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저스, 류현진에 ‘통큰 지갑’ 연 진짜 이유는?

입력 2013-02-26 17:3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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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올림픽가에 설치된 류현진의 피칭 모습을 담은 대형 홍보 입간판. ‘완전 새로운 블루(A WHOLE NEW BLUE)’ 라는 문구가 적혀있다. 로스앤젤레스=문상열 동아일보 통신원

‘한인 마켓을 공략하라’

LA 다저스가 거금을 투자해 전 한화 이글스 에이스 류현진(26)을 영입한 가장 큰 이유다. 다저스 구단이 류현진을 영입하기 위해 투자한 금액은 총 61,737,737달러다. 한화로 약 671억여원이다. 텍사스 레인저스가 에이스급 프리에이전트 박찬호를 영입하려고 투자한 6500만달러에 조금 미치지 못한 거금이다.

류현진에게 거금을 투자하고 영입했을 때 LA 지역 언론의 반응은 매우 부정적이었다. 특히 LA 타임스 칼럼니스트는 한국 프로야구의 형편없는 구장 인프라를 거론하면서 검증안된 류현진의 투자를 무모하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다저스는 비지니스로 접근해 류현진을 영입한 것이다. 바로 한인 마켓의 공략이다.

2009 년 월드베이스볼 클래식(WBC) 두번째 대회의 준결승과 결승전은 다저스타디움에서 벌어졌다. 당시 이를 주최한 메이저리그와 다저스 구단 관계자들은 한인들의 열띤 응원열기에 깜짝 놀랐다. 미국에서는 볼 수 없는 광경이 다저스타디움에서 벌어졌던 것이다. 꽹과리, 징 썬더스틱, 게다가 응원단장의 리드에 맞춰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응원열기에 감탄해 마지 않았다. 일본 응원석은 상대적으로 매우 조용했다. 실제 다저스타디움에서 벌어진 베네수엘라와의 준결승전 관중은 43,378명, 결승전 일본전에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 사상 최다 54,846명이 입장했다. 이 가운데 절반은 한인 관중이었다.

다저스는 한국인 최초의 메이저리거 박찬호가 프리에이전트로 떠난 뒤 한인 마켓이 크게 위축됐다. LA는 한인 동포들이 서류미비자를 포함해 100만명이 거주하는 큰 시장이다. 서재응과 최희섭이 다저스 유니폼을 입었지만 잠시였고 영향력도 박찬호에 비교할 바가 안됐다. 다저스는 WBC에서 보여준 한인 열기를 다저스타디움으로 연결시키고 싶었다. 류현진 영입의 결정권자 네드 콜레티 단장은 WBC 대회를 지켜봤고, 그 때도 단장이었다. 결국 류현진이 포스팅 시스템으로 미국 진출을 선언하면서 다저스는 예상을 깨는 거액을 투자해 영입에 성공한 것이다.

미국 스포츠는 철저한 비지니스다. 지난해 8월 다저스는 보스턴 레드삭스와 초대형 트레이드로 엄청난 연봉부담을 안고 1루수 애드리언 곤살레스, 투수 조시 베켓, 외야수 칼 크로포드를 데려왔다. 이 트레이드의 핵심은 멕시칸-아메리칸 곤살레스였다. 갈수록 커지는 히스패닉 시장에 실력뛰어나고, 잡음없고, 지역봉사활동에 적극적인 곤살레스는 다저스가 원하는 바로 그 선수였다. 다저스는 메이저리그 팀 가운데 가장 넓은 히스패닉 시장을 확보하고 있다.

다저스는 최근 한인들의 왕래가 잦은 LA 올림픽가에 류현진의 피칭 모습을 담은 대형 홍보 입간판을 설치했다. '완전 새로운 블루(A WHOLE NEW BLUE)' 문구는 류현진과 새로운 다저블루를 의미한다. 본격적인 한인 마켓의 공략 일환이다. 구단은 류현진을 영입한 뒤 한국어와 영어에 능통한 한인 마틴 김을 전담으로 붙여 두고 있다. 마틴은 경기장외에서 벌어지는 일의 통역을 맡고 있다. 아울러 한인 사회의 마케팅도 담당하고 있다. 류현진은 다저스의 바람대로 다저스타디움에 코리안 돌풍을 일으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

로스앤젤레스=문상열 동아일보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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