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하나만…” 그의 진심이 SK를 살렸다

입력 2012-10-29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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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김강민(오른쪽)이 KS 3차전 8-7로 앞선 6회말 2사 1·2루서 삼성 안지만의 실투를 놓치지 않고 받아치고 있다. 이 타구는 왼쪽 펜스를 훌쩍 넘어 쐐기 3점포로 연결됐다. 문학|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트위터 @bluemarine007

김강민은 KS스타일

SK 6년 왕조 지켜낸 명품 조연
천적 안지만 상대 꿈같은 3점포
PS 첫 홈런…당당한 주연 우뚝


이를 테면, 그는 SK 왕조의 조연이었다. 2007년부터 2012년까지 SK가 6년 연속 한국시리즈(KS)에 진출하는 동안 김강민(30·SK)은 그림자처럼 팀을 지켰다. 물 샐 틈 없는 외야 수비는 결정적 순간마다 빛을 냈다. 그러나 이날만큼은 그가 화려한 주연이었다. 28일 문학구장에서 열린 삼성과의 KS 3차전. 김강민은 8-7로 앞선 6회말 2사 1·2루, 볼카운트 1B-0S서 안지만의 슬라이더(시속 137km)를 받아쳐 좌측 담장을 넘기는 3점홈런(비거리 120m)으로 연결했다. 본인의 포스트시즌(PS) 47경기 출전 만에 첫 홈런이자, 2패로 몰린 팀을 구한 회심의 아치였다.


○1-6에서의 다짐, ‘몸으로 보여주자’

김강민은 팀 내서 자신의 역할을 정확하게 이해하는 선수다. “이기는 가장 쉬운 길은 투수가 잘 던지는 거예요. 외야수는 한 경기에 1∼2번 호수비로 투수를 도와주는 게 승리에 기여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삼성과의 2012년 KS를 앞두고도 그는 “우리 팀에는 가을 사나이 많다”며 자신을 낮췄다. 사실 3회초까지 삼성이 6-1로 앞설 때만 해도 경기는 많이 기운 듯했다. 김강민도 “솔직히 그 땐 나도 ‘이제 시즌이 끝인가’보다 싶었다”고 고백했다. SK는 3회초가 끝난 뒤 이광근 수석코치 주재로 덕아웃 앞에서 잠시 미팅을 했다. “이곳에 우리의 경기를 보기 위해 얼마나 많은 관중이 오셨나? 질 때 지더라도 부끄러운 경기는 하지 말자.” 김강민은 “코치님과 형들이 좋은 얘긴 다 했으니, 나는 몸으로 보여주겠다고 다짐했다”고 말했다.


○안지만과 천적 관계 깬 회심의 한방

기회가 왔다. 6회 2사 2루서 삼성 벤치는 박정권을 고의4구로 보내고, 김강민과 승부했다. 김강민은 올 페넌트레이스에서 안지만과 8번 만났지만, 7타수 무안타에 볼넷 1개, 삼진 2개로 고전했다. 삼성 벤치로선 당연한 수순. “딱 한 가지 생각뿐이었어요. 2루주자를 홈으로 불러들이자. 딱 하나만 쳐서 정규시즌 때 약했던 것 만회하자.” 힘을 빼고, 가볍게 돌린 스윙은 홈런으로 돌아왔다. 타구가 담장을 넘어가자, 평소 액션이 크지 않은 그도 손을 들고 펄쩍 뛰었다. “우승을 하려면, 삼성 불펜을 꼭 한번은 깨야 한다”던 다짐도 실현되는 순간이었다.


○PS 첫 홈런의 환희, 헐크 “네가 날 살렸다.”

“이게 PS 첫 홈런인데…. 저라고 왜 홈런을 치고 싶지 않았겠어요. 야구선수는 안 맞을 때의 스트레스가 제일 커요.” 김강민은 자신의 배트 가방을 보여줬다. 가방 속에는 손때 묻은 배트 8자루가 있었다. “안 되니까 이것저것 바꿔보고….” 마음고생을 날린 김강민의 곁으로 이만수 감독이 다가와 악수를 청했다. “(김)강민아, 네가 감독을 살렸다.” 김강민은 “삼성은 두 발을 갔는데, 우리는 이제 한 발을 뗐을 뿐이다. 나의 가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며 미소를 지었다.

문학|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setupman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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