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 전엔 공약 남발…유치 후엔 나 몰라라? 10구단은 화장실이 아니다

입력 2013-01-03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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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구단 창단을 위해 KT-수원(왼쪽 사진)과 부영-전북이 적극적으로 유치전을 펼치고 있다. 양측 모두 장밋빛 유치공약을 내걸고 총력전에 나섰다. 스포츠동아DB

3. 10구단 매니페스토=수원-전북의 유치 공약 점검


창단비용 최소 700억∼800억…유지비도 만만찮아
KT-수익 없어도 돈 쓸까…부영-건설경기 바닥 악재
두 곳 다 야구장 신·증축 약속…정치논리 개입 경계


KT-수원과 부영-전북은 제10구단의 주인공이 되기 위해 각기 청사진을 내놓았다. 그대로만 된다면 한국프로야구의 미래는 밝다. 그러나 공약(公約)이 공약(空約)으로 끝난 경우도 많았다. 그래서 두 후보의 유치공약을 꼼꼼히 점검해본다. 매니페스토를 원하는 야구팬의 기대를 담았다. 아래 제시하는 3가지 측면에서 부영-전북과 KT-수원이 어떤 공약을 제시했는지 잘 살펴보면, 제10구단 창단의 진정한 적임자에 대한 판단이 설 수 있다.


○실제 투자의지가 있나 없나 확인할 방법은?

야구단 창단에는 돈이 많이 든다. 부영과 KT 모두 지원은 풍족하다고 자신한다. 그러나 실제로도 그럴까. 막상 이달 내로 창단이 결정되더라도 1군 무대에 데뷔하는 2015년까지는 수익 없이 계속 돈만 쏟아야 한다. 액수는 최소로 잡아도 700억∼800억원이다. 우선 프로야구 가입금과 야구발전기금. NC는 2011년 창단하면서 각각 30억원, 20억원을 납부했다. 새 야구장 건설 예치금으로 100억원도 지출했다. 부영과 KT가 경쟁하면 그 액수는 더 늘어날 것이다.

프런트와 코칭스태프 구성비용도 만만치 않다. 참고로 독립구단 고양 원더스의 1년 운영비가 40억원이다. 프로에 지명 받지 못한 선수들이 매달 100만원을 받는데도 그렇다. 프로에 지명 받은 선수로 팀을 채우면 필요비용이 3∼5배가 된다. 60명의 선수로 2014년 1년간 2군 경기를 치르는 비용도 100억원 정도다. 2군 훈련장도 필요하다. 한화는 충남 서산에 훈련장을 만드는 데 300억원을 투자했다. NC처럼 타 구단에서 20명 보호선수 리스트 바깥에서 1명씩을 사오는 데도 90억원이 든다. 프리에이전트(FA) 선수 가운데 프랜차이즈 출신이나 빅스타를 잡아올 경우, 창단비용은 1000억원에 육박할 수도 있다.

향후 경제 전망이 밝지 못한 점도 짚어볼 필요가 있다. 현재 건설경기는 바닥이다. 부영에게는 마이너스다. 무조건 “우리는 돈이 많다. 운영에 자신 있다”는 논리로는 설득력이 부족하다. 통신기업도 마찬가지다. 심각한 경쟁 탓에 통신기업들의 영업환경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고, 서로들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는 형편이다. 게다가 공기업 KT는 주주들로부터 수익이 없는 데도 돈을 쓸 수 있도록 허락을 받아야 한다. ‘야구단을 하고 싶다’와 ‘이 정도 돈은 반드시 쓰겠다’는 다르다.


○지역팬들의 뜨거운 사랑을 확인할 방법은?

전북은 최근 지역 팬들의 여론조사 결과를 알렸다. 경희대 스포츠산업경영연구소가 전주·군산·익산·완주 지역주민 300명을 대상으로 1대1 대면 심층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였다. 응답자의 93%가 10구단 창단을 지지하고, 89.7%가 야구장에서 경기를 관람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45.5%가 홈구장 연간티켓 구매 의사를 드러냈다. 이대로만 된다면 금상첨화다. 전북이 진정한 지역민들의 창단의지를 보여주고 싶다면 여기에 한 가지 결과를 더했더라면 어땠을까. 예를 들어 3년치 시즌티켓을 실제로 구매한 사람의 명단이다. 이 시즌권이 기존 전주구장 정원의 절반을 넘긴다면 진정한 지역민들의 창단의지로 받아들여도 좋다. 수원도 마찬가지다. ‘우리 지역팬들이 10구단 창단을 더 원한다’는 막연한 말은 필요 없다.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실행이 뒷받침된 수치다. 그나마 수원은 이런 여론조사를 뒤늦게 알렸다. 홍보전을 포함해 최근 두 후보의 움직임을 보면 부영-전북의 프로야구산업에 대한 이해도가 훨씬 높아 보인다. 준비도 충실하다.


○지자체의 약속, 다 믿어도 되나?

NC는 창원에 새 야구장을 지어준다는 약속을 믿었다. 구장신축과 관련해 100억원의 선납급도 냈다. 그러나 최근 들려오는 얘기는 다르다. 시와 의회의 입장이 다르다. 신축을 못할 수도 있다. 마산·창원·진해의 3개 도시가 통합되다보니 새 야구장을 어느 지역에 건설할지 아직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1991년 쌍방울이 창단될 때도 새 야구장 건설에 대한 약속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 전주에 그 새로운 야구장은 없다. 다행히 전북 측은 전주에 새 야구장 건설을 확정했다. 수원은 일단 기존 야구장을 증축한다.

선출직 지자체장들의 말을 액면 그대로 믿어선 안 된다. 지방의회와의 엇박자도 고려해야 한다. 선거 뒤 말이 바뀌는 경우가 너무 잦다. 무작정 만들어놓고 정치논리에 휘둘려 제대로 지원도 못하는 몇몇 프로축구 도·시민구단은 좋은 참고사례다. 10구단 유치를 원하면 시와 의회는 물론 정책결정에 영향력을 미치는 NGO까지 함께 문서로 지원약속을 해줘야 한다.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kimjongk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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