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 부모가 아들에게 띄운 편지] “사랑하는 아들! ML서도 씩씩하게…알지?”

입력 2013-02-08 07: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LA 다저스 류현진은 팀의 스프링캠프가 차려지는 미국 애리조나주 글렌데일에서 설을 맞는다. 한국에 있는 아버지 류재천 씨와 어머니 박승순 씨는 스포츠동아를 통해 아들을 향한 절절한 애정과 그리움, 그리고 든든한 응원 메시지를 담은 편지를 띄웠다

아들은 미국으로 떠났다. 부모는 한국에 남았다. 몸은 멀어졌을지언정, 그 마음의 거리는 결코 멀어지지 않았다. LA 다저스 류현진(26)의 아버지 류재천(58) 씨와 어머니 박승순(54) 씨가 스포츠동아를 통해 아주 특별한 편지를 띄웠다. 수신인은 먼 타국에서 설을 맞이할 막내아들 류현진이다. 늘 이맘때쯤 해외전지훈련을 떠나 있던 아들이지만, 올해는 낯선 곳에서 홀로 새로운 도전을 준비하는 상황이라 더 애틋하다. 아버지는 “머리털 나고 이렇게 힘들게 글을 써본 건 처음이다. 쓰면서 몇 번이나 울컥했다”며 손수 적은 편지를 읽어 내려갔고, 어머니는 “젖
먹던 힘까지 다 짜내 우리 아들에게 보태주고 싶다”며 따뜻한 모성애를 실어 보냈다.


곁에서도 안쓰러웠는데 얼굴 못보니…
멀리 있어도 아빤 너의 1등팬
늘 건강하고, 최선만 다해다오
꼭하고 싶은 말 ‘사랑한다 아들아’

-아빠가 아들에게

설이 다가오니 아들생각 더 나네
맛있는 음식 해주는 게 낙이었는데
메이저리그서도 부담 갖지 말고…
엄만 네가 행복하기만 하면 돼

-엄마가 아들에게


류현진 부모님 류재천-박승순. 스포츠동아DB

○아빠가 아들에게

사랑하는 아들 현진이 보거라. 곁에 있을 때도 항상 안쓰럽고 보고 싶은 마음을 달랠 길이 없었는데, 이젠 이렇게 멀리 떨어져서 제대로 얼굴조차 볼 수 없다니 아빠의 마음은 이루 헤아릴 수가 없구나. 너는 늘 나와 엄마에게 “대한건아로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성적을 내겠다”는 말로 힘을 주고 있지만, 그래도 아빠 마음은 다르단다. 아빠가 우리 현진이에게 부탁하고 바라는 건, 무엇보다 항상 건강하라는 거야. 그리고 늘 네가 하는 일에 후회하거나 좌절하지 않고, 늘 최선을 다하는 아들이면 충분하다.

이렇게 너의 도전을 지켜보려니, 처음 야구를 시작할 때 글러브를 사고 뛸 듯이 좋아했던, 그리고 얼굴 가득 설렘이 가득했던, 어린 너의 또릿또릿한 눈동자가 떠오른다. 그땐 그냥 우리 아들이 좋아하는 야구를 하게 된 것만으로도 행복한 아빠였는데, 프로에 가서 그렇게 잘 되는 모습을 보고 얼마나 자랑스럽던지. 너의 첫 등판이 성공적으로 끝나고 가족이 함께 기뻐했던 기억도 새록새록 나는구나.

아빠는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네가 한화에 있을 때, 류현진의 아버지가 아닌 한 사람의 팬으로서 경기 때마다 널 응원했듯이, 한국에서도 역시 ‘류현진의 1등팬’으로서 너의 건승을 빌고 응원하고 싶다는 바람이란다. 아무리 생각을 하고 또 해도, 너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늘 이것뿐이다. ‘사랑한다’는 말.

아무 탈 없이 이렇게 건강하게 잘 자라줘서 다시 한 번 고맙고, 처음 야구를 시작했을 때부터 너의 팬이었던 이 아빠가 늘 너를 믿고 있다는 걸 잊지 마라. 사랑하는 우리 현진이 파이팅!


○엄마가 아들에게

사랑하는 우리 아들. 설이라는 큰 명절이 돌아오니까 아들 생각이 더 나네. 명절 때면 맛있는 음식을 해서 우리 아들 먹이는 게 낙이었는데, 이제 미국으로 떠나고 나니 엄마도 음식 만드는 재미가 없어. 미국에서 따뜻한 밥 한 끼 제대로 챙겨먹을지, 낯선 곳에서 음식이 입에 맞을지, 엄마는 그게 가장 걱정되고 짠해. 한화 선수들과 함께 전지훈련을 갔다면 여기저기 잘 먹으러 다닐 텐데, 이젠 아는 동료도 없고 여러 가지로 낯설 테니 마음이 많이 쓰이네.

이제 떨어져 사는 건 익숙해졌지만, 그래도 발길 닿는 대전에 있는 것과 저 멀리 바다 건너에 있는 건 아무래도 다르겠지. 처음에는 실감도 잘 안 났어. 요즘 인터넷에서 LA 다저스 유니폼이나 운동복을 입은 사진을 보면 그제야 ‘아, 정말 미국에 갔구나’ 싶은 생각이 든단다.

2006년에 우리 아들이 처음 잠실구장에서 데뷔하던 때가 생각나네. 엄마는 그때 심장이 너무 떨려서 우황청심환까지 먹고 경기를 봤잖아. 하지만 이제 아들의 메이저리그 데뷔전을 보게 되면 그때만큼 떨리지는 않을 것 같아. 그동안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이나 베이징올림픽 같은 큰 무대에서도 씩씩하게 잘 던지는 모습을 엄마가 봤으니까. 이젠 우리 아들이 국제대회에 나간 거라 생각하고 담담하게 응원할 수 있을 것 같아.

현진아. 엄마는 그저 현진이가 마음의 부담을 갖지 말고 늘 하던 대로만 하면 좋겠어. 엄마는 우리 아들이 행복하기만 하면 더 바랄 게 없거든. 현진이도 떠나면서 “엄마, 한화에서 던지던 것처럼 잘 하고 올게”라고 했잖아. 엄마의 기를 다 끌어 모아서라도 아들에게 보내고 싶은 이 마음 잘 알지? 부디 아프지 말고 건강해라, 아들. 다저스타디움 마운드에 우뚝 선 아들의 모습, 엄마·아빠가 함께 지켜볼게.

정리|배영은 기자 yeb@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goodgoer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