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영이’ 돌풍 뒤…쓸쓸한 아버지들 있었다

입력 2012-10-30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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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딸 서영이’의 주인공 이보영. 똑부러지는 성격에 강한 듯 보이지만 아버지에 대한 애틋함에 남몰래 우는 캐릭터다. 사진제공|KBS

‘내 딸 서영이’의 주인공 이보영. 똑부러지는 성격에 강한 듯 보이지만 아버지에 대한 애틋함에 남몰래 우는 캐릭터다. 사진제공|KBS

■ ‘내 딸 서영이’ 시청률 30% 돌파…‘힐링드라마’로 뜨는 이유

딸에 외면 당하는 ‘애끓는 부정’ 천호진
성공 좇는 父 최정우·힘없는 중년 홍요섭…
“모두 다 이시대의 쓸쓸한 아버지” 공감대
소현경 작가, 긴장감 있는 극
전개 위력도

KBS 2TV 주말드라마 ‘내 딸 서영이’의 시청률 상승세가 무섭다.

29일 시청률조사회사 AGB닐슨미디어리서치에 따르면 28일 오후 방송된 ‘내 딸 서영이’는 전국 가구 기준 33.3%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이는 27일 방송분의 29.6%보다 3.7% 포인트 오른 수치이자 앞서 21일의 자체 최고 시청률(32.6%)을 경신한 기록이다.

9월15일 처음 시청자를 만나 총 50회 분량 중 3분의 1이 채 방송되지 않은 시점에서 시청률 30%를 넘어서며 이전 주말극 ‘넝쿨째 굴러온 당신’의 기록을 갈아 치울 기세다. ‘내 딸 서영이’는 전통적인 KBS 주말극답게 가족의 이야기를 전면에 배치했지만 부녀 사이의 애증과 화해를 긴장감 있게 그리며 좀 더 차별화한 면모로 ‘국민 힐링 드라마’를 예고하고 있다.

이 시대 아버지들의 또 다른 표상으로 시청자에게 다가온 ‘내 딸 서영이’의 천호진과 홍요섭, 최정우(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사진제공|KBS

이 시대 아버지들의 또 다른 표상으로 시청자에게 다가온 ‘내 딸 서영이’의 천호진과 홍요섭, 최정우(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사진제공|KBS



● 천호진의 애끓는 부정(父情) 연기

‘내 딸 서영이’의 이야기는 자식에게 늘 부끄러운 존재였던 아버지, 이삼재 역의 천호진을 중심으로 그려진다. 그리고 눈물샘을 자극하는 천호진의 애끓는 부정 연기가 시청자의 공감을 얻고 있다.

그동안 여러 작품을 통해 카리스마 넘치는 캐릭터를 주로 연기한 천호진은 ‘내 딸 서영이’에서 쓸쓸한 중년의 아버지를 실감나게 그려내며 호평받고 있다. 연출자 유현기 PD는 “복잡한 감정의 변화를 아주 디테일하게 연기로 표현한다”면서 “천호진의 연기가 극의 중심을 훌륭하게 잡아 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천호진과 함께 이 시대를 살아가는 각각 다른 아버지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최정우, 홍요섭의 관록 넘치는 연기도 볼거리다. 최정우는 성공이 곧 행복한 인생이라고 생각하는 가부장적인 아버지를, 홍요섭은 가정으로부터 소외된 아버지의 모습을 연기하며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 소현경 작가의 대본의 힘

‘내 딸 서영이’는 부유한 남자와 가난한 여자가 만나 사랑하고 결혼하는 전형적인 ‘신데렐라’ 이야기를 그리지 않는다. 방송 초반인 20일 11회분부터 주연 이보영과 이상윤의 결혼 후 3년 뒤 모습을 그리기 시작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소 작가는 아버지의 존재를 부정하며 결혼에 성공한 딸이 아버지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소 작가의 힘은 드라마 구석구석에서 빛을 발하는 캐릭터들의 향연에서도 느낄 수 있다. ‘내 딸 서영이’에는 박정아, 최윤영, 이정신 등 조연 캐릭터에도 여러 가지 극적인 장치를 설정해 힘을 실어 주고 있다.


● 가족적인 촬영장 분위기

‘내 딸 서영이’는 기존 가족극에 비해 다소 무거운 스토리를 소재로 삼고 있지만 촬영장 분위기만큼은 밝다. 유현기 PD는 평소 유머 감각이 넘치는 것으로 유명해 촬영장에서 지친 연기자들에게 활력을 불어 넣고 있다. 집중도 있게 빠른 속도로 촬영해 연기자들에게 최대한 쉬는 시간과 대본을 연구할 수 있는 시간을 주려는 것도 연출자의 배려다. 소현경 작가의 비교적 빠른 집필 작업 속도도 작가와 작품에 대한 배우들의 신뢰를 높이며 완성도 있는 작품성으로 이어지고 있다.

김민정 기자 ricky33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ricky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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