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가문의 귀환’ 김민정 “뭔가 좋은 기운이 몰려오는 것 같다”

입력 2012-12-18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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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 23년만에 첫 코미디 영화에 도전하는 배우 .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뭔가 좋은 기운이 몰려오나 봐요.”

‘김민정’의 시대가 올 것 같은 좋은 예감이다. 2009년 드라마 ‘히어로’ 촬영 당시 어깨 부상을 당해 하차를 하고 1년 반 정도 원치 않은 휴식을 취했던 김민정. 오랜 공백이 아쉬웠을까. ‘제3병원’을 시작으로 연달아 ‘가문의 귀환’ ‘밤의 여왕’ 등 그녀를 찾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김민정 역시 “해야 될 게 너무 많다. 뭔지 모르지만 기운이 몰려오는 기분이다”고 기분 좋은 소감을 밝혔다.

영화 ‘가문의 귀환’은 10년 전 복덩이인 줄 알고 공들였던 사위 대서(정준호)가 가문의 재앙으로 변하며 벌어지는 이야기이다. 김민정은 전직 타짜였던 ‘사랑나누리 재단’의 간사 효정 역으로 대서와 알콩달콩한 관계를 보여준다.

김민정과의 만남은 인터뷰라기보단 수다였다. 가끔은 박수를 치며 깔깔깔 웃기도 한 그의 소탈한 성격을 확실하게 느낄 수 있었다.


▶ “화투 처음 쳤는데 16,000원 벌어…소질 있나봐”

- ‘가문의 귀환’을 선택하는 건 쉬웠나.

“사실 ‘가문’시리즈에 관심이 없었다. 진심이다. ‘가문’시리즈를 좋아했다고 거짓말 할 수 있지만 솔직히 말하는 게 좋을 것 같다. 그냥 ‘가문시리즈 영화가 있구나’라고만 생각했다. 그래서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도 정태원 대표님께 ‘저랑 안 어울리는 거 아시죠?’라고 말했더니 대표님께서 ‘코미디를 비하하는 사람이 내 옆에 있었다니!’ 하시며 웃으시더라.”

- 그러면 출연하게 된 이유는.

“시나리오를 보니까 해보면 재밌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캐릭터가 짜임새가 없어 좋았다. 계속 내가 만들어갈 수 있는 캐릭터였다. 그냥 맘껏 해보고 싶은 맘이 들었고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가문의 귀환’이라서 했지 다른 편이었으면 안 했을 것 같다.”

- 코미디를 하기엔 김민정이 너무 예쁘다는 말도 있더라.

“(웃음)아이고…. 사실 많은 분들이 ‘가문’시리즈의 (김)정은언니, (김)원희언니 그리고 현영언니와 많이 비교하시더라. 그런데 그 분들은 코미디 연기를 워낙 잘 하시니까 비교대상이 될 수 없을 것 같다. 영화를 볼 때, 배우 김민정이 어디까지 망가지며 웃길 수 있나 보셨으면 좋겠다. 나 역시 내 스스로 많이 풀어지려고 노력했다. 아마 전작 시리즈 주인공과는 다른 코믹함이 나올 것 같다.”

- 전직이 타짜인 여성으로 나온다. 화투는 좀 치나.

“살면서 화투 패를 쥐어본 적이 없다. 이모가 조금 칠 줄 아시더라. 그래서 지난 추석에는 내내 화투만 쳤다. 허리가 무지 아팠는데 시간이 가는 줄도 모르고 신나게 쳤다.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고 16,000원 정도를 땄다. (웃음) 그런데 잘 치는 게 문제가 아니라 손놀림이 좋아야 해서 화투를 치고 패를 섞는 연습을 많이 했다. 그래서 식구들이 시끄럽다고 너무 싫어했다. (웃음) 정말 이 영화 찍으며 처음 해본 게 많았다.”

- 정말? 또 어떤 게 새로웠나.

“코미디영화도 처음이었고 막춤도 처음이었다. 이건 여담인데…. 막춤은 최종 시나리오에 없었다. 갑자기 정 대표님이 춰야한다고 했다. 그래서 장난 반 진담 반으로 항의도 했는데 소용이 없었다. 사실 막춤 장면이 나오면 재밌긴 할 것 같았다. 그래서 스태프들이랑 화장실에 들어가서 잠깐 춤을 짰다. 정말 말도 안 되는 춤을 추느라 정신을 놓고 췄다.”

배우 김민정.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 “변기에 앉고, 화투도 치고, 막춤도 추고…이런 촬영장이 있다니!”

- 배우 김민정에겐 색다른 경험이었을 것 같다.

“쾌변을 본 기분? 아니면 독한 술 마셨을 때 찌릿한 기분이 내려가는 기분? 그런 기분이었다. 막춤 촬영을 할 때는 너무 창피해서 끝나자마자 스태프에게 안겼다. 그런데 시간이 지났는데 희열이 느껴졌다. 중독성이 있더라. 나는 너무 부끄러워서 모니터도 못했는데 감독님이 보시고 ‘창피하다’고 하셨다. 속으로 ‘잘했구나’라고 생각했다.(웃음)”

- 앞으로 망가지는 건 자신이 있을 것 같다.

