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銀 “이기는 법 알았다”

입력 2012-12-19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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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년 최하위에서 리그 선두로 뛰어 올랐다. 여자프로농구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우리은행 선수들이 17일 안산 와동체육관에서 열린 신한은행과의 원정경기에서 승리한 뒤 함께 기뻐하고 있다. 안산|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트위터 @bluemarine007

만년 최하위서 리그 선두로…“신한은행도 겁 안나”

“이기는 ‘맛’은 아직 잘 모르겠어요. 그렇지만 이기는 ‘법’은 이제 조금 알 것 같아요.”

차분하지만 당당한 우리은행 주장 임영희(32)의 한마디. 만년 최하위에서 리그 선두로 뛰어오른 팀의 현재를 그대로 함축했다. 우리은행은 17일 ‘거함’ 신한은행을 꺾고 격차를 2경기로 벌렸다. 우리은행 위성우 감독은 “우리가 1위는 하고 있지만 부동의 최강팀은 신한은행이라는 걸 누구나 알 것”이라면서도 “우리 선수들이 ‘신한은행을 이겨본 적은 있지만, 이렇게 동등하게 게임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은 안 해봤다’고 하더라. 솔직히 이기면 느낌이 다르다”고 털어놓았다.

11점차 리드에서 54-52, 2점차까지 쫓기던 종료 5분 전이 달라진 우리은행을 증명하는 분수령이었다. 위 감독은 “팀에 왔을 때 강조한 게 ‘2∼3점 뒤지는데 1∼2분 남겨놓고 포기하거나, 10점 이기다가 막판에 역전 당하는 일은 없도록 하자’는 것이었다. 선수들이 ‘2점’의 고비를 넘기는 것을 보면서 조금씩 그 뜻을 알아가는구나 싶었다”고 흐뭇해했다. 주축 공격수 박혜진도 “지난 시즌에는 3쿼터까지 앞서 나가다가 4쿼터에서 무너진 경기가 많았는데, 올 시즌에는 상대가 막 따라와도 질 것 같다는 생각이 안 든다”고 말했다. 초반의 돌풍이 중반까지 계속 이어지면서 선수들도 점점 ‘승리’에 익숙해지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자만하는 것은 아니다. 위 감독은 “선수들도, 나도 우리가 1위라는 사실을 실감하지 못한다”고 귀띔했다. 박혜진 역시 “이긴다고 칭찬받는 것도 아니고 더 혼날 때도 있어서 우리끼리는 꼴찌 했을 때보다 분위기가 더 안 좋다는 농담도 한다”며 “확실히 수세에 몰렸을 때 조바심은 안 내게 된 것 같다”며 웃었다.

배영은 기자 yeb@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goodgo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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