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태의 항변 “저, 그거 짧지 않아요”

입력 2013-01-05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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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간 PGA 진출을 시도했지만 꿈을 이루지 못한 김경태가 2013년 새해를 맞아 재도약을 다짐했다. 지난 해 12월29일 인터뷰 도중 활짝 웃고 있는 모습. 주영로 기자

PGA 아쉬움 털고 2013 재도약 선언

우즈랑 쳤을때도 10야드차 밖에 안났는데…
짧다 짧다 하니…거리측정 홀선 괜히 헛심

부담감에 좌절된 PGA…그래도 좋은 경험
올핸 日 투어 집중…랭킹 끌어올려 재도전


김경태(27·신한금융그룹)가 아쉬웠던 2012년을 뒤로 하고 희망찬 새 출발을 다짐했다. 지난 해 기대했던 PGA투어 진출의 꿈을 이루지 못했다. 11월 열린 퀄리파잉스쿨(Q스쿨) 2차 예선에서 뜻밖의 부진으로 최종예선 무대조차 밟지 못했다. 2010년 일본프로골프투어 상금왕, 2011년 한국프로골프투어 상금왕 등 화려한 경력의 소유자 김경태에겐 자존심 상할 일이다. 그러나 굴하지 않기로 했다. 마음을 추스른 김경태는 재도약을 선언했다.


○올해는 일본투어에 집중

돌아보면 아쉬움이 크다. 특히 2011년은 뒷맛이 개운치 않다. 8월 미 PGA 투어 정규시즌이 끝났을 때, 김경태는 상금랭킹 125위를 기록 중이었다. 남은 가을시리즈만 잘 치르면 꿈에 그리던 PGA 진출에 성공할 수 있었다. 비회원으로 12개 대회에 나가 꾸준한 성적을 냈던 덕분에 가을시리즈 4개 대회로부터 모두 초청장을 받는 행운도 얻었다.

갑자기 예상치 못한 일이 터졌다. 국내와 일본투어 일정이 겹쳤다. 미리 출전을 확정지어 놓은 탓에 쉽게 바꿀 수 없는 상황이었다. 하는 수 없이 국내와 일본투어 출전을 강행했다. 일은 여기서부터 꼬였다.

“마음은 PGA에 가 있었다. 그러다보니 경기에 집중할 수 없었다. 3개 대회에 출전해 2차례 컷 탈락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가을시리즈 마지막 대회에 출전하려고 했지만 초청이 무산됐다. 앞선 3개 대회를 모두 불참하는 바람에 마지막 대회를 앞두고 주최 측이 먼저 초청을 취소했다. 초청을 해달라고 요청해 놓고 스스로 나가지 않았으니 그럴 만 했다.”

눈앞에 놓였던 PGA 카드는 그렇게 날아갔다.

2012년 재도전했다. 2011년 한 시즌 경험했기에 자신감이 넘쳤다. 그러나 마음 같지 않았다.

“첫 대회 이어 두 번째 대회, 세 번째 대회까지 경기가 뜻대로 풀리지 않았다. 그렇게 몇 개 대회가 흐르다보니 부담으로 다가왔다. 성적에 집착하게 됐고, 갈수록 조급한 마음을 갖게 됐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11월에는 Q스쿨 2차 예선에 도전했다가 쓴맛을 봤다. 실력으로는 충분히 넘어설 수 있었지만 부담을 극복하지 못했다.

김경태는 “여러 투어(한국, 미국, 일본, 유럽)를 다니면서 힘에 부쳤다. 하지만 좋은 경험 이었다”면서 “기회가 없는 건 아니다. 그래도 최종 목표는 PGA다. 1년 안에 다시 PGA로 가는 길은 멀어졌다. 올해는 지난 2년 보다 일본투어에 더 집중해야 할 것 같다. 다시 세계랭킹을 끌어올려 미국 무대로 갈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겠다”며 환하게 웃었다.


○거리, 결코 짧지 않다

김경태에게 민감한 한 가지가 있다. 바로 ‘거리’다. 거리에 대해선 그 역시 할 말이 많다고 했다.

“‘김경태는 거리가 짧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사실은 그렇지 않다. 이제 그런 소리는 그만 들었으면 좋겠다. 왜 그런 말이 나오게 됐는지….”

남자골퍼에게 ‘거리’는 자존심이다. 성적도 성적이지만 거리가 짧다는 소리를 듣는 건 예선탈락보다 더 기분 나쁜 일이다. 그는 “거리가 짧다는 생각은 해보지 않았다. 장타자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다른 선수들에 비해 떨어지지도 않는다”면서 “언제부턴가 거리가 짧은 선수로 낙인 찍혔는데 솔직히 자존심 상한다. PGA투어에 출전하면서도 거리 때문에 고전한 적이 없다. 또 (프레지던츠컵에서) 타이거 우즈랑 쳤을 때도 10야드 정도 밖에 뒤지지 않았다. 그 정도면 절대로 짧은 게 아니다”라고 힘줘 말했다.

김경태의 평균 드라이브 샷 거리는 289야드다. 마음먹고 때리면 300야드도 충분히 넘긴다. 남자골퍼 평균 이상이다. 거리 때문에 웃긴 일도 많았다.

“(일본투어의 경우) 드라이브 샷 비거리는 경기 중 2개 홀에서 측정한다. 자꾸 거리가 짧은 선수로 인식되다보니 거리를 측정하는 홀에만 가면 더 힘이 들어간다. 한번은 경기 중 일부러 보기를 할까 하는 생각도 했다. 다음 홀이 거리를 측정하는 홀이라서 보기를 하면 화가 나 더 세게 칠 수 있기에 그런 생각까지 했다.”

골프를 거리만 가지고 치는 건 아니다. 김경태는 “거리와 정확도 둘 중의 하나를 선택하라면 골프에서 더 중요한 건 정확성이다”고 말했다.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na18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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