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경익 영화투자배급사 NEW대표. 김종원기자 won@donga.com 트위터@beanjjun
영화 투자배급사 NEW의 이야기다.
투자배급을 맡아 1250만 관객을 넘긴 ‘7번방의 선물’(이하 ‘7번방’)로 NEW는 기존 1000만 영화 가운데 투자수익률이 가장 높은 작품을 배출했다.
‘7번방’이 흥행하는 도중에 내놓은 액션 누아르 ‘신세계’도 430만 관객을 넘어섰다.
2008년에 회사를 설립해 업무를 시작한 지 햇수로 5년 만에 이룬 성과다.
NEW의 장경익(41) 영화사업부 대표를 만났다.
“영화 한 편 잘됐다고 해서 다음 영화의 성공이 담보되는 건 아니다”는 장 대표는 “그 성과가 사라지지 않도록 다른 사업과 연계해야 하는 숙제도 상당히 많다”고 했다.
기대, 설렘보다 ‘숙제’ 이야기부터 꺼낸 그는 “(‘7번방’의)흥행 결과를 썩히는 건 국가적인 손해인 것도 같다”며 “실제 성과로 연결하는 고민의 단계인데, 뮤지컬 등 다른 콘텐츠로 연결하는 여러 구상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영화계에서 NEW의 약진이 집중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건 지난해 초부터다.
개봉 전 예상을 뒤엎고 345만 관객을 모은 ‘부러진 화살’, 459만을 기록한 ‘내 아내의 모든 것’, 490만을 동원한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까지 연속 히트작을 내놓았다. 여기에 베니스 국제영화제 황금사자상의 ‘피에타’ 배급도 맡았다.
장경익 영화투자배급사 NEW대표. 김종원기자 won@donga.com 트위터@beanjjun
그 흥행의 기운은 올해도 이어지고 있다.
장 대표는 NEW가 배급 영화를 선정하는 데는 이 회사만의 독특한 의사결정 과정이 자리한다.
“최종 투자 심사에는 전 직원이 참석한다. 그래봐야 30명이 조금 안 되는 숫자다. 한 공간에 모여 해당 영화를 놓고 걱정하고, 지지하고, 반대하는 시간을 갖는다. 잘 먹고 잘 놀러 다니기로 유명한 회사라 그런지, 말단 직원도 대표 눈치 보지 않고 할 말은 다 한다.(웃음) 선택이 다수결은 아니지만 대체로 배급을 맡는 영화는 찬성의 수가 많다.”
장 대표는 멀티플렉스 메가박스에서 프로그래밍 기획자로 일하다 NEW 설립과 함께 자리를 옮겼다. 대기업 계열의 배급 3사가 시장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던 상황이었다. 진입장벽이 높았다.
함께 만난 NEW의 박준경 마케팅 팀장은 “처음에는 친분이 있는 영화 제작사를 찾아다니며 배급할 영화를 구하기도 했다”고 돌이켰다.
NEW의 문화는 ‘협업’에서 나온다.
다른 투자배급사에 비해 직원수가 절반도 되지 않지만 “하급 직원에게 책임을 전가하지 않고, 안 된 영화를 맡은 담당자들에게도 아무런 질책을 하지 않는 게 사풍”이라고 장 대표는 말했다.
“마케팅, 투자 등 3개의 팀이 있다. 각 팀이 80점씩의 성과를 낸다고 치면 우리의 평균은 80점이 아니라 그 수를 모두 더한 240점이다. 서로 능력의 최대치를 끌어올리는 협업의 시너지를 믿는다.”
○“극장 없는 배급사? 목숨 걸고 한다”
장경익 대표는 지난해 영화계에 3~400만 명을 모은 흥행 영화가 여러 편 탄생한 점에 주목하고 있다.
“영화의 허리가 탄탄해지고 있다”고 짚은 그는 “영화를 개봉할 때 1000만을 목표로 하는 작품은 거의 없지 않느냐. 영화 콘텐츠에 집중하면 손익분기점을 넘기는 영화가 더 많이 탄생할 것 같다”고도 했다.
장경익 영화투자배급사 NEW대표. 김종원기자 won@donga.com 트위터@beanjjun
“마케팅의 힘으로 흥행에 성공한 영화가 나오면 관객은 배신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그 뒤에 나오는 영화에도 상당히 영향을 미치고. 한 편이 성공하면 그 분위기를 다른 작품으로 이어가는 ‘동업자 정신’도 필요하지 않을까. 물론 그 기반은 다양한 장르에서 이뤄져야 하고.”
최근 영화계에는 1000만 흥행작이 잇따라 나온다. 한국영화 점유율 역시 수직 상승하고 있다. ‘호황’이란 말도 들린다. 올해 극장 관객은 사상 최대 규모인 2억 명을 돌파할 것이란 예측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한 장 대표의 생각은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는 영화계의 시선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장 대표는 이 같은 분위기를 오래도록 유지하기 위해서는 좀 더 구체적인 제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배급사의 영화 배급편수를 조절하는 일종의 쿼터제 도입이다.
“배급사의 자사 영화 밀어주기가 점차 노골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이젠 관객의 눈에도 보일 정도이니까. 미국의 메이저 스튜디오가 1년에 개봉하는 영화가 20여 편인데 우린 40편을 넘긴다.”
장 대표의 말은 이어졌다.
“배급사가 한 해 개봉할 수 있는 영화 편수를 조절해야 하지 않을까. 각자의 시장을 갖고 가야 산업 자체가 균형 발전한다고 믿는다. 지금 우리 영화 환경에서 스크린쿼터보다 중요한 건 상영 편수 제한이라고 본다.”
NEW는 주요 배급사로는 유일하게 계열 극장이 없다. 장 대표는 “분명 핸디캡이지만 결정적인 건 아니다”고 했다.
“극장이 영화 흥행에 있어서 선두적인 마케팅 수단인 건 분명하다. 그래도 몇 번의 경험을 하면서 절대 억지로는 관객을 끌어 모으지 못한다는 걸 배웠다. ‘7번방’은 그런 의미에서 여러 편견을 깬 성과인 것도 같다.”
NEW의 올해 라인업도 만만치 않다.
5월게 엄정화·김상경 주연의 스릴러 ‘몽타주’를 시작으로 김기덕 감독이 제작한 ‘배우는 배우다’, 설경구·정우성이 출연한 액션 영화 ‘감시’, 송강호가 맡은 ‘변호인’ 등이 NEW를 통해 세상에 나온다.
스포츠동아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madeinhar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