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드에서 펼쳐지는 라이벌 기업들의 자존심 대결이 새로운 재미를 더하고 있다. 2010년 발렌타인 챔피언십에 출전한 어니 엘스(왼쪽)와 2012한국프로골프투어 시즌 최종전 윈저클래식에 출전한 강경남이 티샷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제공|발렌타인 참피언십 대회본부, KGT
출전 선수·총상금 규모 등 비교 불가피
발렌타인-조니워커 KB금융-하나외환
업계 라이벌 기업들 흥행 자존심 대결
국내 프로골프투어를 보는 재미가 하나 더 생겼다. 필드에서 펼쳐지는 라이벌 기업들의 자존심 대결이 볼만하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는 올해 3개 대회가 늘어날 전망이다. 특이하게도 이중 2개는 타이어 업계 라이벌인 넥센과 금호가 후원한다. 어떤 선수가 출전하고 얼마나 큰 규모로 개최되는지에 자존심이 걸려 있다.
○넥센vs금호
타이어 업계의 라이벌 넥센과 금호는 올 시즌 필드에서 제대로 맞붙게 됐다. 넥센은 4월, 금호는 7월 KLPGA 투어 개최를 확정지었다. 넥센과 금호는 타이어 업계 라이벌이면서 오랜 시간 골프공 시장에서 경쟁 구도를 펼쳐왔다. 넥센은 ‘빅야드’라는 브랜드로, 금호는 ‘포스’라는 이름으로 국산 골프공을 제조했다. 최근의 상황은 바뀌었다. 금호가 골프공 사업에서 손을 뗀 반면 넥센은 지난해 ‘세인트 나인’이라는 신제품을 출시하며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두 기업 모두 올해 처음 대회를 개최하는 만큼 꽤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 총상금은 두 대회 모두 5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장소는 넥센이 경남 김해의 가야골프장에서, 금호는 중국 위해에 위치한 웨이하이포인트 골프장에서 개최될 것으로 보인다. 넥센 강현종 과장은 “해외 스타들을 초청할 계획은 아직 없다. 그러나 올해 처음 대회를 개최하는 만큼 철저히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발렌타인vs조니워커
양주업계의 라이벌 디아지오(조니워커)와 페르노리카(발렌타인)는 남자 프로골프투어에서 소리 없는 전쟁을 치르고 있다. 필드 밖에서는 디아지오가 페르노리카를 앞선다. 그러나 골프대회에서는 반대다. 4월 열리는 발렌타인 챔피언십은 규모와 흥행에서 압도한다. 총상금 33억원으로 국내 최대를 자랑한다. 또 유명 스타들이 대거 출전한다. 지금까지 다녀간 선수들의 면면도 화려하다. 리 웨스트우드를 비롯해 애덤 스콧, 어니 엘스, 미겔 앙헬 히메네스 등 쟁쟁한 스타들이 다녀갔다. 조니워커는 2011년까지 조니워커 오픈으로 개최하다 지난해 윈저클래식으로 이름을 바꿨다. 규모 면에서 발렌타인 챔피언십과 비교가 되지 않는다. 총상금 4억원으로 8분1 수준이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한국프로골프(KGT) 투어 시즌 최종전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박진감 넘치는 경기가 펼쳐지고 있다. 2012년에는 이 대회를 통해 상금왕이 결정됐다.
○KB금융과 하나외환
금융계 라이벌 KB와 하나외환은 골프에 상당한 공을 들이고 있다. 올해로 12회째를 맞는 하나외환챔피언십은 국내에서 개최되는 유일한 LPGA 대회다. 2002년 나인브릿지 클래식으로 시작해 2006년 코오롱·하나은행 챔피언십에 이어 2012년 하나외환 챔피언십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흥행에선 남자부 최고 인기 대회인 코오롱 한국오픈과 함께 1,2위를 다툰다. 대회가 열리는 3일 동안 3만∼4만 명 이상의 갤러리가 몰려온다. 출전 선수도 화려하다. 최나연, 신지애, 청야니, 크리스티 커 등 스타들이 총출동한다. 총상금은 무려 180만 달러나 된다.
KB금융 스타 챔피언십은 규모나 출전선수 등에서 하나외환 챔피언십을 따라잡기 어렵다. 그러나 이 대회를 통해 상금왕 등 각종 타이틀 주인공이 가려지는 경우가 많다. 또 지난해는 한일 여자프로골프 국가대항전의 후원을 시작했다.
공교롭게도 두 대회는 모두 10월에 열리고, 장소도 인천 영종도에 위치한 스카이72 골프장으로 같다. 하나외환 챔피언십은 오션코스에서, KB금융 스타챔피언십은 하늘코스에서 개최되고 있다. 두 기업은 선수 후원에도 막강한 재력을 과시하고 있다. KB는 양용은, 한희원, 양희영 등을 후원하고, 하나외환은 박희영, 김인경 등 LPGA 선수들을 소속 선수로 영입했다.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na18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