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루시아, 빗소리를 닮은 음색 가진 홍대여식 “저 심규선 맞아요”

입력 2013-05-16 16:2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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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시아가 심규선이야?’

“더는 이런 반응이 없었으면 좋겠어요.”

루시아(Lucia, 본명 심규선·27)는 어떤 이름이든 자신을 알아주는 것에 고마워하면서도 루시아라는 이름으로 사랑받길 원했다. 이는 고집스러운 음악 세계를 가져서라도 때로는 멜로디로 대중을 이해시키는 뮤지션이고 싶은 마음 때문이다.

그런 마음은 지난 4월 발매한 새 미니앨범 ‘꽃그늘’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루시아는 ‘꽃그늘’을 통해 ‘노래와 시는 본래 하나였다’는 말처럼 모든 예술의 분야를 자신의 능력 안에서 전방위적으로 아우르고자 했다. 그는 ‘꽃그늘’에서 노래 이외에도 작사 작곡과 프로듀싱, 재킷 작업까지 모든 것을 혼자 힘으로 해냈다.

그래서였을까. 루시아는 이번 앨범을 통해 일본 이와이 슌지 감독 측과도 접점이 닿았다. 수록곡 ‘사과꽃’ 뮤직비디오 영상은 이와이 슌지의 영화 ‘새 구두를 사야해’로 채워져 영상과 음악의 아름다운 조화를 이뤄냈다.

부산에서 학창시절을 보낸 루시아는 2004년, ‘여수 국제 록 페스티벌’에 나가 국무총리상 대상을 수상하고 이듬해인 2005년에는 제29회 MBC 대학가요제에서 금상(그룹 아스코)을 거머쥐며 가요계에 그 이름을 알렸다. 이후 2010년 발매된 에피톤 프로젝트의 ‘유실물 보관소’에 수록된 ‘선인장’과 ‘오늘’에 객원 보컬로 참여하며 음악 팬들에게 확실한 눈도장을 찍었다.

루시아의 도전은 멈추지 않았다. 루시아는 같은 해 10월엔 디지털 싱글 앨범 ‘첫번째, 방’을 발매하고 솔로 가수로 데뷔 신고식을 치렀다. 이어 그는 자신의 이름을 내건 ‘두 번째, 방’과 ‘꽃처럼 한 철만 사랑해 줄 건가요’로 인디 음악팬들에게 독립적인 뮤지션으로 인정받았다. 2012년엔 직접 전곡을 작사·작곡한 앨범 ‘데칼코마니(Decalcomanie)’를 통해 싱어송라이터로서 가능성을 보여주며 음악적인 역량을 뽐냈다.

이를 바탕으로 루시아는 KBS2 ‘불후의 명곡-전설을 노래하다’ 김건모 편과 ‘유희열의 스케치북’에 출연하며 ‘산들바람 같은 목소리’로 인디신은 물론 대중에게 자신의 목소리를 각인시켰다.

여름을 코앞에 둔 어느 봄날, ‘홍대여식’으로 떠오른 루시아를 만났다. 이하는 새 앨범 발매와 곧 열릴 콘서트와 관련해 ‘소리 없이 강한’ 달변가 루시아와 나눈 일문일답.


-어떻게 지내나.
“음반 발매 후 활동 중이다. 얼마 전엔 곡 작업도 다시 시작했다.”

-새 앨범을 소개해 달라.
“새 앨범 ‘꽃그늘’은 데뷔 후 처음으로 봄에 낸 앨범이다. 존경하는 아티스트에 대한 오마주로 20살 때 만들어 놓았던 곡들이다. 계절에 맞는 BGM이 됐으면 좋겠다.”

-곡은 어떻게 만드나.
“잘 모르는 것과 관련된 이야기는 못 쓰는 스타일이다. 알고 경험 한 것을 바탕으로 곡을 만든다. 희극과 시를 좋아하다 보니 가사도 그렇게 변하는 것 같다.”

-그래서 필사도 하는 건가.
“문학이나 타 아티스트들의 작품이 섬세하고 민감한 성격의 내겐 힐링이다. 글로 쓰다 보니 시간과 육체적 고통, 아픔 있기 때문에 더 깊은 사유 가능한 것 같다.”

-예민한 편인가.
“예민하면서도 털털한 편인 것 같다. 나는 완벽주의자다. 힘들다는 걸 알면서도 하고 싶은 것을 해야 행복하다. 집 근처를 벗어나 활동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지만, 낯선 이와 대화도 잘하는 편이다. 곡에서 느껴지는 이미지와 다르다.”

