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커 피플] 박용지 “총알탄 사나이 좋지만 후반전 사나이 싫어요”

입력 2013-05-02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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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새내기 박용지는 더 밝은 내일을 그려가고 있다. 쇼맨십 대신 오직 실력으로만 진가를 보이겠다는 각오다. 사진제공|울산 현대

■ 울산 현대 ‘꽃미남 조커’ 박용지

100m 11초 주파…상대팀 후반 기피대상 1호

“짧은 국가대표 통해 자신감 중요성 깨달았죠
K리그서 슛 정확도 높여서 선발로 뛰고 싶어”


팽팽한 흐름. 이 때 벤치의 판단이 중요해진다. 한 순간에 분위기를 바꿀 수 있는 교체 카드 투입 시기를 놓고 상황을 주시한다. 그런 면에서 울산 현대 김호곤 감독은 복이 많은 사령탑이다. 특급 조커를 보유하고 있으니. ‘신예 폭격기’ 박용지(21)에 대한 김 감독의 신뢰는 절대적이다. “우연히 건진 보석이다. 거친 원석을 조금 다듬으면 엄청난 비기로 성장할 것”이라고 스스럼없이 표현한다. 실력도 준수하다. 9경기에 모두 출격해 1골 1도움을 했다. 주로 교체 투입된 탓에 적은 출전시간을 감안하면 최고 역량을 발휘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유독 ‘될성부른’ 떡잎들이 즐비해진 K리그 클래식(1부 리그). 그 중에서도 박용지가 단연 돋보인다. 여기에 영화배우 뺨치는 빼어난 외모까지 갖췄으니 금상첨화. 그라운드 안팎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빛내고 있는 박용지와 인터뷰를 했다.


○총알 탄 사나이와 후반전 사나이의 경계

가벼운 질문부터 했다. 인기 좀 실감하느냐고. 별명을 아느냐고. 갓 프로 무대를 밟은 신인이지만 울산은 박용지를 ‘마케팅’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요즘 울산은 구단 행사나 홈경기 때 여성 팬들의 함성이 유독 높아졌는데 많은 이들이 박용지 팬이다.

“제 별명이 많은 건 잘 알고 있어요. 너무 좋죠. 사랑과 관심을 받는 증거니까. 여러 모로 부족한데도 귀엽고 예쁘게 봐주시는 것 같아요.”

그렇다면 본인이 알고 있는 닉네임은 얼마나 될까?

“‘후반전의 사나이’와 ‘총알탄 사나이’ 정도? 그런데 ‘후반전 사나이’는 마음에 들지 않아요. 저도 선수인지라 당연히 선발이 좋죠. 언젠가 ‘후반전’에서는 벗어나고 싶어요.”

‘꽃미남’에 대해서도 “민망하고, 부끄럽다. 한 번도 잘 생겼다는 생각을 해본 적 없다. 이젠 거울을 한 번 보고 경기장에 가야할 지 고민”이라며 배시시 웃었다.

박용지는 스포트라이트가 익숙지 않다. 그럼에도 충분히 인정받고 있다는 사실은 틀림없다. 물론 ‘미완의 대기’인 만큼 미숙할 때도 있다. 대신 부여된 임무는 충실히, 최대한 이행하려 한다.

“인정받으려면 멀었죠. 단, 항상 열심히 하려는 마음가짐으로 하루하루를 보내요. 감독님과 코치님들이 지시한 바는 이행하려고 하고요.”

스스로 부족한 점을 알고 있다. 핵심은 정확도. “패스 정확도, 슛 정확도에 대해 많이 지적 받아요. 올 시즌이 끝날 때쯤이면 가장 정확한 선수가 돼 있을 것 같은데.”


○어지간하면 막을 수 없다?

박용지는 단점보다 뚜렷한 장점이 더 많다. 왕성한 활동량과 폭 넓은 움직임, 100m를 11초 초반에 끊는 스피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일단 그가 뛰기 시작하면 유일한 방어책은 파울이다. 몸싸움마저 기피하지 않으니 아주 거칠게 막아야 한다. 옐로카드는 당연한 수순. 벌써 2명이나 퇴장시켰다. 서울 김주영, 부산 이종원이 대표적인 케이스.

“(수비수들과) 부딪히는 저만의 노하우가 있어요. 예전부터 파울 당하는 걸 무서워하지 않았죠. 솔직히 득점 찬스가 났을 때 긴장이 잦은 게 더 문제죠. 아마추어 시절에는 몰랐는데, 프로 무대는 긴장 푸는 게 쉽지 않네요.”

가장 볼을 예쁘게 다루고, 센스가 남다른 이청용(볼턴)을 롤 모델로 삼고 있는 박용지도 잊고 싶은 아픔이 있었다. 짧은 국가대표 경력. 잠시 청소년대표와 올림픽대표를 오간 게 태극마크 이력의 전부다. 붙박이가 되지 못한 이유를 자신감에서 찾았다.

“대표팀 때문에 자극을 많이 받았어요. 붙었다 떨어졌다 반복했으니. 주눅이 들었죠. 자신 있게 하고 떨어졌다면 아쉽진 않았을 텐데.”

물론 소득도 있었다. 경험의 중요성이다. 프로에서의 시행착오가 내일을 위한 자양분으로 쌓인다. 더욱이 당시 부족했던 자신감까지 채워지고 있으니 더 이상의 시행착오는 없다고 각오를 다진다.

“(울산에 입단하며) 꼭 출전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빠른 시일 내 실전에 나가 이 팀의 주축이 돼야 한다는 마음을 먹었죠. 울산은 아시아 정상까지 오른 강호잖아요. 아주 매력이 큰 팀이죠. 저부터 ‘내가 성장하고 있다’는 걸 느끼고요.”

앞으로 포부도 뚜렷하다. 대학(중앙대) 선배인 김신욱의 조언을 실천으로 옮기는 것이다. 가장 쉬우면서도 정작 지키기 어려운 조언이다.

“형이 ‘공격수는 골로 가치를 입증 한다’는 말을 자주 해요. 어떤 방식으로든 골을 넣어야 살 수 있다고. 저도 더 욕심내려고요. 데뷔 골(3월31일 강원 홈)을 넣었을 땐 ‘골을 넣겠다’는 생각만 하고 세리머니를 못했는데, 요즘 세리머니를 뭘 할까 생각하니 골이 안 터지더라고요. 잡생각 없이 오직 득점으로 절 보여드릴게요.”


○박용지는?


포지션 : 공격수

생년월일 : 1992년 10월9일(서울)

신체조건 : 183cm 72kg

학력 : 통진고-중앙대

프로경력 : 2013시즌 울산 입단(9경기 1골1도움)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yoshike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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