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록(왼쪽)이 그라운드에 쓰러진 지 2년이 됐다. 지금도 경기도 용인 수지 삼성의료원에서 하루 4시간씩의 재활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오른쪽은 아버지 신덕현씨. 스포츠동아DB
신영록(26·사진) 얘기다. 2003년 수원삼성에서 프로 데뷔한 그는 2011년 제주로 이적했다. 연령별 국가대표팀을 두루 거쳤을 만큼 전도유망한 공격수였다. 터프하고 저돌적이었다. 상대 수비수가 막기 힘든 스타일이어서 그에게 붙은 별명은 영록바(한국의 드록바)다. 그런 그가 쓰러졌으니 주위의 안타까움은 더 컸다. 제주 박경훈 감독은 “한창 피어나려는 순간 끔직한 일을 당했다”며 지금도 긴 한 숨을 쉰다.
사고 후 1년 여 만에 공식 석상에 나타난 그는 정상적인 몸 상태는 아니었지만 직접 소감을 밝힐 정도로 회복돼 있었다. 당시의 환한 미소는 지금도 생생하다. 어눌한 말투로 “팬들이 그리워요”라는 말에 가슴이 먹먹했다. 지난해 K리그 올스타전에 초청받았고, 제주 홈경기에도 가끔 모습을 드러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그에 대한 관심도 줄었다. 최근엔 감감무소식이다. 한때 ‘희망의 아이콘’이었던 그는 요즘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재활은 잘 하고 있는 걸까. 완전히 회복됐을까. 다시 그라운드에 돌아올 수 있을까. 어버이날을 앞두고 그가 궁금해졌다.
신영록의 아버지 신덕현(56)씨와 전화 통화를 했다.
-신영록 선수는 요즘 어떻게 지내요.
“조금씩 좋아지고 있어요.”
-어느 정도인가요.
“평범한 데는 걷는데, 도로에서는 균형 감각이 없어서 옆에서 보좌해 줘야 돼요. 휠체어는 안 탄지 6개월 정도 됐고요. 의사소통은 다 하는데, 얘기하고 나서는 금방 잊어버려요. 어떤 건 기억하지만.”
신영록은 경기도 용인 수지에 있는 삼성의료원에서 재활 중이다. 매일 오후 1시부터 5시까지 4시간 동안 작업치료, 인지치료. 언어치료 등을 하고 있다. 2년 가까이 똑 같은 생활의 반복이다. 집에서는 윗몸일으키기 등을 하며 체력을 키우고 있다. 부모와 대화도 자주한다고 한다. 주제는 축구 관련 얘기. 중계하는 날엔 빠짐없이 보고, 해설자같이 잘잘못을 지적한다고 신씨는 설명했다. 친구들과 통화도 종종 한다고.
그렇다면 완치될 수는 있을까. 다시 신씨와의 통화 내용이다.
-완치될 수 있겠지요.
“부모로서 바람은 딱 한가지입니다. 정상적으로 생활하는 겁니다. 더 이상은 없어요. 이제 운동은 무리고요.”
-그래도 축구를 떠날 순 없을 것 같은데요.
“그렇죠. 축구 관련 일을 하고 싶어 해요. 나으면 축구 코치를 원하는 것 같더라구요. 배운 게 축구 밖에 없으니까. 먹고 살아야죠.”
수화기 넘어 들려오는 아버지의 목소리엔 자식의 앞날을 걱정하는 애틋한 부정(父情)이 묻어났다. 자식에 대한 무한 사랑, 아니 한 인간을 회생시키기 위한 무한 헌신이었다. 그런 절절함이 신영록을 지탱해온 힘이었는지 모른다.
한 가지 안타까움을 전하고 싶다. 치료비가 너무 많이 든다는 사실이다. 한달에 700만원 정도 소요된다고 한다. 신씨는 “그동안 벌어놓은 걸로 쓰고 있어요”라고 말했다. 주위의 도움이 없느냐고 묻자 “다들 어려운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신영록의 미니 홈피에 최근 누군가 다녀간 모양이다. 방명록에 이런 글이 남겨져 있다.
“영록아, 이천수 선수도 공백을 거쳐 당당하게 인천 유나이티드에서 뛰고 있다. 영록이도 공백기 길겠지만, 넌 정신력 강한 친구니깐, 잘 할 거라 믿는다. 무엇보다 축구 포기하지마라.”
스포츠 2부 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