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다저스 류현진. 사진=류현진 입단식 영상 캡처
한국 프로야구 최고의 투수 류현진(25·LA 다저스)이 공식 입단식을 가지며 당당한 메이저리거로 거듭났다.
류현진은 11일(한국시각) 미국 LA에서 열린 공식 입단식 행사에서 시즌 두 자리 승수와 2점대 평균자책점을 목표로 내세웠다.
입단식 후 류현진은 LA 구단 공식 트위터를 이용한 팬과의 대화에서 롤 모델로 랜디 존슨과, 클리프 리(34·필라델피아 필리스), 클레이튼 커쇼(24·LA 다저스)를 꼽았다.
롤모델로 선정된 세명의 투수 중 존슨과 커쇼는 강력한 힘을 앞세우는 투수이며, 리는 정교한 제구력이 무기. 물론 리의 구위가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세 투수 모두 사이영상을 받은 바 있고, 이미 은퇴한 존슨의 경우 90%가 넘는 득표율로 명예의 전당 헌액이 확실시 되고 있는 대 투수.
리와 커쇼 역시 시즌 20승을 돌파한 경험이 있고, 커쇼의 경우에는 2011시즌 내셔널리그 투수 부문 3관왕을 달성하기도 했다.
하지만 류현진이 위의 세 투수보다 더 본보기로 삼아야 할 투수가 있다. 메이저리그를 주름잡은 존슨, 리, 커쇼 보다 우선순위로 닮아야 할 주인공은 전설속의 좌완 투수인 워렌 스판.
LA 다저스 류현진. 사진=류현진 트위터
비록 역대 좌완 최다승을 거뒀지만 다승을 제외한 객관적인 지표로 본다면 존슨과 레프티 그로브, 스티브 칼튼 등에 뒤진다. 그럼에도 류현진이 스판을 본보기로 삼아야 하는 이유는 그가 했던 말 때문.
동시대에 뛰었던 밥 펠러 등 뛰어난 투수에 비해 빠른 공을 갖지 못했던 스판은 ‘Hitting is timing. Pitching is upsetting timing'이라는 야구 역사에 길이 남을 명언을 남겼다.
이는 ‘타격은 타이밍을 맞추는 일이고, 투구는 그 타이밍을 흐트러트리는 일이다’정도로 해석할 수 있다. 이는 야구의 기본 생리를 함축해 놓은 말로 평가 받고 있다.
오히려 스판이 메이저리그 21년 통산 기록한 363승 245패와 평균자책점 3.09의 성적보다 더 많이 회자될 정도.
이제 다가올 2013시즌 메이저리그의 괴물 타자들과 정면 승부를 해야 하는 류현진의 입장에서는 그 어떤 야구 명언보다 가슴에 새겨야 할 말이다.
류현진에게는 실투는 절대 놓치지 않고, 자로 잰 듯 제구가 된 투구 역시 담장 밖으로 넘겨버리는 메이저리그 타자들을 누를만한 스피드를 갖고 있지 않기 때문.
만약 류현진이 롤모델로 꼽은 존슨과 탬파베이 레이스의 데이빗 프라이스와 같이 평균 시속 150km가 넘는 매우 빠른 포심 패스트볼을 갖고 있었다면 정교한 제구와 타이밍 싸움에 집착하지 않아도 만족할만한 성적을 거둘 수도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류현진에게는 존슨이나 프라이스와 같은 빠른 공은 없다. 어디까지나 류현진의 주무기는 서클 체인지업이고, 그 서클 체인지업은 스판의 명언처럼 타자의 타이밍을 흐트러트리는데 매우 적합한 구질이다.
포스팅 시스템부터 연봉 협상과 공식 입단식까지는 모든 면이 순조로웠다. 꿈에도 그리던 메이저리그 진출을 이룬 류현진이 스판의 명언을 새겨 박찬호에 이은 ‘新 코리안 특급’으로 거듭나길 기원해본다.
동아닷컴 조성운 기자 madduxl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