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는 오랫동안 포수 난에 시달려왔다. 고졸 신인 포수 한승택은 한화의 이런 고민을 해결해줄 신선한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문학|김종원기자 won@donga.com 트위터 @beanjjun
타격훈련은 빼먹어도 수비훈련은 꼭 했죠
송구·블로킹·자세 훈련으로 기본기 다져
뚱뚱해서 포수 됐는데 포수 하니 살 빠져
고졸 신인 개막전 주전? 꿈인지 현실인지
한국시리즈 우승 후 투수와 포옹하는 게 꿈
○포수는 수비와 팀 리드가 첫 번째죠!
-반갑다. 요즘 많이 유명해졌어?
“잘 모르겠어요. 신인이니까 그저 열심히 한다는 생각뿐입니다.”
-이렇게 빨리 한승택이 주목을 받을 줄 생각 못했다.
“저도요. 1군에 있는 것도 행복한데, 알아봐주시는 분들이 많아져서 얼떨떨합니다.”
-어떤 점이 어필한 걸까?
“수비죠. 제가 그래도 좀 할 줄 아는 게 수비니까요. 수비능력 때문에 지명도 받은 거죠.”
-아마추어 선수들이 프로에 와서 ‘수비 좋다’고 인정받는 게 쉽지 않다. 특히 포수는.
“잘 봐주시는 거죠. 아직 모자란 건 분명하니까요. 프로에선 또 배울 것도 많고요. 학생도 고등학교보다는 대학에서 더 수준 높은 걸 배우잖아요.”
-김응룡 감독이 ‘수비 잘한다’고 칭찬 많이 하더라.
“덕수고 시절에 타격보다는 수비훈련을 많이 했어요. 포수는 수비 잘하고, 팀을 잘 리드하는 게 첫 번째니까요.”
-정확한 판단이다. 수비훈련을 어떻게 했나?
“세 가지로 나눠서 했어요. 첫 번째는 송구, 두 번째는 블로킹, 세 번째는 송구하기 위한 자세훈련.”
-자세훈련?
“네. 볼을 빨리 미트에서 빼내고, 하체동작을 빠르고 간결하게 하는 거죠. 최대한 빨리 공을 빼서 정확하게 던져야 하니까요.”
-근데 수비훈련은 재미없잖아?
“공부도 재미있어서 하는 사람, 별로 없잖아요. 하기 싫을 때도 있었지만, 항상 재미있게 하려고 노력했어요. 타격훈련은 빼먹어도 수비훈련은 빼먹지 않았어요.”
-그래서 네가 기본기가 좋구나.
“저는 수비가 재미있어요. 공은 투수가 던지지만, 게임은 제가 내는 사인으로 시작되잖아요. 볼 배합과 일어나는 상황마다 대처해나가는 일들이 재미있어요.”
-위기가 재미있어? 열아홉 살 포수에게 이런 이야기 들으니까 신기하다. 박경완, 강민호도 열아홉 살에 이런 생각을 했을까?
“위기는 당연히 오는 거잖아요. 위기 없으면 재미도 없고요. 점수 안주는 투수도 없고요. 올 게 오는 거고, 줄 점수 주는 건데, 그 순간 즐기지 못하면 저만 괴롭죠.”
-너 말하는 것 보니까 보통 아니다. 김응룡 감독이 괜히 너를 주전으로 점찍은 게 아니구나. 타격은 어때?
“솔직히 보통이죠. 한참 멀었어요.”
-시범경기에서 타율 좋던데?
“못 쳐도 가끔 좋을 때 있잖아요. 타이밍에 변화를 주긴 했어요.”
-타이밍 변화?
“프로 투수들 공이 빠르고 변화도 심하니까,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투수의 폼에 맞춰 타이밍 잡는 걸 조금 바꾼 거예요.”
○뚱뚱해서 포수됐어요!
-야구는 언제부터 했니?
“초등학교 5학년 때요.”
-처음부터 포수였어?
“아니요. 3루수로 시작했는데, 감독님이 포수하라고 하셔서 포수가 됐어요.”
-왜 포수를 하라고 한 건데.
“제가 초등학교 때 좀 많이 뚱뚱했거든요. 내야수가 민첩해야 하는데, 잘 움직이지를 못하니까. 그래서 포수가 됐어요.”
-포수 하고 살이 빠진 거야?