“‘가문의 귀환’을 했다고 해서 내가 코믹연기로 전환을 하는 건 아니다. 경력이 오래됐으니까 내가 스스로 장르에 제한을 두는 게 싫었다. 물론 이번 영화를 찍으며 무척 재밌었다. 이런 영화를 해보고 싶었다. 재밌고 가볍게 볼 수 있는 영화. 어쩌면 소원 성취한거다. 시나리오가 들어온 것도 신기하고.”

- 그러게. 그러면 코믹물은 전혀 들어오지 않았나.

“이런 시나리오는 처음 받아봤다. 로맨틱 코미디물은 받았는데 잘 안 맞은 것도 있고…. 아무튼 이런 코믹물은 처음 받아본 것 같다.”

- 그럼 이제 완벽한 ‘김민정’ 이미지는 깨지는 건가.

“(고개를 끄덕이며) 그렇다. (웃음). 아~그래도 사람들한테 ‘너무 망가지는 거 아냐?’라는 말까지는 안 들었으면 좋겠다. 그러면 어떡하지? (웃음)”

- 갑자기 막춤을 춘 걸 후회하는건가.

“아니다. 그런데 뭔가를 하려면 확실하게 하는 게 맞다. 악역을 하려면 확실히 나빠야 한다. 내가 예전에 진짜 악역을 한 적이 있는데 그게 시청자들에게 각인이 되더라. 그래서 다음 작품에선 덜 악한 사람이었음에도 착하게 굴고 싶더라. 결국 내 연기가 제대로 안 나오더라. 경험상 뭘 하든 제대로 해야 된다. 단지 남성팬만 안 떨어졌으면 좋겠다. 하하하.”

- 배우 생활 23년, ‘연기’가 김민정에게 남긴 것은 뭔가.

“지금의 나. 아역을 했기 때문에 장점도 있고 단점도 있지만, 아역을 했기 때문에 지금의 내가 있는 거라고 생각한다. 내가 20세에 데뷔했다면 인기스타가 될 수도 있겠지만, 내 성격이 20살 때까지 기다리지 못했을 것 같다. 다시 태어나도 나는 어렸을 적부터 배우를 꿈꿨을 것 같다.”

- 김민정은 연기를 참 잘 하는데, 스포트라이트는 못 받는다는 의견도 있더라.

“나 역시 그런 댓글을 봤다. 처음엔 속상했지만 지금은 고맙다. 나도 내 모습을 보니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한다는 생각을 했다. 그 만큼 상대방이 나를 정확하게 봤고 관심이 있다는 뜻 아닐까. 배우라는 것이 재능과 노력도 중요하지만 운도 정말 중요하다. 계속 끊임없이 주연으로 작품을 한다는 건 감사하다. 그런 댓글들은 조금 더 자극이 되어 내가 뭔가 좀 더 노력을 해야 된다는 생각을 놓치지 않게 하고 있다. 그리고 아무래도 내가 다른 여배우들보다는 경력이 오래돼서 상대적으로 인기 상승수치가 적어보일 수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은 한다.”


▶ “등산이 취미…제동 오빠가 산 같이 타자고 하네요.”

- ‘김민정’하면 ‘동안외모’라는 수식어가 늘 붙는다. 유지 비결이 있다면.

“자연적인 방법이 가장 좋다. 나도 피부과 가서 관리도 받았다. 근데 요즘은 등산을 다닌다. 피부과를 다닌다는 게 나쁘다는 게 아니라 시간이 없어서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 된다면 나는 등산을 선택한다.”

- 산에 많이 다녔나.

“오대산, 치악산, 계룡산…. 전국에 있는 산을 다 다닌 것 같다. 서울에서도 북한산, 청계산, 관악산 등 가리지 않고 돌아다닌다. 시간을 만들어 어떻게든 가려고 한다. 새벽에 가서 당일날 올라오는 한이 있더라도 말이다. 아 맞다! 최근엔 이문세 선배님과 김제동 씨를 만났다.”

- 어디서 만났나. 나도 좀 가야겠다.(웃음)

“(웃음) 청계산에서 만났다. 이문세 선배님은 정말 멋지시더라. 관리를 정말 잘 하셨더라. 김제동 오빠는 3,4년 만에 보는 것 같았다. 서로 연락처를 교환하려고 했는데 둘 다 휴대폰을 두고 와서 그럴 수가 없었다. 제동 오빠가 다음에 같이 산을 타자고 하더라. 만나서 정말 반가웠다.”

- 요즘, 차기작 ‘밤의 여왕’ 때문에 바쁘다고.

“천정명 씨하고 부부로 나온다. 왕년에는 좀 놀았지만 현재는 완벽한 여성으로 나온다. 그런데 내 과거가 밝혀지며 부부 사이에 좌충우돌하는 이야기다. 액션도 있고 총도 쏜다. 많은 것을 보여줄 수 있어 선택했다. 그리고 ‘여왕’ 좀 되고 싶다. (웃음).”

- 연말에 바빠 여유를 즐길 틈도 없겠다.

“그럴 거 같다. 내 평생 이렇게 작품을 연달아 한 적은 없었다. 뭔가 내게 좋은 기운이 있는 것 같다. 천운이 따르려나? 2013년은 ‘김민정의 해’가 되지 않을까?(웃음) 부상을 당해서 1년 반 동안 쉬었으니 열심히 할 거다. 끊임없이 작품이 들어오고 나를 선택해주는 사람들이 있기에 감사하고 더 열심히 할 계획이다.”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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