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day View] 2군서 독기·0부터 시작·1등 MVP·3년차 영웅 박병호

입력 2013-04-0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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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센 박병호는 오랜 2군 무명시절을 거쳐 지난해 타격 3관왕으로 MVP를 거머쥐었다. 그러나 이제부터가 더 중요하다. 리그 정상급
 홈런타자로 확실히 인정받기 위해 초심으로 돌아가 새 시즌을 준비했다. 박화용 기자inphoto@donga.com 트위터 
@seven7sola

넥센 박병호는 오랜 2군 무명시절을 거쳐 지난해 타격 3관왕으로 MVP를 거머쥐었다. 그러나 이제부터가 더 중요하다. 리그 정상급 홈런타자로 확실히 인정받기 위해 초심으로 돌아가 새 시즌을 준비했다. 박화용 기자inphoto@donga.com 트위터 @seven7sola

■ ‘2013’으로 풀어본 넥센 4번타자의 꿈

넥센 박병호(27)는 지난해 31홈런·105타점을 기록했다. ‘만년 유망주’의 껍질을 깨고 홈런·타점·장타율에서 3관왕으로 우뚝 섰다. 그에게 2013년은 리그 정상급 홈런타자로 확실히 인정받아야 하는 시즌. 이제는 개인 성적이 팀 성적과 직결되는 위치라서 더 그렇다. 그래서 스포츠동아는 박병호와 ‘2·0·1·3’을 주제로 인터뷰를 했다. 2군에서의 힘겨웠던 시절부터 이제 갓 막을 올린 새 시즌의 기대까지, 그는 담담하지만 힘 있는 목소리로 차근차근 풀어놓았다. 박병호는 개막 이틀째인 31일 광주 KIA전에서 가뿐하게 시즌 마수걸이 홈런을 신고했다.


기약없는 2군시절 두려움만 커져
포기 안하고 도전…인생역전 기회가…

작년 타격 3관왕 잊고 다시 초심으로
넥센서 3년…홈런왕 욕심은 없지만
‘4번타자’다운 모습 보여 주고 싶다



○2=2군

박병호는 ‘2군’에서 오래 머물렀던 선수였다. 흙 속에서 캐낸 진주로 통했다. 지금은 그의 야구인생에 좋은 밑거름이 됐지만, 기약 없이 2군을 전전할 때는 그 시간이 끝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도 커지기 마련이다.


-지금 그 시절을 돌이켜보면 어떤가. 가‘ 큰 벽은 뭐였나.

“그땐 그냥 무조건 열심히 했던 것 같다. 그러나 1군에서 경기를 할 때면 늘 심리적으로 여유를 못 가졌다. 항상 쫓겼다. 보장된 자리가 없으니, 1군에 픽업되면 빨리 뭔가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만 했다. 기술적 부분을 떠나 그런 부분이 가장 답답했다.”


-좌절한 적은?

“2군에서 아무리 잘해도 1군에 자리가 없어 (1군에) 못 올라가는 시간이 길어지면 솔직히 힘들다. 그건 2군 선수들 누구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때 2군에 계셨던 김기태 LG 감독님과 허문회 코치님(현 넥센 코치), 이종열 코치님이 붙잡아주셨다. 힘들 때 솔직하게 털어놓으면, 좋은 말씀을 해주시고 운동도 더 시켜주셨다.”


-지금의 박병호가 2군에 있던 자신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나.

“포기하지 말라는 말. 난 트레이드로 인생이 바뀌지 않았나. 지금의 팀이 아니더라도 누군가 너의 능력을 알아보고 기회를 주는 날이 있을 거라는 믿음을 주고 싶다.”


○0=초심

박병호는 올해 ‘0’에서 다시 출발한다. 가능성 하나를 굳게 믿고 시련을 이겨냈던 ‘초심’을 잊지 않을 생각이다. 화려했던 스포트라이트를 뒤로 한 채, 그의 머릿속은 변함없이 ‘야구’ 생각으로 복잡하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시즌이다.

“스프링캠프를 준비할 때부터 지난해와 다르지 않은 스케줄로 훈련하려고 했다. 성적에 대한 유일한 목표 역시 ‘2년 연속 전 경기 출장’뿐이다. 마음 자체를 처음과 동일하게 먹는 것이다. 부담을 안 가지려고 계속 자기암시를 하고 있다.”


-야구를 해보니 가장 어려운 게 뭔가.

“잘 될 때와 안 될 때의 느낌이 정말 다를 게 없다는 것. ‘종이 한 장’ 차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런데 잘 안 될 때는 그게 종이 한 장 차이라는 걸 모르고 큰 문제가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럴 때가 정말 힘들었다.”


-극복하게 된 계기가 있나.

