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효원. 사진제공|월간탁구 안성호 기자
“여자 탁구가 정말 어려운 시기인데…참 소중한 결과다.”
‘탁구얼짱’ 서효원(26·KRA한국마사회)이 침체되어있던 한국 여자탁구를 깨웠다.
세계랭킹 32위인 서효원은 7일 인천 송도 글로벌캠퍼스 체육관에서 열린 2013 코리아오픈 국제탁구대회 여자 단식 결승전에서 세계랭킹 9위 이시카와 카스미(20·일본)을 세트스코어 4-3으로 꺾고 생애 첫 우승을 차지하면서 우승 상금 1만1000달러(한화 약 1250만원)의 주인공이 됐다. 서효원은 앞서 16강에서 세계랭킹 4위 펑티엔웨이(싱가폴)을 꺾은데 이어 카스미마저 격파, 향후 한국 여자탁구를 이끌어갈 재목임을 증명했다.
경기 후 만난 탁구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감격에 차 있었다. 여자 탁구 대표팀 김형석 감독은 “사실 단식 우승은 생각도 못했다. 세계 선수권을 앞두고 전초전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다”라면서 “우선 일본과 싱가폴, 홍콩 같은 나라들을 완벽하게 이겨야 중국에 도전할 수 있다. 오늘 승리가 서효원에게 자신감의 원천이 될 것”이라며 기뻐했다.
서효원. 사진제공|월간탁구 안성호 기자
박지현 코치도 “여자탁구는 남자탁구에 비해 저변도 얇고 선수층도 한정되어있다. 정말 어렵다 어렵다 하는 시기에 참 소중한 결과가 나왔다”라면서 “특히 4-5세트를 연속으로 역전패했는데도 위축되지 않고 더 과감해진 모습이 정말 좋았다”라고 감격했다. 한 탁구 관계자는 “한국 여자 탁구가 정체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줬다. 한줄기 소나기 같은 우승”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서효원은 4세트에서 6-2로 앞서다가 10-12로 역전패한 데 이어 8-1로 앞서던 5세트마저 9-11로 내주는 등 흔들리기도 했지만, 지치지 않는 기세를 앞세워 6-7세트를 연속으로 따내며 역전승을 거뒀다. 2500여 관중석을 꽉 채운 탁구팬들은 서효원의 우승에 폭풍 같은 환호를 보냈다.
국제탁구연맹(ITTF) 홈페이지는 ‘결승에도 진출한 적 없었던 선수가 우승을 차지했다. 12번 시드 서효원이 3번 시드 카스미를 상대로 결승전에서 드라마틱한 7세트 접전 끝에 대단히 놀라운 승리(great surprise win)를 거뒀다’라고 소식을 전했다. 이번 대회 전까지 서효원이 거둔 최고 성적은 2011년 폴란드 오픈 4강이었다.
한국 선수 중 ITTF 주관 오픈 대회에서 가장 많은 우승을 차지한 것은 김경아(은퇴)다. 김경아는 2002년 일본 오픈을 시작으로 2004년 크로아티아, 2005년 브라질-칠레, 2012년 스페인-칠레-브라질 오픈까지 총 7차례 우승을 차지했다. 김경아는 서효원의 이번 우승 이전까지 마지막 코리아오픈 여자 단식 우승(2005년)을 달성한 선수이기도 하다.
지난해 김경아, 박미영, 당예서 등 지난 2000년대를 지탱해왔던 선수들이 모두 대표팀을 떠났다. 하지만 2010년대를 이끌 새 별, 서효원이 떠올랐다.
동아닷컴 김영록 기자 bread425@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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