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커토픽] 마흔둘 老짱! 최은성 “골도 세월도 다 막아주마”

입력 2013-05-07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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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의 백전노장 GK 최은성이 연일 슈퍼 세이브로 각광 받고 있다. 철저한 자기관리가 롱런의 비결이다. 스포츠동아DB

■ 42세 골키퍼 연일 선방쇼…최은성이 사는 법


K리그·ACL 슈퍼세이브 ‘전북의 구세주’
울퉁불퉁 근육질 몸매…철저한 자기관리
탁월한 예측능력·집중력, 젊은 선수 제압
아직도 숙소생활…“선수생활 3년 더 OK”


“샤워하면서 울퉁불퉁(근육질)한 (최)은성이 형 몸을 보는데 어찌나 예뻐 보이던지….”

전북 현대 공격수 이동국이 빙긋 웃었다. 5일 전북-FC서울의 K리그 클래식(1부 리그) 경기에서 나온 동료 골키퍼 최은성(42)의 선방에 대한 고마움의 표현이다. 최은성은 1-0으로 앞서던 종료직전 서울 하대성의 결정적인 슛을 막아 팀 승리를 지켰다. 1일 광저우 에버그란데(중국)와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최종전에서도 최은성의 연이은 슈퍼 세이브가 아니었다면 0-0 무승부는 불가능했다. 전북은 이 무승부로 16강에 오를 수 있었다. 1971년생, 만 나이 42세의 최은성에게 나이는 그야말로 숫자에 불과한 듯 하다.

전북 최은성. 스포츠동아DB



○환상 선방의 비결은

최은성은 철저한 자기관리로 유명하다. 그는 작년 전북 유니폼을 입은 뒤 까마득한 후배들과 숙소생활을 하고 있다. 팀 훈련이 없는 날에도 웨이트 트레이닝장에서 산다. 풍부한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노련미와 예측능력도 그의 장기다.

대표적인 예가 5일 서울과 경기다. 이동국은 하대성과 최은성을 동시에 볼 수 있는 대각선 방향에 있었다. 하대성이 슛을 때리는 순간 이동국도 ‘들어갔다’ 싶어 고개를 숙였다. 그런데 거짓말처럼 최은성이 팔을 쭉 뻗어 볼을 쳐냈다. 경기 후 샤워하면서 이동국은 최은성에게 “도대체 그 슛을 어떻게 막았느냐“고 물었다. 최은성은 “동국이 너라면 아마 강하게 때렸을 거다. 그런데 대성이 발을 보니 약간 인사이드 쪽으로 꺾더라. 그래서 그 쪽으로 먼저 몸을 날렸다”고 답했다. 그 짧은 순간 슛 방향을 예측한 것이다.

2002한일월드컵 대표팀 때 최은성을 지도했던 김현태 인천 유나이티드 GK 코치는 “요즘 최은성을 보면 3년은 더 선수생활이 가능할 것 같다”며 칭찬했다. 김 코치는 “골키퍼는 어떤 포지션보다 평소 훈련이 중요하다. 훈련 때 플레이가 반복 숙달돼 실전에서 나오는 것이다. 최은성을 보면 훈련 때 얼마나 집중하는지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오죽하면 최은성의 팀 후배인 골키퍼 권순태는 “나는 은성이 형의 빨대가 될 거다”는 말을 입에 달고 다닌다. 최은성의 노하우를 빠짐없이 습득하고 싶어 하는 것이다.

최은성의 역할은 단순히 수문장에 그치지 않는다. 경기 중에는 조율사로 변신한다. 작년 시즌 초반 중앙 수비들의 줄 부상으로 팀이 비상일 때도 최은성의 훌륭한 수비 리드 능력으로 위기를 극복했다. 그라운드 밖에서는 후배들의 훌륭한 멘토다. 전북 김욱헌 홍보팀장은 “후배들이 고민이 있거나 궁금한 게 있으면 최은성에게 묻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최은성과 같은 고참의 역할이 팀에 큰 힘이 된다”고 흐뭇해했다.

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Bergkamp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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