“지난 여름이다. 한 경기 3홈런(지난해 8월 1일 문학 SK전)을 치기 전날인데, 한참 좋은 성적을 내다가 주춤한 상황에서 밸런스와 타격감이 너무 안 좋았다. 경기 전 특타를 했는데도 감이 안 왔다. 그런데 갑자기 (다음날) 경기에서 홈런 3개가 나오는 거다. 며칠 동안 너무 막막했던 상황이라 아이러니했다. 그 후로는 안 좋을 때도 마음을 편하게 먹을 수 있게 됐다. 여름에 힘이 들면 체력을 위해 오히려 쉬는 게 낫다는 것도 알았다.”



○1=MVP

그렇게 박병호는 처음으로 성공적인 풀타임 시즌을 보냈다. 그리고 결국 ‘1등’이 됐다. 생애 첫 정규시즌 최우수선수(MVP). 골든글러브부터 각종 언론사 시상식까지 모두 휩쓸었다. 스스로도 미처 예상치 못한 결과였다.


-처음 야구를 시작했을 때가 생각났을 것 같다.

“야구의 ‘야’ 자도 몰랐던 초등학교 1학년 때, 어머님이 야구부 모집 전단지를 하나 가져오셨다. 내가 우유를 많이 먹어서 그런지 집안에서 혼자 덩치가 컸다. 그래서 형 말고 내가 얼떨결에 시작했다. 어렸을 때는 팀에 선수가 별로 없어서 바로 경기도 나갔고, 중학교 때부터 웨이트트레이닝도 열심히 해서 또래보다 늘 힘이 좋았다. 그땐 마냥 재미있었다.”


-프로에 와서 힘들기도 했을 텐데, 버티길 잘 한 것 같다.

“솔직히 2군에 있을 때, 앞이 안 보여서 그만두고 싶었다. 집에 힘들다고 얘기해보기도 했다. 그렇지만 아무래도 고생하며 뒷바라지해주신 부모님이 눈에 밟혔다. 이렇게 돼 다행이다.”


-결국 최고의 순간을 맞이하게 됐다.

“그렇다. 사실 넥센에 트레이드된 첫 시즌에 처음 끝내기 홈런(2011년 8월 21일 목동 KIA전)을 쳤을 때를 잊을 수가 없다. 그제야 뭔가 넥센 선수가 된 듯한 기분이 들었다. 한편으로는 그해 결혼을 앞두고 있었는데, 아쉬운 마음을 잊고 새로운 팀에서 새롭게 출발해 성공해보자는 마음가짐을 얻을 수 있었다.”


-지난해는 ‘전교 1등’이었다. 앞으로 이승엽(삼성)처럼 국민적인 타자를 꿈꾸나.

“이승엽 선배님과의 비교는 절대 말이 안 된다. 다만 희망 하나는 있다. 그냥 지난해 보여준 모습처럼 ‘박병호’ 하면 ‘홈런타자’, ‘4번타자’라는 인식을 확고히 하고 싶다. 그거면 된다.”


○3=3년차

이제 박병호는 넥센 유니폼을 입고 3번째 시즌을 맞는다. 그 사이 그의 위상은 많이 달라졌다. 어릴 때부터 LG 팬이었던 그는 여전히 전 소속팀에 대해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지만, 변함없이 응원해주는 팬들을 위해서라도 꼭 최고의 활약을 펼칠 각오다.


-박병호에게 넥센이란 어떤 의미인가.

“다시 한번 희망을 준 팀이다. 처음 왔을 때는 나도 보여준 게 없어서 눈치를 많이 봤다. ‘자신 있게 하라’고 하셔도 뜻대로 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이제는 편하다. 팀의 주축이란 느낌도 있고, 그만큼 팀의 기대도 받는다. 책임감이 확실히 생겼다.”


-시즌을 출발하는 느낌이 남다를 듯하다.

“한해가 아니라 3년 정도는 꾸준히 잘해야 인정받을 수 있지 않나. 트레이드 첫해에 가능성을 보였고, 지난해에 성공했다면, 올해는 내가 인정받는 해가 됐으면 좋겠다.”


-올 시즌 박병호를 가장 유력한 홈런왕 후보로 꼽는 이가 많다.

“생각은 안 한다. 내가 지난해 홈런왕을 했던 건, 기존 홈런타자들이 대체적으로 부진해서 기회를 잡은 거라고 생각한다. 올해는 나 말고도 홈런을 많이 치는 선수들이 더 많아져서 한국야구가 더 재미있어졌으면 좋겠다. 다같이 많이 치면 관중도 늘겠지. 난 그냥 넥센 4번타자다운 모습을 2년 연속 보여주고 싶은 마음뿐이다.”

배영은 기자 yeb@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goodgo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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