-어떤 계기로 음악을 시작했나. 왜 음악이 좋은가.
“정확히 17살 때부터 곡 작업을 해왔다. 중학생 때 내 속의 무언가를 표현한다는 욕구 느껴서 미술을 시작하게 됐다. 그러다 표현 능력의 부족함을 느끼던 중 음악을 하게 됐다. 평소 노래는 잘해도 가수가 되겠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당시 나는 음악을 하면 무조건 성악을 해야 하는 줄 알았다. 그때 선생님께서 ‘모든 예술의 뿌리는 같다. 가지가 다를 뿐이다’라고 말해주더라. 그렇게 음악을 시작하게 됐다.”

-앨범 전체가 자작곡이다.
“난 10대 때부터 곡을 써왔다. 그때부터 내 노래들로 내 음반을 내고 싶었다. 목표이자 꿈을 이루고 있는 중이다. 앞으로도 계속될 것.”

-싱어송라이터로 불리는 것에 만족하나.
“좋다. 하지만 차라리 작가이고 싶다. 노래를 만들어 부르는 사람보다는 창작을 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싱어송라이터보다는 좀 더 넓은 개념이라고 생각하면 좋을 것 같다. 나는 작가라는 느낌을 가지고 하루하루를 살고 있다.”


-홍대 여신이라던데.
“확실히 아니다. 감사하지만 내겐 어울리지 않는 수식어다. 기존 홍대 여신처럼 제대로 된 공연을 하지 않았다. 원조 여신들에게 미안할 뿐이다. 누군가 나를 보고 ‘홍대여식’(弘大女息)이라더라. 홍대에 살고 있으니 맞는 말이다. (하하) ‘위로의 여신’과 ‘산들바람 같은 목소리’라는 수식어를 좋아한다.”

-아이돌과 인디신의 콜라보레이션 어떻게 생각하나.
“기꺼이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멋진 일이다. 더 자주 생겼으면 좋겠다. 평상시 난 음악 방송을 꼭 챙겨 본다. 음과 양이 있듯 인디신과 대중가요의 조화가 중요하다. 내게 아이돌 가수는 엄청나게 노력하는 멋진 사람이다.”

-인피니트와의 콜라보레이션은 어땠나.
“유쾌했다. 어린 팬들이 보여주는 열의와 반응은 굉장히 신선하고 즐거웠다. 솔직히 숟가락 하나 얹은 기분이었지만 기분 좋은 경험이었다.

-6월에 있는 콘서트 준비는 잘하고 있나.
“한 달 정도 남았다. 지난번 공연 때 감기에 걸려 굉장히 힘들었다. 무엇보다 건강에 신경 쓰며 열심히 준비 중이다. 한 가지 바람이 있다면 표가 더 잘 팔리는 것이다. (웃음)”

-앞으로 어떤 음악을 할 생각인가.
“사실 나는 신나는 곡을 즐겨 부르던 가수다. 그동안 발라드와 슬픈 노래를 많이 불렀으니 이제는 좀 더 비트 있고 흥겨운 느낌의 음악을 하고 싶다. 난 즉흥적인 것에 자신 있다. 즉흥 연주나 콜라보레이션 등에 좀 더 도전하고 싶다. 앞으로는 록 페스티벌에 설 수 있는 음악을 하고 싶다.”

-다음 앨범은 언제쯤 만나 볼 수 있나.
“빨리 내고 싶다. 또 다른 내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속에서 나가게 해달라는 욕구가 강해지는 걸 느낀다. 올가을에 낼까 내년에 낼까 고민 중이다. 다음 앨범은 확실히 톤이 밝아질 것 같은 느낌 든다.”

-목표가 있다면.
“내 속의 것들을 스스럼없이 보여주고 싶다.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그 과정을 통해 스스로에게도 가능성을 확인시켜 주고 싶다. 나를 위해 만든 음악이 대중을 위로하고 그 반응이 나를 다시 치유하는 것처럼 대중들과 쉴 틈 없이 소통하고 싶다. 그게 루시아의 음악이다.

-루시아를 사랑하는 팬들에게 한마디 해달라.
“여자 솔로가수가 설 자리가 점점 사라지고 있다. 누군가에게 기대고 싶은데 그 존재가 내겐 팬들이다. ‘루시아의 방’이라는 팬클럽이 있기에 지금의 내가 있다고 생각한다. 루시아의 방을 포함한 루시아의 음악을 사랑해주는 모든 분께 진심으로 감사한다.”

동아닷컴 오세훈 기자 ohhoon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제공|파스텔뮤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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