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 염경엽 신임감독이 박병호(오른쪽)에게 “지난해보다 더 기다릴 줄 알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4번 타자로 자신의 스윙을 하기 위해서는 볼을 참을 줄 알아야 하고, 그래야 상대 투수의 집중견제를 딛고 일어 설 수 있다는 말이다. 스포츠동아DB
2011년엔 4번 타자 의미 깨닫지 못해
작년엔 볼 기다리며 4번타자다운 승부
올 시즌 상대팀 집중 견제 심해질 것
더 참고 기다려야 ‘롱런 4번’ 보인다
“(박)병호야, 올해는 더 기다려라.”
넥센 박병호(27)는 2012년 프로야구 최우수선수(MVP)다. 염경엽(45) 넥센 신임 감독에게 이보다 더 든든한 4번타자는 없다. 그만큼 임무와 기대도 막중하다. 박병호가 지난 시즌 못지않은 위력을 발휘해야 넥센도 힘을 키울 수 있다. 그래서 염 감독이 박병호에게 “기다리라”는 당부 한마디를 남긴 것이다. “차분하게 기다리기만 하면, 큰 문제 없이 시즌을 치를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깔려 있다.
○2011년=‘4번의 자각’이 없었다!
박병호는 2011년 7월 트레이드를 통해 LG에서 넥센으로 이적했다. 이후 꾸준히 4번타자로 기용됐다. 염경엽 감독은 당시의 박병호에 대해 “본인이 4번타자인지 잘 모르는 것 같았다”고 기억했다. ‘4번째 타자’라는 사실만 인식했을 뿐, 그 자리가 주는 의미를 미처 깨닫지 못했다는 의미다. 염 감독은 “상대 투수는 4번타자와 승부를 하고 있는데, 병호는 이 볼 저 볼 쫓아다니다 볼카운트 싸움에서 항상 졌다”고 분석했다. 넥센 이적 후 51경기에서 타율 0.265에 12홈런, 28타점. 가능성은 충분히 보였다. 그러나 ‘더 잘할 수 있기에’ 아쉬운 선수가 바로 박병호였다.
○2012년=기다리기 시작했다!
마침내 꽃이 피었다. 박병호가 오랜 ‘유망주’의 꼬리표를 뗐다. 리그를 대표하는 4번타자로 이름을 날렸다. 홈런(31개), 타점(105타점) 1위에 오른 데다 타율도 0.290으로 훌쩍 뛰어 올랐다. 충분한 기회와 믿음을 등에 업고 펄펄 날았다. 클린업트리오 의존도가 높았던 넥센 타선을 이끌면서 그만큼 무거운 자신의 역할도 배웠다. 염경엽 감독은 “4번타자다운 승부를 할 줄 알기 시작했다. 자기 볼을 기다려서 칠 줄 알게 됐다”는 평가를 내렸다.
○2013년=더욱 더 참고 기다려라!
2013년은 박병호에게 2012년보다 더 중요하다. ‘반짝 활약’이라는 의구심을 털어내고, 롱런하는 4번타자로 자리매김해야 하는 시즌이다. 상대팀의 집중 견제가 갈수록 심해질 테니 더욱 그렇다. 염경엽 감독은 “올해는 지난해보다 더 참아야 한다. 내 볼을 기다릴 수 있어야 한다”고 거듭 강조하면서 “병호에게도 이미 충분히 얘기했다. 본인도 욕심낸다고 홈런왕이 되는 게 아니라는 걸 잘 인지하고 있다”며 흐뭇해했다.
배영은 기자 yeb@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goodgo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