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오후 수원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수원삼성(한국)과 가시와레이솔(일본)의 H조 경기에서 수원 정대세가 두번이나 페널티킥을 실축하자 고개를 떨구고 있다. 수원|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트위터 @bluemarine007
수원이 '믿었던 도끼' 수비진에 발등을 찍혔다.
서정원 감독은 2일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H조 조별리그 가시와 레이솔과의 경기 미디어데이에서 “요즘 공격수들의 컨디션이 좋아 가시와전에서 폭발할 것”이라고 믿음을 보이면서도 “개막 이후 공격수들이 이렇다할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라며 분발을 촉구했다.
서 감독의 말처럼 당초 수원의 고민은 공격진이었지, 곽희주를 중심으로 홍순학-곽광선-최재수가 나선 수비진이 아니었다. 수원은 앞서 이번 AFC 챔피언스리그에서 센트럴 코스트(호주)-귀저우 런허(중국)를 상대로 1골도 득점하지 못했지만, 반대로 단 1골도 허용하지 않았다.
하지만 3일 가시와와의 경기에서 믿었던 수원의 수비진은 처참하게 무너져내렸다. 이날 수원이 허용한 골은 무려 6골. 페널티킥 4개를 얻고도 1개밖에 성공시키지 못한 공격진 못지 않게 비참한 성적표다.
가장 큰 문제는 골키퍼 양동원과 수비진의 호흡이 전혀 맞지 않았다는 점이다. 오랜만에 경기에 나선 양동원은 한마디로 우왕좌왕하며 소나기골을 허용했다. 서정원 감독은 가시와 전의 중요성을 고려해 주전 골키퍼 정성룡을 출전시킬 예정이었지만, 정성룡이 전날 연습 도중 손가락 부상을 입어 갑작스럽게 양동원을 투입했다. 서 감독은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이에 대해 “정성룡이 바로 전날 부상을 입었다. 많이 아쉬운 부분”이라고 언급해 준비가 부족했음을 인정했다.
3일 오후 수원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수원 블루윙즈(한국)과 가시와레이솔(일본)의 H조 경기에서 수원 서정원 감독이 걱정스럽게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수원|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트위터 @bluemarine007
하지만 이날 수비진의 붕괴는 골키퍼와의 호흡만으로 단정지을 수 없다. 수원은 폭풍처럼 실점하는 과정에서 마치 비디오를 돌려보는 듯 비슷한 모습을 계속 연출했다. 수원의 중앙 혹은 왼쪽 수비 진영을 돌파해 페널티 지역 안쪽까지 안전하게 진입한 가시와의 공격수들이 마지막 수비수를 벗겨내며 골키퍼 양동원의 왼쪽 방향으로 차넣었던 것. 특히 홍순학은 가시와 공격진에게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다나카 준야에게 4번째 골을 허용하는 과정에서는 페널티 지역 안쪽임에도 불구하고 상대의 속임 동작에 슬라이딩으로 대처하다 완벽한 노마크 찬스를 제공하는 굴욕도 맛봤다.
수원은 전반적인 멘탈 관리에서도 완패했다. 공격진이 페널티킥을 놓치면, 수비진은 곧바로 당연하다는 듯 점수를 내줬다. 수원은 후반 1분 라돈치치가 이날의 첫 페널티킥을 놓치자 이어진 가시와의 공격에서 구리사와 료이치의 중거리슛에 2번째 골을 내줬다. 수원은 1분 뒤 최재수의 골로 반격했지만, 가시와는 기죽지 않고 도리어 수원을 몰아쳐 2분 만에 구도 마사토가 추가골을 터뜨렸다.
간판 공격수 정대세는 '홀린 듯이' 두 차례나 페널티킥을 엉뚱한 방향으로 실축했고, 수비진은 ‘홀린 것처럼’ 허무하게 점수를 내줬다. 이날 각각 2골씩 득점한 가시와의 다나카-구도-구리사와는 순서마저 똑같이 1-2-3, 4-5-6번째 골을 터뜨리는 진기한 기록도 남겼다. 가시와 전은 수원으로선 '총체적 난국'이었다.
이날 패배로 수원은 2무 1패를 기록, 이번 대회 첫 승을 올린 센트럴 코스트(호주)에 이어 H조 3위가 되면서 조별리그 통과도 장담할 수 없는 처지가 됐다. 4위는 수원 전을 제외한 2경기를 모두 패한 귀저우 런허다. 반면 가시와는 3연승을 달리며 H조 최강자로 자리매김했다.
서정원 감독은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의욕이 너무 넘쳤던 것 같다. 감독으로서 이 부분을 잘 컨트롤해주지 못했다”라면서 “현재 심정은 담담하다. 이 경기를 교훈으로 삼아 분위기를 추스르고 가다듬을 것”이라고 밝혔다. 수원은 오는 9일 가시와 원정에 나선다. 서정원 감독이 상황 반전을 위해 어떤 카드를 꺼내들지 주목된다.
수원|동아닷컴 김영록 기자 bread425@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