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재 “내가 꿈꾸는 신세계? 일·영화·연기 신세계 통해 배웠죠”

입력 2013-02-19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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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신세계’는 이정재에게 마흔의 첫 영화이다. 그는 이제 또 다른 ‘신세계’를 기다리고 있다.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트위터 @bluemarine007

■ 영화 ‘신세계’서 연기 절정 보여준 이정재

선과 악 사이서 갈등하는 신입 경찰역
끊었던 담배까지 다시 피우며 몰입…
‘이정재 영화’ 호평속 연기 신세계 느껴
배우로, 자연인으로 내 인생은 연기뿐

“나, 최민식인데!”

2011년 말, 배우 이정재에게 선배 최민식이 대뜸 전화를 걸어왔다. 평소 이런저런 모임에서 얼굴을 마주치기는 했지만 절친하게 통화를 하는 사이는 아니었다. 최민식은 후배의 예의를 갖춘 응답을 끊고 직진했다.

“내가 전화한 건 영화 하나 같이 해보고 싶어서야! 시나리오 보낼 테니 보고 전화 줘!”

그렇게 이정재가 건네받은 시나리오가 21일 영화 ‘신세계’(감독 박훈정·제작 사나이픽처스)로 만들어져 관객을 만난다.

“시나리오상 최민식 선배는 모든 사건과 이야기를 설계하고, 황정민 선배는 그 안에서 널뛰듯 잘 놀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지만 나는….”

망설이고 망설였다. 하지만 최민식의 믿음은 적중했고, ‘신세계’는 고스란히 ‘이정재의 영화’로도 남게 됐다. 한때 “상대를 눌러야 내가 살고, 호흡을 따먹으라”고 충고하는 선배들이 있었다. “그래야 돋보일 수 있기” 때문이었다. ‘과연 그럴까’ 의문을 품었던 이정재는 “연기는 (상대와 나누는)조화”임을 믿어 왔다. 최민식, 황정민과 호흡한 공간과 연기가 빛을 발한 배경이다.

‘신세계’는 최대 범죄조직에 잠입한 신입경찰(이정재), 그에게 잠입을 명한 경찰청 베테랑 형사(최민식) 그리고 범죄조직의 후계자 전쟁에 뛰어든 사내(황정민)의 이야기. 이정재는 자신을 믿는 사내와 끊임없이 목을 죄어오는 베테랑 형사 사이에서 선과 악, 정의와 배신 사이에서 혼돈을 겪으며 갈등하고 고뇌한다.

이정재는 끊었던 담배를 다시 물었다. 1년 만이었다. 얼마나 지속될 것인지 알 수 없었지만, 담배에라도 의지하지 않을 수 없었다. 현장에서 겪어야 했던 스트레스가 그만큼 큰 탓이었다. 그러나 스트레스도 힘이 되는 것일까. 마침내 이정재는 자신의 연기를 호평하는 관객 틈에서 또 다른 ‘신세계’를 꿈꾸고 있다.

이정재의 ‘신세계’에는 분명 배우로서 “일에 대한 열정을 더 뜨겁게” 달굴 그 무엇이 있다. 일과 영화와 연기에 대한 “애착을 더 갖고 싶다”고 말한다. 그런 그에게 ‘자연인 이정재’로서 꿈꾸는 ‘신세계’는 따로 있지 않다.

이제 갓 마흔의 문턱에 들어선 나이. 가수 겸 연기자 탑(26)과 만나 저녁을 함께하며 “미(美)적인 것에 대한 관심사”를 나누고, 다양한 소재를 이야기로 풀어갈 때 “느낌으로는 고작 4∼5세 차이” 밖에 나지 않았다고 말할 만큼 이정재는 여전히 젊게 산다. “내가 아는 절반 이상의 선배들이 가장 재미있는 때가 마흔이라더라”며 앞으로 다가올 시간에 대한 기대의 표정을 짓는다.

지금까지도 어느 것에도 얽매이지 않고 살아왔다는 그는 “무언가로부터 제약을 받고 살지 않았다”면서 “항상 자유롭다”고 말한다. 한때 모 대기업 가문의 여성과 얽혔던 스캔들에 대해서도 “남의 말을 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의 호사스런 입방아쯤으로 여기고 있다. 아직은 더 젊었을 시절 가졌던 다양한 욕망도 이젠 “그렇게 좋아 보이지만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정재는 앞으로도, 지금껏 그래왔듯이, “자연인 이정재와 배우 이정재 사이에서” 갈등할 게 없어 보인다. 오로지 “일에 대한 열정과 애착”으로 새롭게 다가올 ‘신세계’를 그는, 준비하고 있다.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tadada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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