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한국축구는 달콤한 기억도 많았다. (위에서 왼쪽)기성용은 영국 단일팀과 올림픽 남자축구 8강에서 승부차기 마지막 키커로 나서 동메달의 발판을 놓았다. (위에서 오른쪽)U-19 대표팀 문창진도 11월 AFC 챔피언십에서 4골 2도움으로 한국의 우승을 이끌며 ‘차세대 공격수’로서 자질을 확인시켰다. (아래)박지성은 포르투갈과 2002한일월드컵 조별리그 3차전 결승골을 넣었을 때처럼 K리그 올스타전에서도 옛 스승 거스 히딩크 감독의 품에 안겼다. 스포츠동아DB
2012년은 한국축구가 2002한일월드컵 4강 신화를 달성한지 꼭 10년 되는 해다. 그래서 그런지 10년 만에 재현된 감동적인 장면이 많았다. 팬들은 한국을 용광로처럼 달궜던 10년 전 ‘그 때 그 장면’을 떠올리며 흐뭇해했다.
○4강 신화가 동메달 금자탑으로
홍명보의 환한 웃음을 10년 만에 영국 런던 땅에서 볼 수 있었다. 올림픽대표팀 미드필더 기성용(스완지시티)은 8월 영국과 8강전 승부차기 마지막 키커로 나섰다. 스코어는 4-4. 기성용이 넣으면 게임 끝, 홈 팀 영국을 누르고 4강 확정이었다. 기성용의 오른발 슛은 깔끔하게 그물을 갈랐다. 두 팔을 벌리고 동료들에게 뛰어 가 안기는 기성용의 모습은 10년 전 2002한일월드컵 스페인과 8강전 승부차기에서 마지막 슛을 성공시킨 직후 홍명보 감독과 너무도 닮았다.
골키퍼 이운재의 선방을 되살린 건 홍명보호 ‘수문장 듀오’인 정성룡(수원)과 이범영(부산)의 몫이었다. 정성룡은 영국과 8강전에서 상대의 두 번째 페널티킥을 막았고, 이범영은 승부차기에서 상대 마지막 키커 스터리지의 슛을 쳐냈다. 한국은 런던올림픽에서 사상 첫 올림픽 메달이라는 금자탑을 쌓았다.
○박지성과 히딩크의 포옹
박지성은 2002년 6월 한일월드컵 조별리그 포르투갈과 3차전에서 결승골을 넣고 벤치로 달려가 히딩크 품에 안겼다. 한일월드컵 최고 명장면 중 하나다.
프로연맹이 주최한 2012올스타전에서 박지성이 또 한 번 히딩크에게 안겼다. 박지성은 전반 31분 설기현의 패스를 받아 오른발 슛으로 골을 터뜨린 뒤 반대편 팀 벤치까지 전력 질주했다. 히딩크도 자리에서 일어나 양복 상의를 돌리는 어퍼컷 세리머니로 박지성을 맞이했다. 둘의 포옹에 경기장을 가득 메운 관중석에서 힘찬 박수와 함성이 터져 나왔다.
○8년 전 박주영의 환생, 문창진
한국 U-19대표팀 주역 문창진(포항)은 8년 전 박주영(셀타 비고)의 환생이었다.
U-19 대표팀은 11월 아랍에미리트(UAE)에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U-19 챔피언십 결승에서 이라크를 승부차기 끝에 4-1로 꺾고 우승했다. 한국은 2004년 말레이시아 대회에서 6골을 터뜨린 박주영을 앞세워 우승한 뒤 8년 만에 정상을 탈환했다. 우승의 일등공신은 문창진. 문창진은 결승전에서 종료 직전까지 0-1로 뒤져 패색이 짙던 상황에서 침착하게 수비 한 명을 따돌리고 오른발로 극적 동점골을 넣었다. 이번 대회 4경기 연속골로 4골2도움을 기록하며 등번호 10번의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8년 전 10번을 달고 뛰었던 박주영에 버금가는 활약이었다.
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Bergkamp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