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웃도어 브랜드 명칭은 어디서 유래했을까?

입력 2013-03-28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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랜턴, 버너, 쿨러 등의 캠핑용품으로 유명한 세계적인 아웃도어 브랜드 콜맨의 창업자 윌리엄 커핀 콜맨이 초기의 랜턴제품을 연구하고 있는 모습. 브랜드명인 ‘콜맨’은 창업자의 이름을 따 지은 것이다. 사진제공|콜맨

■ ‘블랙야크’ 이름은 엄홍길 대장 작품!

“1993년 (엄)홍길이와 히말라야를 갔을 때였다. 당시 나는 등산장비에서 등산의류로 사업의 중심을 옮길 것을 생각하고 있었다. 티베트 산속을 걷고 있을 때 등산장비를 지고 가는 동물이 나와 홍길이의 눈앞에 나타났다. 온통 검은색. 그 검은색이 왜 그때 내 눈에 확 들어왔는지 모르겠다. 억세지만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검은 털이 히말라야 햇빛을 받아 빛나고 있었다. 그때 홍길이가 말했다. ‘브랜드 이름으로 블랙야크가 어떨까요?”

우리나라 토종 아웃도어 브랜드 ‘블랙야크’는 이렇게 해서 세상에 나왔다. 블랙야크 강태선 회장은 “한때 국내 등산복계를 휩쓴 검은색 열풍은 블랙야크로부터 시작된 것”이라고 회상했다. 100여년이 넘는 전통을 지닌 브랜드부터 론칭한 지 수 년 남짓한 신생 브랜드까지, 아웃도어 붐이 일면서 아웃도어 브랜드는 이제 가전이나 자동차 브랜드처럼 사람들에게 익숙해졌다. 그런데 이들 아웃도어 브랜드명은 누가, 어떻게, 어떤 의미로 지은 것일까.


K2·노스페이스·컬럼비아 등 지명 유래
밀레·콜맨 등은 창시자 이름 브랜드로
아이더는 ‘북유럽 해양성 물오리’ 이름
케이스위스 ‘캘리포니아+스위스’ 합성어



● ‘세계에서 가장 험난하고 어려운 산’…노스페이스, K2

가장 흔한 유형은 아웃도어 활동을 상징하거나 브랜드의 개성을 잘 드러낼 수 있는 지역의 이름을 빌려오는 것이다. 우리나라 아웃도어 매출 1위 브랜드인 노스페이스가 대표적인 예. 노스페이스(Northface)는 오르기 힘들기로 소문난 북반구 산의 북쪽 면을 지칭한다. 좀 더 정확하게는 알프스 아이거, 마테호른, 그랑조라스를 뜻한다. 노스페이스라는 브랜드명에는 ‘세상에서 가장 험난한 길을 간다’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K2는 에베레스트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은 산(8611m)이다. 에베레스트보다 등반이 어렵다고 알려져 있다. ‘가장 높은 산’은 아니지만 산악전문가들은 ‘가장 오르기 어려운 산’, ‘가장 등반하고 싶은 산’으로 꼽는다.

노스케이프는 노르웨이의 ‘노드카프’라는 지역 명에서 유래한 이름이다. 이 지역은 인간이 여행할 수 있는 최북단 땅 끝으로 북극과 가까워 백야, 오로라 현상을 볼 수 있다. 여행가들 사이에서는 ‘신비의 땅’으로 추앙받는 곳이기도 하다.

컬럼비아는 1938년 미국 오리건주 북서부의 도시인 포틀랜드에서 시작됐는데, 이곳을 흐르는 강이 바로 컬럼비아 강이다. 이 지역은 거대한 산과 숲, 화산, 해변이 있어 아웃도어 활동의 최적지로 알려져 있다.

대자연의 웅장함을 느끼게 하는 K2. 사진제공ㅣK2



● 밀레·콜맨은 창립자의 이름에서

밀레와 콜맨은 창립자의 이름에서 따왔다. 밀레는 1921년 마크 밀레 부부가 10명 남짓한 직원들과 함께 등산용 배낭을 생산하기 시작한 것이 시초다. 2차 세계대전 때는 밀레 부부의 아들인 르네 밀레와 레몽 밀레 형제가 프랑스 레지스탕스에게 배낭을 공급했다고 한다.

콜맨은 1899년 윌리엄 커핀 콜맨이 설립한 미국 브랜드. 가솔린램프 대여업으로 시작해 1920년부터 오토캠핑용 제품을 내놓기 시작했다. 창립자의 정신을 이어받아 ‘품질중시’의 원칙을 지키고 있다. 100년 이상의 전통은 품질을 바탕으로 쌓아올린 고객의 신뢰 덕이다.


● ‘아이더’는 북유럽 물오리 이름

동물이나 사물의 이름에서 따온 브랜드명도 있다. 앞서 소개한 블랙야크가 대표적인 예. 프랑스 아웃도어 아이더 역시 동물이름에서 따왔다. 아이더라는 브랜드명은 세계 최고급 다운으로 유명한 북유럽 해양성 물오리인 아이더 오리(Eider Duck)에서 유래됐다.

북극권의 아이슬란드, 그린랜드 지방, 북미 해안선에 서식하는 아이더 오리는 극한의 추위와 자연의 위험으로부터 알과 새끼를 보호하기 위해 가슴 부위 솜털을 뽑아 둥지를 감싼다고 한다. 아이더라는 브랜드명에는 극한의 자연 속에서 고기능과 편안함으로 인간을 안전하게 보호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스위스는 지구 한 바퀴에 이르는 6만km의 트레킹 코스가 있는 나라로 전 세계 트레킹 마니아들이 사시사철 몰려드는 트레킹의 중심지이다. 아웃도어 브랜드 센터폴의 이름은 스위스 베른광장의 마르크트 거리에 있는 분수대의 깃대에서 따왔다.


● 핀란드의 열정과 자연을 하나로…피버그린

두 개의 단어를 조합해 만든 이름도 있다. 호수와 숲의 나라 핀란드에서 탄생한 브랜드 피버그린은 핀란드인의 ‘열정’(Fever)과 ‘자연’(Green)을 의미한다. 커피 찌꺼기 소재의 셔츠, 친환경 공정 등 핀란드의 자연감성을 닮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는 브랜드이기도 하다.

스포츠브랜드 르까프(LCAF)는 올림픽 정신인 ‘더 빠르게(Le Citius)’, ‘더 높이(Altius)’, ‘더 강하게(Fortius)’를 의미하는 라틴어를 어원으로 브랜드명을 만들었다. 일본 오니츠카 키하치로가 창업한 아식스(ASICS)는 로마의 시인 유베날리스가 남긴 명구 ‘건강한 정신은 건강한 육체에서(ANIMA SANA IN CORPORE SANO)’의 머릿글자를 따서 지었다.

케이스위스는 ‘캘리포니아’와 ‘스위스’의 합성어. 스위스 태생의 월드컵 스키 선수출신으로 미국 캘리포니아로 이주해 테니스 선수로 성공한 두 형제에 의해 탄생한 브랜드이다. 유럽의 클래식한 느낌과 미국의 캐주얼 감성이 결합된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ranbi3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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