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류중일 감독. 스포츠동아DB
류중일의 리더십을 말한다
1. 사람 좋으면 꼴찌라고?
2. 귀가 왜 2개인지 아십니까?
3. 기다리면 복이 오나니
4. 미소 속에 숨은 승부욕
5. 변하면 류중일이 아니다!
때를 기다릴 줄 아는 감독…“참을성이 고래심줄”
팀 7위 추락·박석민 부진 때도 ‘기다림의 리더십’
‘울지 않는 두견새’를 어떻게 할 것인가. 15세기 말, 일본의 전국시대를 배경으로 한 3명의 명장은 제 각각의 반응을 나타냈다. 강력한 카리스마로 무장한 오다 노부나가는 ‘울지 않는 새는 쓸모없기 때문에 죽여버린다’고 했다. 생각이 많고 잔꾀에 능한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어떻게 해서든 새가 울게 만든다’고 했다. 침착하고 인내심이 강한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새가 울 때까지 기다린다’고 했다.
삼성 류중일 감독을 말하자면 기다리고 기다려서 새가 울게 만드는 도쿠가와 유형의 리더십을 갖춘 지도자다. 그는 말투도 빠르고, 걸음걸이나 행동 또한 민첩하다. 겉모습만 보고는 성격도 급하고, 참을성이 없는 사람처럼 오해하기 쉽다. 그러나 내면의 성격은 ‘만만디’다. 넉넉하고, 침착하고, 인내심이 강하다. 선수 시절부터 그를 지켜봐온 삼성 구단의 한 관계자는 “참을성과 인내심이 고래심줄 같다”며 혀를 내둘렀다.
그는 지난해 외국인타자 라이언 가코를 두고 “나 믿을 거야, 가코 믿을 거야”라고 말해 ‘나믿가믿’이라는 유행어를 만들어냈다. 올해도 여전했다. 지난해 홈런, 타율, 장타율의 3관왕을 차지한 4번타자 최형우는 5월 중순까지 홈런 한 개 치지 못했고, 지난해 혜성처럼 등장해 1번타자를 꿰차며 신인왕에 오른 배영섭도 2할이 될까 말까한 타율로 헤맸다. 팀 성적은 한때 7위까지 추락했고, 팬들은 아우성을 쳤다. 구단 내부에서조차 “언제까지 기다려줄 것인가”라는 말이 새어 나왔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아니라고 할 때까지, 그는 인내심을 발휘했다.
울지 않던 두견새들은 결국 가을에 울음을 터뜨렸다. 한국시리즈에서 배영섭은 양 팀 통틀어 가장 높은 4할 타율(0.409)로, 최형우 역시 양 팀에서 가장 많은 9타점으로 팀 우승에 혁혁한 공을 세웠다. 한국시리즈에선 박석민을 놓고 팬들의 인내심을 테스트했다. 5차전까지 단 1개의 안타밖에 치지 못하자 질타가 이어졌지만, 고집스럽게 선발 라인업에 박석민을 올리며 때를 기다렸다. 결국 박석민도 최종 6차전에서 1-0으로 앞선 4회초 승리를 끌어오는 좌월2점포를 날리며 ‘울음’을 터뜨렸다.
기다릴 줄 안다는 것은 곧 구성원을 믿는다는 뜻이다. 지금 당장 울지 않더라도 언젠가는 울어줄 것이라는 기대와 희망. 무모할 정도로 때를 기다리면서 가장 중요한 순간에 조직의 능력을 극대화하는 전략. 그가 선수들에게 준 것은 기다림과 믿음이었고, 되돌려 받은 것은 선수들의 마음이었다. 기다림을 통해 ‘인간 관리’와 ‘마음 경영’의 리더십을 발휘하는 류중일 감독이다.
이재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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