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레이크 “피아노 한 대가 전부여도 음악이 좋다”

입력 2012-11-30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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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이 없는 것처럼 살아요.”

그는 누구보다 내일을 기다리지만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살고 있다. 그에게는 ‘지금 이 순간’이 가장 중요하며 그의 음악도 ‘지금’에서 시작된다.

지난 9월 발표한 디지털 싱글 ‘또 다시 아침이 오네’로 데뷔한 레이크(본명 심호수·27)다.

레이크는 데뷔전 ‘나는 꼼수다’ 의 달달한 로고송을 부른 싱어송라이터로 이름을 알렸다. 이 로고송은 서정적인 멜로디와 풍자적인 가사로 누리꾼들에게 열렬한 지지를 받았다.

“지하철이나 길거리에서 로고송이 많은 사람들의 휴대폰 벨소리로 울려 퍼지던 때가 있었어요. 하지만 데뷔 앨범은 지극히 개인적인 감정을 담은 서정적인 곡들로 채워져 있어요.”

‘또 다시 아침이 오네’는 권태로움이 싫어 새로운 것들을 찾아 헤매다 이내 허무함을 느낀 어느 아침의 기분을 노래한 앨범이다. 타이틀 곡 ‘빈방’은 이별의 쓸쓸함을 무덤덤하게 표현한 곡으로, 레이크는 이 곡을 10분 만에 만들었다.

“‘이별 후 오열하는 슬픔이 진실한 감정일까’라는 의문에서 시작됐어요. 전 ‘오늘 너 없이 하루를 겨우 견뎠어’라는 말에 공감을 못해요. 헤어졌을 때 그런 느낌을 받는지도 의문스럽고요. (웃음)”

“연애란 그놈이 그놈인 걸 알아가는 과정”이라는 레이크는 이별로 인한 감정적 슬픔을 이성적 사고로 진단하고자 하는 신선한 노력들로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다. 이는 곧 진솔한 감정과 자신만의 이야기를 찾아가는 삶의 일부분이다.

현재를 사는 우리네 청춘들이 그러하듯 레이크의 음악 세계도 현실과 대립하고 또 순응한다. 그에게 음악은 심연을 드러내는 도구이자 감정의 그림자다.

레이크는 “세월이 흐르듯 자신의 음악도 대중들 사이로 흘러가길 바란다”며 “김광진·이소라 선배처럼 흡입력 강한 멜로디로 기억되는 음악을 만들고 싶다”고 털어놨다. 그가 복권 1등 당첨보다 두 선배 가수와의 작업을 소원하는 이유다.

그는 “피아노에 앉아 건반을 두드리다 곡을 만든다”고 했다. 대부분의 인디 음악인들이 그러하듯 레이크 역시 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않기에 피아노 한 대가 창작 수단의 전부지만, 돈이 많다고 한들 세션을 찾아 헤맬 것 같지는 않아 보였다. 그저 음악이 좋은 그는 “혼자만의 이야기를 공감해주는 대중들에게 행복을 느끼는 하루를 살고 있다”고 말했다.

“경쟁 후 성취해서 얻는 만족감은 크지 않아요. 반드시 성공해서 최고가 돼야 한다는 습관화된 경쟁 마인드가 나와 맞지 않아요. 의미도 필요도 느끼지 못 하죠. 부자가 아니라도 행복하게 살 수 있잖아요. 음악도 마찬가지죠. 아닌가요? (웃음)”

레이크는 시종일관 웃고 있다가도 ‘음악’이란 단어와 함께 눈빛을 달리했다. 그는 “금전적 여유와 연인과의 사랑보다 창작과 창작 후 누군가에게 들려주기 직전까지 느끼는 기쁨이 훨씬 값지고 소중하다”고 밝혔다.

넓은 호(灝) 빼어날 수(秀). ‘넓고 빼어난 사람’라는 뜻을 가진 이름의 그이지만, 그는 정작 “나의 삶은 치열한 것들 보다는 호수의 잔잔함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설명했다.

“내가 음악을 만들고 인터넷에 올리고, 누군가가 내 노래를 들어주고 좋아해주면 그걸로 만족해요. 결과보다는 과정을 즐기고 있고 늘 노력하며 살고 있어요. 저와 함께 흘러가 주세요.”

동아닷컴 오세훈 기자 ohhoon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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