“중학교 1학년이 되니까 살이 쏙 빠지더라고요. 살이 빠지니까 야구 재미가 더 생기고, 포수도 재미있고.”
-그랬구나. 덕수고에 가서 진짜 포수가 됐다면서?
“중학교 때까지는 투수도 하고, 포수도 하고 했는데, 고등학교에선 포수만 했어요.”
-2학년 때부터 청소년대표로 활약했다.
“감독님들이 제가 수비하는 모습을 좋게 봐주신 것 같아요. 타격은 별로거든요. 수비 때문에 청소년대표가 됐어요.”
-청룡기 우승도 했잖아.
“지금까지 제 인생에서 가장 좋았던 순간이죠. 정말 최고였어요.”
-프로에서도 우승해야지?
“제가 갖고 있는 꿈 가운데 첫 번째는 한국시리즈 우승하고 투수와 마운드에서 포옹하는 거예요. 프로에서도 꼭 우승팀 포수가 되고 싶어요.”
○개막전 주전 포수? 꿈같은 이야기죠!
-개막전에 나갈 가능성이 크다. 어떤 마음이 들던가?
“‘꿈인가, 현실인가?’ 그런 거죠. 정말 상상도 못했어요.”
-김응룡 감독의 눈에 쏙 들었다.
“지난해 마무리캠프부터 이상하게 타격감이 좋아요. 마무리캠프 때 청백전에서도 안타를 많이 쳤고, 스프링캠프와 시범경기까지 제 생각 이상으로 잘 맞아요. 그래서 감독님이 좋게 봐주시는 것 같아요.”
-수비 잘하겠다, 방망이도 곧잘 치니까 얼마나 예쁘겠어?
“열심히 해서 좋은 모습 보여드려야죠.”
-처음 입단하고 어떤 목표를 세웠나?
“한 2년 동안 2군에서 열심히 배우고, 군대 갔다 오고, 그런 생각했어요. 솔직히 1군에 대한 욕심은 조금도 없었어요.”
-프로 투수들 공은 어때? 잡을 만한가?
“네. 근데 바티스타는 힘들어요. 스프링캠프 때 커브 사인을 내고 못 잡았어요. 커브가 직구처럼 빠르게 오더라고요.”
-투수 리드할 때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뭔가?
“투수를 편하게 해주는 거죠. 투수가 불편하면 좋은 공 던지기 힘들잖아요.”
-볼 배합도 투수 위주겠구나?
“네. 맞아요. 제 생각보다는 투수의 컨디션을 먼저 생각하죠. 가급적이면 투수가 던지고 싶은 공을 던지게 하는 편이예요.”
○목표요? 아직은 없어요!
-덕수고 정윤진 감독은 한마디로 너를 ‘똑똑한 포수’라고 하더라.
“감독님 때문에 제가 선수 됐죠. 수비훈련 많이 시켜주셨어요.”
-똑똑하다는 건 뭘까?
“경기흐름을 읽고, 감독님의 생각을 꿰뚫는 거죠. ‘너는 내 맘을 어떻게 그리 잘 아냐?’, 가끔 그러셨어요.”
-루키니까 아무래도 상대팀에 대한 정보가 많이 부족하다. 어떻게 준비하고 있나?
“배터리코치님과 전력분석팀에서 많이 알려주세요. 처음은 그렇게 시작해야죠. 하나하나 배워나갈 생각입니다.”
-긴장되지는 않니?
“저 긴장 안 해요. 어떤 경기를 해도 긴장 안하는 편이죠.”
-선수는 경기력도 물론 중요하지만, 인터뷰 해보면 또 다른 느낌이 온다. 넌 좀 특별하다.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혹시 야구 못해도 응원해주십시오.”
-올해 목표는?
“아직은 없어요. 경기에 나가서 그냥 열심히 재미있게 하는 것만 생각하고 있습니다. 못하면 2군에 갈수도 있겠지만, 시즌 끝까지 1군에 있을 수 있으면 좋겠어요. 그게 목표입니다.”
한승택은?
▲생년월일=1994년 6월 21일
▲키·몸무게=174cm·76kg(우투우타)
▲출신교=잠전초∼잠신중∼덕수고
▲프로 입단=2013신인드래프트 한화 3라운드(전체 23순위) 지명·입단
▲2013년 연봉=2400만원
스포츠동아 해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