점홈런으로 쉽게 이기는 듯 했다.

“3회초 선두타자 진갑용이 4구로 나간 뒤 김상수의 보내기번트 때 SK 1루수 박정권과 선발투수 부시의 콜 플레이가 원만하지 못했다. 타구의 코스는 투수 방향이었다. 1루수가 너무 깊게 들어왔다. 부시의 1루 송구 실책이었지만, 박정권의 위치로 봤을 때 송구 동작에는 관계가 없었다고 본다. 배영섭의 사구로 무사만루가 된 뒤 이승엽의 2타점 적시타에 이어 최형우가 풀카운트서 3점홈런을 때려 6점을 뽑았다. 상황을 정리해보면 번트 타구를 송구 미스했고, 무사 2·3루서 배영섭의 사구가 나왔다. 이럴 때 투수가 심리적으로 몰린다. 채병용으로 교체했는데, 삼성의 2∼6번 타순에 왼손타자가 4명이었다. 더구나 먼저 2패를 당하고 있었기에 채병용과 박희수의 순서를 바꿨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SK로선 나중에 뒤집기는 했지만, 게임 초반 상당히 무거운 6실점이었다.”


-결과적으로 삼성은 6-3으로 쫓긴 4회 내준 2실점이 아픈데.

“삼성은 선발 배영수가 3회까지 7안타로 3실점하고 내려갔고, 4회부터 불펜투수 차우찬으로 바꿨다. 박진만에게 솔로홈런을 허용하고 심창민의 폭투로 6-5가 되면서 경기가 팽팽해졌다. 삼성은 불펜투수들을 짧게 쓰면서 따라오는 SK의 공격 흐름을 끊으려고 빠르게 움직였다. 하지만 SK 타자들은 1·2차전과는 달리 짧게 끊어 치면서 점수를 좁혀갔다. 상대 투수들을 압박했고, 결국 6회 6점을 뽑으며 승리를 확정했다.”


-차우찬도 그렇고 심창민도 마찬가지였다. 스피드는 빠르지만 공이 가운데로 몰렸다.

“삼성은 플레이오프에서 SK 타선이 롯데 김성배를 제대로 공략하지 못한 것으로 보고 심창민을 과감하게 쓴 것 같다. 시즌 중 성적도 좋았고, 권오준도 없는 상황이어서 내린 결정 같다. 차우찬이 조금 더 길게 버텨줬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좋은 컨디션은 아닌 듯 보였다. 전체적으로 공이 높다. 이런 큰 경기는 스피드가 아닌 컨트롤이다. 타자를 분석해서 어떤 볼카운트에, 어떤 공으로 승부를 하느냐의 싸움이다. 타자의 성향에 따라 짧은 볼카운트에 승부할 것인지, 뒤로 미뤄서 승부할 것인지가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선 컨트롤이 정말 중요하다. 이번 시리즈 대부분의 장타가 가운데 오는 실투였다.”


-SK는 정근우와 최정이 살아나면서 공격이 전혀 다른 느낌이다.

“1회말 선취점도 정근우의 2루타와 최정의 안타로 만들었다. 7-5로 따라간 6회에도 필요한 상황에서 적시타로 기회를 살렸다. 삼성은 6회말 권혁의 번트처리 미스와 김상수의 송구 실책에 이어 김강민의 결정적 3점홈런으로 게임 분위기를 내주고 말았다. 공격은 물론 주루에서도 상대 배터리를 흔들어준 정근우를 칭찬하지 않을 수 없다.”

스포츠동아 해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